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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이름:이갑수

성별:남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83년, 대한민국 서울

직업:소설가

최근작
2024년 1월 <[큰글자도서] 외계 문학 걸작선>

SNS
//www.instagram.com/bookstore_rorty

#킬러스타그램

“사람들은 더 이상 오늘보다 내일이 더 좋고, 올해보다는 내년이 더 낫고, 10년 뒤에는 훨씬 좋아질 거라는 전망을 하지 않는다. 국가 차원에서는 발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그저 버티고 있을 뿐이다. 이 소설은 내가 이 고장 난 세계에서 버티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세상이 즐겁지 않다면, 내가 즐거운 이야기를 쓰면 된다. 즐겁게 읽어주면 좋겠다. 그리고 당신의 삶을 버티는데 이 글이 도움이 되기를.”

외계 문학 걸작선

나의 스승은 멀리 떠나며 내게 씨앗을 줬다. 무슨 씨앗인지는 말해주지 않았다. 마침 적당한 땅이 보여서 씨를 뿌렸다. 주인이 없는 땅이었고, 아주 넓었다. 내가 씨를 뿌린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사람들이 몰려와 공사를 시작했다. 무슨 협회에서 나왔다고 했다. 그들은 땅을 파고, 고르고, 잔디를 심더니 잔디 위에 선을 긋고 골대를 세웠다. 공사가 끝났을 때쯤, 나는 스승이 준 씨앗이 무엇인지 알았다. 옥수수였다. 그들은 마지막으로 관중석과 중계석을 만들고, 축구를 시작했다. ―여기서 옥수수 키우시면 안 됩니다. 옥수수밭에 물을 주고 있는데, 해설가라는 사람이 와서 그렇게 말했다. ―여긴 주인 없는 땅인데요. 나는 그렇게 대꾸하고 계속 물을 줬다. 해설가는 매섭게 나를 노려보더니, 중계석으로 돌아갔다. 꼬리를 길게 빼는 호각 소리와 함께 경기가 시작되었다. 나는 다 자란 옥수수를 수확하며 가끔 공이 오가는 것을 지켜봤다. ―다들 열심히 뛰는구나. 허리를 펴며 감탄하고 있는데, 심판이 내게 달려와 레드카드를 내밀었다. 나는 카드를 받고, 심판에게 옥수수를 하나 주었다. 심판은 고맙다는 말도 없이 다시 경기장으로 돌아갔다. 그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나는 당신이 심판인 경기의 선수가 아니야. 여기는 축구장이 아니야. 너희가 멋대로 축구장을 세우고, 시합을 하고 있을 뿐이야. 여기는 드넓은 대지야. 여기서는 뭐든지 할 수 있어. 종이비행기를 날리든, 노래를 부르든, 농사를 짓든 각자 자기 마음이야. 너희가 축구를 좋아한다고 축구를 하라고 강요하지 마. ―그러면 저희가 해설을 할 수가 없잖아요. 해설가가 내 마음의 소리를 들었는지 중계를 하다 말고 그렇게 말했다. ―그냥 맛있게 먹어요. 나는 해설가에게도 옥수수를 하나 줬다. 스승이 내게 씨앗을 준 이유를 생각해본다. 어쩌면 스승이 준 건 다른 씨앗인데, 내가 키워서 옥수수가 자란 것인지도 모른다. 애초에 뭔가 착각한 것은 아닐까. ―축구공을 줬어야죠. 그랬으면 저기서 같이 경기를 뛰었을지도 모르잖아요. 나 축구도 무지 잘하는데. 하지만, 옥수수 키우는 것은 재미있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아무리 월드컵이 인기가 있다지만, 이 드넓은 대지에 모두가 축구를 하고 있으면 그건 너무 슬픈 일이다. 스 승은 내 성향을 잘 알고 씨앗을 줬을 것이다. 루브르박물관에서 뭔가를 할 기회가 생기면 아마도 나는 브레이크댄싱을 출 테니까. 2023년 봄

편협의 완성

첫 소설을 썼을 때, 사부는 내게 맥주를 사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넌 놀라운 재능을 갖고 있어. 어쩌면 나는 그 말 때문에 소설가가 됐는지도 모른다. 흔들릴 때마다 그 말을 떠올리면서 내가 쓰고 싶은 것을 쓰고 싶은 방법으로 썼다. 몇 년 전에 사부의 고향에 내려갔다가 그 말의 진의를 알게 됐다. 늘 그랬듯이 우리는 음악이 나오는 술집에서 맥주를 마셨다. 적당히 취기가 올랐을 때쯤, 화장실에 다녀오다가 나는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다. 사부가 냉장고를 붙잡고 말을 하고 있었다. -넌 놀라운 재능을 갖고 있어. 헛웃음이 나왔다. 그날 우리는 냉장고의 재능을 전부 마셨다. 서울에 돌아와 선배들과 후배들에게 물어보니, 사부에게 그 말을 들은 사람은 삼백 명도 넘었다. 일종의 술버릇이었다. 사부는 술을 마시면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 누구든 같은 말을 하는 모양이었다. 이제 나는 내가 읽고, 쓴 문장의 총량이 나의 재능이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 재능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것도. 첫 책이다. 오래 걸렸다. 이제 나는 정말로 놀라운 재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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