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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국내저자 > 에세이

이름:공지영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3년, 대한민국 서울 (물병자리)

직업:소설가

기타:연세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다.

최근작
2023년 12월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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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세트] 해리 세트 - 전2권

가끔 생각한다. 내가 고발하고 싶었던 그들을 위해 기도할 자신이 없었다면 불의를 고발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마저 분노와 증오에 휩쓸려 간다면 차라리 어떤 것이라도 시작하지 않았을 것은 확실하다. 나는 매일 아침 일어나 오늘 이 날씨, 이 풍경과 더불어 단순하게 행복해지는 걸 선택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왜냐하면 오늘 나는 여기 있고 이게 전부니까. 어쩌면 인간이 쌓는 언어들, 이념들 혹은 평가들은 그저 허구에 불과했다. 오히려 내게는 저 티 없는 하늘, 한없이 투명한 블루의 바람, 물 위로 힘차게 깃을 치며 먹이를 물고 날아오르는 새들, 누가 뭐래도 꿋꿋이 피어나는 작은 들꽃들, 평생 다이어트를 해본 일 없는 순박한 여자들, 순하게 그늘진 골목길들, 한 손에 읽던 책을 쥐고 개와 함께 강변을 걷는 할머니…… 내게는 이런 것들이 더 구체적이었고 더 삶에 가까웠다. 나는 내게 주어진 이 모든 것들을, 그것이 내 맘에 들든 그렇지 않든 감사하고 감사하리라 다짐했던 것이다.

고등어

이제 나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80년대를 아파한 모든 젊은이들은 영원히 젊을 수 있으리라고……. 왜냐하면 과거라는 시간이 꼭 흘러가 사라져버리는 것만이 아니라는 걸 나는 이제 알았기 때문이다. (중략) 무엇보다 이 땅에 대한 사랑이 깊었기에 먼저 이 지상을 떠난 나의 지인들과 아직도 이 지상 위 한구석 한반도에서 자기 자신만큼 이 땅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나의 소중한 친구들―생각해보면 테니스 하나 배우지 못하고 생각해보면 연애 한번 멋들어지게 한 녀석도 없는, 하지만 인간은 어떠한 폭력보다 위대하다는 걸 가르쳐준―과 한 번쯤 아픈 역사에 청춘을 상처 입어본, 그리하여 나이를 먹어도 아직도 젊은,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고등어

