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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신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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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극지의 새>

누구인지 몰라도 그대를 사랑한다

...그리고 악몽이 시작되었다. 피투성이가 된 공작원과 GP 요원들이 수시로 찾아왔다. 당시엔 고통을 드러내고 남북이 정서적으로 화해를 이루는 생명적인 시들을 쓰고 싶었는데 현실은 '우리들의 땅'조차 온전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체험적인 진실과 창조적인 진실 사이에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나는 시를 버렸다. 그 뒤 고통스럽게 몰려오던 혼란과 방황, 그리고 동족으로부터의 소외, 그게 내가 감당해야 할 삶의 양식이었다. 이 시집은 오랫동안 아물지 않던 그 몸부림의 흔적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비무장지대에 떠도는 젊은 영혼들에게 이 시집을 바치고 싶다.

바이칼 키스

황양에 살아 있는 것들은 그 하나하나가 절규였다. 나는 절규와 먼지 사이에서 인간적인 것 일체를 버리려고 숨죽이며 살았다. 그때 시간 앞에 죽음 앞에 무슨 생명의 기운이 돌았던가? 밤공기를 뒤흔드는 늑대 울음소리, 울부짖는 별빛, 그 뒤에 불어오는 숨 막히는 허공. 어디서 오는지도 모르는 푸른 고독 속으로 바이칼 물소리가 울려왔다. 나는 시베리아 숲 속을 돌고 돌아 바이칼을 향해 갔다. 열차는 이름 모를 야생화와 구릉 사이로 달렸다. 구릉 위에서 아이들이 춤추듯이 내려오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아이들은 손을 흔들수록 손 가득히 피어나는 흰 물결을, 눈빛승마를, 뭉게구름을 놓치면서 먼 곳을 바라보았다. 황야에 묻혀 있던 천지와 그리운 얼굴들이 차창에 어렸다. 문득 물결 높아지고 눈길 흩어진 자리에 들어서는 병풍벼랑 밑의 단아한 자작나무들, 열차는북서쪽으로 휘어지는데 나는 북동쪽으로 돌아서서 삐이 하고 날아가는 새 울음소리에도 온몸이 덜컹거렸다. 압록강, 신의주, 사리원, 알혼 섬 큰 파도 위에 떠다니는 개성, 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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