저는 학생들을 만나며 상황에 맞는 시를 적어 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대신해 주거나, 새로운 세계를 보여 주는 시가 좋은 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나태주 시인은 훌륭한 시인입니다.
청소년 시집이라 엮었지만 이 책은 청소년과 교사, 학부모가 공감할 수 있는 시집입니다. 교사로서, 부모로서, 청소년기를 보내 본 인간으로서, 땅에 발을 디딘 지구인으로서 살아온 이력이 시에 반영되었기 때문입니다.
쉬운 말로 큰 공감을 이루어낸 작품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 여러분께 드립니다.
나는 별거 아니다
당신이 앓고 있는 감기 하나 낫게 하지 못한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내리지만
그것도 하지 못할 때가 많다
당신이 뜨거워 누워 있을 때
그저 그것을 느껴보려고 옆에 누워 있을 뿐이다
그러다 잠들어도
당신 꿈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깨어난다
당신을 껴안아 보지만 당신이 되지 못한다
대신 화장실에 가지도 못하고
물을 마셔주지도 못한다
당신이 힘들 때 가만히 지켜만 본다
나를 쳐다보는 당신이 애처롭다
당신을 위해 숨겨둔 사랑이 내게는 없다
2018년 1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