문학은, 바로 지금 당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 내 아이들은 가끔 내게 언제부터 소설가를 꿈꾸었느냐고 묻습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 인생의 가장 치열했던 시간이자 사회적으로 가장 혼란했던 1980년대를 이야기합니다. 민주주의를 갈망했던 시절, 나는 유일한 진실과 위안이 책에 있다고 믿었습니다. 옳은 것과 그른 것에 대한 소신과 그것을 행동에 옮길 수 있는 용기를 나는 선배 작가들의 글을 통해 배웠으니까요. 부조리한 사회는 나를 문학소녀적 환상에서 벗어나 인간과 사회를 집요하게 그리도록 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과 교감하는 동안 나는 사회의 모순에 대해 깊이 고민했지요. 동시대의 화두가 아니더라도 문학은 내게 낯선 타인과 소통하는 법을 개닫게 했고 타인의 상처를 깊이 응시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러나 문학을 통해 위안받은 것은 정작 타인이 아닌 내 자신이었습니다. 가부장 시대를 살아온 여성의 내면으로 침잠하기도 하고, 소외받는 노동자가 되어 투쟁하기도 하면서, 나는 나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보다 깊이 이해하고 포용하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문학은 내게 삶의 긍지와 끊임없는 생명력을 불어넣어 줍니다. 신산한 세상살이에 지칠 때면 가장 먼저 손을 내밀고 다가와 말을 건네고, 가장 너른 품으로 마음을 다독여 줍니다. 이번 '교과서 한국문학' 공지영 시리즈는 내 아이들이 나와 같은 수혜를 받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동안 쓴 글들을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고쳐 쓴 것입니다. 부디 이번 창작선집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세계를 둘러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내 글이 여러분의 삶을 보다 치열하게, 숭고하게 담금질한다면 작가로서 이보다 값진 일은 없을 것입니다.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사랑하는 나의 벗들, 그분께서 나를 산과 바다로 인도하시고 고통의 낚싯바늘에 나를 걸리게도 하셨다. 나는 배고픈 물고기처럼 미끼들을 물고 아슬아슬 죽음을 비켜 여기까지 왔다. 우울하고 눈물 흐르던 시간도 있었고 불면으로 쭉 이어진 새벽도 있었다. 가장 큰 후회는 더 사랑하지 못했던 것, 사랑함을 소유로 굳혀버리려던 것. 이제 나는 마지막으로 찬란한 가을볕 아래 서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받았고 사랑했던 시간이 더 많았음을 깨닫는 것은 가을이기 때문이리라. 여름을 떨구는 리넨 이불처럼 나는 지난날의 나를 조용히 떨구며 생각한다. 삶은 지중해풍 샐러드 같아. 죽음을 거쳐온 사람들, 사랑에 상처 입은 사람들, 주린 이들과 배고픈 이들, 그리고 샘물을 갈망하는 사람들, 밤새 광야를 헤맨 사람들에게 내 책을 전하고 싶다. 그들은, 아니 어쩌면 그들만이 이 글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나의 벗이다.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너는 아직 젊고 많은 날들이 남아 있단다. 그것을 믿어라. 거기에 스며 있는 천사들의 속삭임과 세상 모든 엄마 아빠의 응원 소리와 절대자의 따뜻한 시선을 잊지 말아라. 네가 달리고 있을 때에도 설사 네가 멈추어 울고 서 있을 때에도 나는 너를 응원할 거야.

