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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김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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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길을 묻다>

5공 남산의 부장들 2

사람들은 권력을 모른다 돌아보면 딱 30년 만이다. 박정희 시대 18년을 다룬 《남산의 부장들》 서문을 쓴 것이 1992년이다. 그리고 올해 2022년 대한민국의 제20대 대통령은 검사 윤석열이다. 제5공화국이라고 일컫는 ‘전두환 시대’(1980~88)의 국가안전기획부장(정보부장) 5명에 대해 탈고하고 머리말을 적기까지 30년이 걸린 셈이다. 그렇다고 《5공 남산의 부장들》을 쉬지 않고 준비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한동안 나는 박정희 시대 10명의 정보부장 역사를 기록한 것으로, 소임이 끝났다고 생각하며 잊고 지냈다. 그렇지만 습관처럼 자료를 모으고, 인터뷰하고, 메모하기는 했다. 저널리스트의 어쩔 수 없는 관성이고 직업병이었을까. 그래도 새 책을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임은 신문사를 떠나 대학 강단에 선 16년 동안 계속되었다. 그렇게 주저하는 동안에도, 첫 책은 서점과 전자출판에서 살아남았다. 또 픽션 영화로 가공되어, 코로나 상황에서도 500만에 이르는 관객을 모았다. 독자, 관객의 관심과 질책으로 생긴 빚은 나에게 의무가 되었다. 윤석열 정치도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에서 시작됐다 그 30년,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뀌는 세월에, 우리는 무엇을 이루어 전진했고 또 한편으로 쳇바퀴 돌고 있는가? 한국 정치는 안기부 혹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가? 우연찮게도, 윤석열 검사의 이름이 뜨기 시작한 건 10년 전, 그가 원세훈 국가정보원의 여론 조작(댓글) 사건 수사팀장을 맡으면서부터다. 그만큼 우리 정치는 안기부(국정원)의 음습한 그늘에 맞닿아 있다. 그 전신(前身)인 중앙정보부는 악(惡)의 소굴이었다. 정치 공작과 정치자금 모금, 선거 조작, 이권 개입, 도청(盜聽), 미행, 납치, 고문(拷問)에다 밀수, 암살도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5공의 전두환 장군도 1980년 정보부장에 오르자, 과거의 월권 폐해를 없애고 완전히 새로운 조직으로 만들겠다고 큰소리쳤다. 그런 5공이 국가안전기획부로 이름을 바꾸고 법을 고쳤지만, 밀수와 암살만 빼고 고스란히 1970년대의 정보부를 답습했다. 5공은 야당을 탄압하기 위해 국가 예산으로 정치깡패를 고용하기도 했다. ‘보통사람의 시대’를 내건 6공화국 노태우 정권도 다를 바 없다. 6공 안기부는 정치 개입, 선거공작을 본분으로 여겼고, 그러다 선거운동 현장에서 요원이 신분증을 빼앗겨 망신도 당했다. 군부정권이 끝나고 문민(文民)정부 시대에는 달라졌는가? 김영삼 정권 때는 안기부의 김기섭 기조실장이 김현철의 정치자금을 숨겨주고 세탁한 혐의로 투옥된 바 있다. 김대중은 국정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정보기관에 핍박당했던 지도자답게 탈각(脫殼)을 별렀지만 임동원, 신건 원장이 도청·감청 문제로 감옥에 갔다. 노무현 정부의 김만복 원장은 ‘선글라스 사건’에 이어 남북대화록을 흘리며 정치 곡예를 벌이다 스스로 사퇴했다. 이명박 정부의 원세훈은 여론 조작 등으로 감옥에 가서 2030년이나 되어야 출소할 것이라고 한다. 박근혜 정부 국정원의 남재준, 이병호, 이병기 세 국정원장은 특수활동비 상납으로 모두 감옥에 갔다. 그들에 대한 법적 단죄는 현재진행형이다. 뜬금없이 떠오르는 것은 ‘인수봉’이라는 시(정호승) 한 구절이다. 사람들은 사랑할 때 사랑을 모른다 사랑이 다 끝난 뒤에서야 문득 인수봉을 바라본다 그래서 생각해본다. 이 땅의 현대 정치사에서 정권을 뒷수발했던 정보부장(안기부장)들을 기록하면서, 인간과 권좌와 권력의 생리를 성찰해본다. 사람들은 자리에 있을 때 권력을 모른다 권력이 다 끝날 때에야 문득 정상(頂上)을 되돌아본다 권력은 멀쩡한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 영리한 지식인도, 힘센 장사도 한낱 부나방으로 만든다. 권력의 광기(狂氣)에 휘말려 인격과 생애의 자산을 날린다. 경제도 거품은 모르고, 주식도 상투는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일까. 그것이 인간 존재의 한계인 것인가? 이 책은 그러한 ‘설계 미스’ 같은 인간 존재, 그리고 권력과 ‘인간 본질’에 대한 탐구이다. 윤석열 정부의 출범에 즈음해, 그 실세 측근들은 5년 후, 2027년 5월을 쳐다보면서 일해나가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길을 잃은 나그네는 북극성을 찾는다. 권력에는 하산(下山)의 그날이 북극성이다. 그날은 어김없이 온다. 그리고 예외 없이 역사의 벌판, 숨을 수 없는 황야에 선다. 다 끝날 무렵에 인수봉 정상을 바라보면 너무 늦고 허망하다. 이 책은 선대(先代)의 피눈물 흘린 역사에 관한, 바보들의 행진에 관한 2번째 보고서다.<중략>

슬픈 열도

역사와 지정학의 시야에서 한·일 관계의 과거에 맺힌 은원(恩怨)을 뒤돌아보고, 미래를 내다보는 작업의 하나로, 일본 속 '한국 핏줄'들에 관한 이야기를 파헤쳐 보고 싶었다. 가까이는 일제강점기에 열도로 건너간 '조센진'부터 멀리는 임진왜란 때 포로로 잡혀간 한인(韓人)에 이르기까지, 시마구니 곤조(섬나라 근성)와 투쟁하며 그들이 흘렸을 피와 눈물을 적어보고 싶었다. 이제 와서 그들의 죄일 수만도 없는 과거―나라의 죄가 더 컸다―를 민족주의라는 도마 위에 올려놓고 선악을 가리고 심판하자는 차원에서 이 책을 쓴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이분법을 넘어서야만, 멀리 이역 섬나라에서 텃세 속에 살다 간 그들의 슬픈 좌절과 패배를 공정하고도 입체적으로, 있는 그대로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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