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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에세이
국내저자 > 문학일반

이름:염무웅

성별:남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41년, 대한민국 강원도 속초

최근작
2023년 6월 <뉴래디컬리뷰 2023.여름>

[큰글자도서] 지옥에 이르지 않기 위하여

책의 표제로 내세운 ‘지옥에 이르지 않기 위하여’는 독일의 저명한 음유시인 볼프 비어만(Wolf Biermann)이 한국 인터뷰어에게 했던 말에서 가져온 것이다. 비어만의 아버지는 유대인 공산주의자로서 아우슈비츠에서 학살되었고 비어만 자신도 부모의 뜻을 이어받아 일찍이 소년 공산주의자가 되었다. 그는 열일곱 살 때인 1953년 고향 함부르크를 떠나 이념의 조국이라 생각한 동독으로 넘어갔다. 거기서 그는 대학을 다니면서 시를 쓰고 노래를 불렀으며 노동자극단을 만들어 활동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그의 공연은 금지되고 작품은 엄격한 검열의 대상이 되었다. 동독의 최고지도자가 직접 나서서 그의 시집을 비난하고 한동안 그를 가택에 연금시키기도 했다. 그가 꿈꾸었던 이상적 공산주의와 실재하는 독일민주공화국의 현실은 너무도 다른 것임이 드러난 것이었다. 결국 비어만은 1976년 서독 금속노조의 초청으로 쾰른에서 공연한 직후 동독 시민권을 박탈당하고 추방된다. 세월이 흘러 마침내 독일은 하나로 통일되고 그는 자신이 동독으로 건너갈 때 지녔던 꿈이 실현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기에 이른다. 머릿속에서 구상한 낙원을 억지로 지상에 건설하려는 것은 지옥에 이르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는 확신에 도달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자본주의 체제에 투항한 것은 결코 아니었고 사회적 불의와 체제의 모순에 대한 고발을 멈춘 것도 절대 아니었다. 다만 그는 낙원에 대한 환상 때문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들 편에 서기 위해서 끊임없이 시를 쓰고 노래를 불렀다. 이념을 위해서가 아니라 지옥으로 가는 열차를 막기 위해서였다. 내가 처음 비어만의 이름과 그의 노래를 들어본 것은 1980년대 중반 독일 유학에서 갓 귀국한 경북대 김창우 교수를 통해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브레히트의 발라드를 계승한 그 의 시 형식에 주로 관심을 가졌고 정치적 배경에는 아는 바가 없었다. 그러다가 중앙대 김누리 교수 등의 인터뷰집 『변화를 통한 접근』(한울 2006)을 통해 좀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비어만은 2005년 초 한국의 독문학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나서 몇 달 뒤 내한하여 동숭동 학전소극장에서 공연을 했고, 나는 가수 정태춘 선생의 초대로 운 좋게도 공연을 관람했다. 그는 혼자 기타를 쳐가며, 또 자기의 이름 Wolf (늑대)와 Bier(맥주)mann을 소재로 농담을 던져가며 유쾌하고 질펀하게 노래를 불렀다. 잊지 못할 공연이었다. 비어만의 말에서 제목을 가져오면서 그의 이력을 길게 살펴본 것은 이 책의 바탕에 깔린 내 생각이 그에게 깊이 공명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인들 앞에 가로놓인 지옥은 독일인들의 것과 다르고, 따라서 지옥에 이르지 않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그들과는 상당히 다를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그가 인터뷰에서 말한 ‘지옥’ 자체가 지구 상황의 전면적 위기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오늘의 기준에서는 아주 제한적인 개념으로 보인다. 그래도 어쨌든 극단적 냉전의 시대에 동독과 서독 양쪽을 모두 살아본 비어만의 경험은 한반도 분단 76년의 엄혹한 지뢰밭을 숨죽이며 건너온 사람들에게는 차라리 부럽다고 할 만한 것이다. 그런 여러 차이에도 불구하고 지구의 환경과 인간의 현실이 지옥으로 화하지 않도록 각자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마음만은 비어만도 나도, 아니 이 세상 어디에 사는 누구라도 공유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문학과 시대현실

이 시대의 지배적 관념과 나의 문학적 감각 사이에 괴리가 생긴다고 여겨질수록 나에게는 문학작품을 그것이 태어난 시대적 현실의 직접적 소산으로 읽는 것이 더 절실하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내가, 이 책을 세심하게 읽는 독자라면 동의하겠지만, 기계적 반영론의 지지자인 것은 아니다. 실상 내가 진정으로 관심을 갖고 해보고 싶은 일은 문학작품에 이룩된 독특한 성취를 그것의 역사적·현실적 근원과의 관계 속에서뿐만 아니라 그것 자체의 미학적 질서 속에서 해명하는 것이다. 물론 아무런 사심이나 선입견 없이, 어떤 선험적 이념의 지도에 매달림 없이, 형상화되어 있는 그대로의 작품 자체에 육박하고자 하는 것은 모든 비평가들의 한결같은 목표일 것이다. 한편으로 그것은 문학의 내적 질서에 최대한 몰입하는 감성의 행위이면서, 다른 한편 작품이 발딛고 있는 그 시대의 구체적인 현실에 객관적으로 접근하는 이성의 작업이다. 어느 면에서 그것은 세속적 이해를 초월하는 정신의 집중을 요구하는 동시에, 다른 면에서는 물질적 현실의 심층에 대한 일종의 법칙적 투시를 요구한다. 그러나 안고수비(眼高手卑), 실제로 씌어진 글은 언제나 쓰고 싶었던 것에 미치지 못한다. 그것을 알면서도 평론집의 표제에는 내 비평적 사유의 단진자운동에 양축이 된 두 낱말을 앞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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