높고 푸른 사다리

이 소설을 쓰기 전인 2012년은 많이 힘든 해였다. 나는 ‘하느님 대체 왜?’라는 오래된 물음과 격렬하게 씨름하기 시작했다. 몸은 피곤했고 마음은 황폐해졌다.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2013년이 왔다. 새해를 맞으면서 나는 희미하게나마 힘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거칠고 품위 없는 세태가 나를 휩쓸어가기 전에 더 근본적인 것에서부터 하나씩 다시 시작하자고 결심했던 것 같다. 지금이야말로 본질로 돌아갈 시간이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상황 자체에 집착하지 말고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질문하는 본연의 태도로 돌아가는 게 맞겠다 생각했다. 나는 소설을 시작할 때가 왔음을 느꼈고 기다렸다. 나는 내 소설의 배경 뒤 저 깊은 구석에서 빛을 위하여 어둠으로 기꺼이 존재하셨던 그분을 보았다. 삶은 잔인하고 기이하며 때로는 신비롭다. 어느 하나만 계속되지 않는다. 오오, 누구였던가. 그리 말했던 이는. “인간이여, 말대답을 하는 그대는 정녕 누구인가?” - 「작가의 말」 중에서

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

문학은, 바로 지금 당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 내 아이들은 가끔 내게 언제부터 소설가를 꿈꾸었느냐고 묻습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 인생의 가장 치열했던 시간이자 사회적으로 가장 혼란했던 1980년대를 이야기합니다. 민주주의를 갈망했던 시절, 나는 유일한 진실과 위안이 책에 있다고 믿었습니다. 옳은 것과 그른 것에 대한 소신과 그것을 행동에 옮길 수 있는 용기를 나는 선배 작가들의 글을 통해 배웠으니까요. 부조리한 사회는 나를 문학소녀적 환상에서 벗어나 인간과 사회를 집요하게 그리도록 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과 교감하는 동안 나는 사회의 모순에 대해 깊이 고민했지요. 동시대의 화두가 아니더라도 문학은 내게 낯선 타인과 소통하는 법을 개닫게 했고 타인의 상처를 깊이 응시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러나 문학을 통해 위안받은 것은 정작 타인이 아닌 내 자신이었습니다. 가부장 시대를 살아온 여성의 내면으로 침잠하기도 하고, 소외받는 노동자가 되어 투쟁하기도 하면서, 나는 나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보다 깊이 이해하고 포용하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문학은 내게 삶의 긍지와 끊임없는 생명력을 불어넣어 줍니다. 신산한 세상살이에 지칠 때면 가장 먼저 손을 내밀고 다가와 말을 건네고, 가장 너른 품으로 마음을 다독여 줍니다. 이번 '교과서 한국문학' 공지영 시리즈는 내 아이들이 나와 같은 수혜를 받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동안 쓴 글들을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고쳐 쓴 것입니다. 부디 이번 창작선집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세계를 둘러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내 글이 여러분의 삶을 보다 치열하게, 숭고하게 담금질한다면 작가로서 이보다 값진 일은 없을 것입니다.

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

분명히 말하지만 내가 80년대에 나의 20대 청춘을 보낸 것은 우연이었다. 하지만 내가 그것에 대해 소설을 쓴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소설가로서의 내가 4·19나 동학혁명 혹은 3·1만세 운동에 관심을 가졌듯이 나는 80년대에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그 80년대란 단군 이래 가장 오랜 기간에 걸쳐, 가장 많은 수의 국민이, 가장 조직적인 방식으로 불의에 저항했던 시기였다. 그것을 아름답다고 말하지 않거나, 그것을 쓴다는 것을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 말하는 것은 나의 의미로서는 이미 소설가이기를 포기한 것이었다. … 나는 나의 문학적 무능이 80년대를 해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80년대를 아름답게 살려내고 싶은 바람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런 바람을 품을 때마다 내가 80년대에 20대를 보냈다는 것이 그때 어리숙했던 내게는 형벌이었지만 바로 이런 의미에서는 얼마나 뜨거운 축복이었는지를 새삼 깨닫는 것이다.

도가니

이상한 일은 삶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면 될수록 사람에 대해 정나미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이상한 일은 정나미가 떨어지는 그만큼 인간에 대한 경외 같은 것이 내 안에서 함께 자란다는 것이다. 이 소설을 처음 구상하게 된 것은 어떤 신문기사 한 줄 때문이었다. 그것은 마지막 선고공판이 있던 날의 법정 풍경을 그린 젊은 인턴기자의 스케치기사였다. 그 마지막 구절은 아마도 “집행유예로 석방되는 그들의 가벼운 형량이 수화로 통역되는 순간 법정은 청각장애인들이 내는 알 수 없는 울부짖음으로 가득 찼다”였던 것 같다. 그 순간 나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그들의 비명소리를 들은 듯했고 가시에 찔린 듯 아파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동안 준비해오던 다른 소설을 더 써나갈 수가 없었다. 그 한 줄의 글이 내 생의 1년, 혹은 그 이상을 그때 이미 점령했던 것이다. 정의를 위해 일한다는 것이 불의와 맞서 싸우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는 것을 안 이후 나는 평화의 한 끝자락을 잡은 듯했다. 쓰는 내내 이 실제 사건의 피해자들과 그 가해자들을 위해서도 함께 기도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처음 보는 나를 믿고 그들의 모든 것을 이야기하던 청각장애인 아이들의 눈빛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 그들을 위해 헌신하던 분들을 생각하면 가끔씩 내가, 삶은 결국 너무 허무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빠지는 것이 죄송스럽다. 이 세상에 그렇게 천사들이 많은지 모르고 지낼 뻔했다는 걸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 이 글을 쓰는 동안 나답지 않게 자주 아팠고, 초교, 재교를 보고 나서 한번씩 그리고 이 글을 쓰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신열에 들떠 며칠씩 누워 있어야 했지만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 글을 쓰며 행복했다. 내가 작가라는 사실, 내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온전히 작가라는 사실을 받아들였을 때만큼 그렇게 고통스럽고 그렇게 황홀했다. 삶과 현실은 언제나 그 참담함에 있어서나 거룩함에 있어서나 우리의 그럴듯한 상상을 넘어선다. 소설이라는 것을 쓴 지 만 20년. 그런 현실 앞에 무력한 나는 책장을 정리하다가 옛 노트에 필사해놓은 엘뤼아르의 글을 본다. 습작시절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에 진땀을 흘리며 써놓은 안간힘 같은 필체가 보인다. “미화된 언어나 진주를 꿴 듯 아름답게 포장된 ‘말’처럼 가증스러운 것은 없다. 진정한 시에는 가식이 없고, 거짓 구원도 없다. 무지갯빛 눈물도 없다. 진정한 시는 이 세상에 모래사막과 진창이 있다는 것을 안다. 왁스를 칠한 마루와 헝클어진 머리와 거친 손이 있다는 것을 안다. 뻔뻔스러운 희생자도 있고, 불행한 영웅도 있으며 훌륭한 바보도 있다는 것을 안다. 강아지에도 여러 종류가 있으며, 걸레도 있으며, 들에 피는 꽃도 있고, 무덤 위에 피는 꽃도 있다는 것을 안다. 삶 속에 시가 있다.” 그리하여 당연히도 나의 상상을 벗어나는 이 현실을 아는 데 너무나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광주의 안관옥, 정대하 기자님, 이수현 인턴기자. 아직도 성폭행당한 제자를 위해 눈물 흘리며 싸우는 포항의 김태선 선생님, 광주의 노지현, 이용보 전도사. 소리 없는 찬양이 울려퍼지던 지하 교회 예배시간, 그 아이들을 위해 어린아이를 업고 음식을 마련하던 김수년 사모님, 김창호 통역사에게도 감사를 드리고 싶다. 내가 그들에게서 날개 없는 천사를 보았다면 그들은 웃고 말겠지. 전응섭 선생님, 장미, 은혜, 지혜, 윤희, 명근, 세연, 강성, 문현, 그리고 김용목 목사님, 윤민자 위원장님께는 무어라 더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음(Daum)에 연재되던 반년 넘는 동안 이 글을 읽고 자신의 일처럼 함께 아파했던, 모든 독자들께도 감사를 전한다. - 공지영 (지은이)

맨발로 글목을 돌다

연락을 받은 날은 아주 추운 날 아침이었는데 집을 나서다 말고 소식을 들었다. 찬바람이 뺨에 부딪히는데 섬뜩하지 않은 것을 보고 생각보다 내가 많이 기뻐한다는 것을 알았다. 세상은 춥고 죽음은 도처에서 우리를 엄습해오지만, 아직도 백지 앞에 앉으면 “대체 소설은 어떻게 쓰는 걸까?” 막막하지만 나는 앞으로도 더 자유롭게 희망을 노래하련다. 인간은 그리 작은 존재가 아니고, 삶은 한 번쯤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며, 사람들 사이의 연대는 소중한 것이다…… 라는 희망을. - 수상 소감 중에서

먼 바다

“수면보다 깊은 곳에 아직도 많은 소용돌이가 있지만 나는 긴긴 겨울밤을 검고 도타운 이불처럼 덮고 내 기억 속으로 피신했었다. 그러는 동안 이 소설은 탄생했다. 세상은 여전히 시끄럽고 영원으로부터 영원토록 부조리했다. 분노가 치밀 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부조리에, 폭력과 음모에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내 자리에서 모스 부호를 타전하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제 안다. 내가 여기서 내 마음을 다해 보내는 위로와 사랑은 하찮은 것이 아니라는 우주의 한 비밀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아직도 많은 젊은 여성들이 내게 눈물 젖은 편지를 보낸다. 여자이기에 울부짖고 버림받고 상처 입은 젊은이들을 그러나 내가 다 어찌 할 수는 없다. 다만 그들을 위해 기도해주기로 약속하고 돌아서지만 마음은 찢어져내린다. 내가 지나왔던 그 가시 길목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나는 그들에게 말해준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책에도 썼지만 “누구도 너를 욕실 앞의 발판처럼 밟고 가게 내버려두지 말아라” 하고. “온 힘을 다해 행복해져라” 하고……. 이제 시간이 지나면 나의 딸도 엄마가 될 것이다. 혹은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예전에 그랬듯이 다 같이 공평하게 나이를 들어갈 것이다. 그 어떤 선택을 한다 해도 행복하기를, 의미로 가득한 생을 살기를, 욕실 앞의 발판처럼 자기 자신을 밟고 가게 하지 말고, 자신을 가꾸고 사랑하기를…… 여성임을 만끽하기를, 그리하여 그 귀함을 바탕으로 다른 여성들의 삶과 연대하기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문학은, 바로 지금 당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 내 아이들은 가끔 내게 언제부터 소설가를 꿈꾸었느냐고 묻습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 인생의 가장 치열했던 시간이자 사회적으로 가장 혼란했던 1980년대를 이야기합니다. 민주주의를 갈망했던 시절, 나는 유일한 진실과 위안이 책에 있다고 믿었습니다. 옳은 것과 그른 것에 대한 소신과 그것을 행동에 옮길 수 있는 용기를 나는 선배 작가들의 글을 통해 배웠으니까요. 부조리한 사회는 나를 문학소녀적 환상에서 벗어나 인간과 사회를 집요하게 그리도록 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과 교감하는 동안 나는 사회의 모순에 대해 깊이 고민했지요. 동시대의 화두가 아니더라도 문학은 내게 낯선 타인과 소통하는 법을 개닫게 했고 타인의 상처를 깊이 응시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러나 문학을 통해 위안받은 것은 정작 타인이 아닌 내 자신이었습니다. 가부장 시대를 살아온 여성의 내면으로 침잠하기도 하고, 소외받는 노동자가 되어 투쟁하기도 하면서, 나는 나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보다 깊이 이해하고 포용하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문학은 내게 삶의 긍지와 끊임없는 생명력을 불어넣어 줍니다. 신산한 세상살이에 지칠 때면 가장 먼저 손을 내밀고 다가와 말을 건네고, 가장 너른 품으로 마음을 다독여 줍니다. 이번 '교과서 한국문학' 공지영 시리즈는 내 아이들이 나와 같은 수혜를 받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동안 쓴 글들을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고쳐 쓴 것입니다. 부디 이번 창작선집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세계를 둘러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내 글이 여러분의 삶을 보다 치열하게, 숭고하게 담금질한다면 작가로서 이보다 값진 일은 없을 것입니다.

별들의 들판

왜 소설을 쓰기 시작했던가, 왜 묘사하고 싶다고 생각했던가, 왜 저 사람의 웃음 뒤에 울음이 차오르고 있다고 느끼고야 말았던가? 나는 그런 통찰력을 받았던가? 왜 스무살 시절 엄마의 말을 듣지 않고 내 인생을, 감히 여자가 이 한국이란 땅에서, 나는 내 인생을 살겠어, 누구의 것도 아닌 내 인생을 내 인생으로 살아가겠어,라고 그토록 굳게, 돌이킬 수도 없이 결심했던가. 가끔씩 글이 풀리지 않으면 그런 쓰잘 데없는 회한들을 기억해내기도 했다. 가끔씩 혼자 책상 앞에 앉아 멍해 있으면, 나를 배반하지 않는 것은 글쓰기뿐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그건 전적으로 내게 달린 일, 나의 감각을 인화해내고, 나의 경험을 완성해주어서, 내게 삶을 삶으로 명확하게 살도록 해주었으니까. 잘못되었을 경우 내 탓이라고 하면 되니까, 책임의 실체가 있고 능력의 부재가 뚜렷한 거니까. 최소한 운명이나 배신은 아닌 거니까... 그러니 이제는 알게 된 것이다. 쓰는 일보다 사는 일이 더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두 개가 적어도 내 인생에 있어서는, 실은 처음부터, 갈라놓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말이다. 모든 인생길이 나침반처럼 이곳을 가리키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새삼 내가 작가라는 일이 감사하다. 나이를 먹을수록 더 그러는데, 진심으로 감사하다.

봉순이 언니

<봉순이 언니>를 낼 무렵 사회학을 공부하던 친구가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역사가 기록하지 못하는 그 갈피, 분명 오래도록 존재했으나 계급으로자리매기지 못한 과도기적 계급 식모, 그걸 그려내다니, 이건 소설가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어, 라는 그 말... 나는 처음으로 내가 소설가라는 것이 다행스러웠다. 문학이 대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문학은 혹시 그저 고급스러운 오락이 아닐까 괴로웠는데, 평생 처음으로 그랬다. 나는 <봉순이 언니>가 신기하고 자랑스럽다. 그것은 전적으로 내가 아니라, 1960년대의 내 가족, 내 동네, 우리 서울과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이 어울려 불러낸 노래들이었고, 나는 다만 운이 좋아 그것을 기록할 영광을 얻었을 뿐이니까.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오늘은 더 작은 한 방울의 물로 내려 깊이 스미고 싶습니다. 따뜻한 어둠 속에 웅크려 있고만 싶습니다. 언젠가 맑은 햇살 아래 샘물로 솟아오른다든가 강으로 흘러가 바다에 도달한다든가 이런 지당한 생각은 말로 그저 머물러 있고만 싶습니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츠지 히토나리의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그를 만나고 있는 것과도 같다. 그는 늘 장난꾸러기 같고, 조용하지만 항상 설렘에 가득 차 있으며, 늘 출발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는 이 모든 것을 진실과 진심으로 해냄으로써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가까운 나라에서 태어나 다른 언어로 작업하고 있는 내 오뉘 같은 그와 이런 작업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이 내게는 축복이었다. 그의 경쾌함와 진심이 우리 독자들에게도 내가 느낀 바와 같은 감동을 일으키리라고 믿는다. 그의 말처럼 한국과 일본, 그 백 년 후의 흐름에 이 소설을 맡기고 싶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세트 - 전2권

츠지 히토나리의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그를 만나고 있는 것과 신기하게도 같다. 그는 늘 장난꾸러기 같고, 그는 늘 조용하나 그는 늘 설레이고 있고, 그는 늘 출발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는 이 모든 것을 진실과 진심으로 해냄으로써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가까운 나라에서 태어나 다른 언어로 작업하고 있는 내 오뉘 같은 그와 이런 작업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이 내게는 축복이었다. 그의 경쾌와 그의 진심이 우리 독자드에게도 나와 같은 감동을 일으키리라고 믿는다. 그의 말처럼 한국과 일본, 그 백 년 후의 흐름에 이 소설을 맡기고 싶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세트 - 전2권 (2018 다이어리 세트)

츠지 히토나리의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그를 만나고 있는 것과 신기하게도 같다. 그는 늘 장난꾸러기 같고, 그는 늘 조용하나 그는 늘 설레이고 있고, 그는 늘 출발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는 이 모든 것을 진실과 진심으로 해냄으로써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가까운 나라에서 태어나 다른 언어로 작업하고 있는 내 오뉘 같은 그와 이런 작업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이 내게는 축복이었다. 그의 경쾌와 그의 진심이 우리 독자들에게도 나와 같은 감동을 일으키리라고 믿는다. 그의 말처럼 한국과 일본, 그 백 년 후의 흐름에 이 소설을 맡기고 싶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세트 + 2014 다이어리 - 전2권

츠지 히토나리의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그를 만나고 있는 것과도 같다. 그는 늘 장난꾸러기 같고, 조용하지만 항상 설렘에 가득 차 있으며, 늘 출발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는 이 모든 것을 진실과 진심으로 해냄으로써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가까운 나라에서 태어나 다른 언어로 작업하고 있는 내 오뉘 같은 그와 이런 작업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이 내게는 축복이었다. 그의 경쾌함와 진심이 우리 독자들에게도 내가 느낀 바와 같은 감동을 일으키리라고 믿는다. 그의 말처럼 한국과 일본, 그 백 년 후의 흐름에 이 소설을 맡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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