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살다 보면 도도한 겉모습과는 다르게 가끔 이상한 포즈로 있을 때가 많아요. 그럴 때마다 고양이의 눈에는 세상이 어떻게 보이는 걸까 궁금해지기도 하지요. 그런 저에게 이 책은 ‘내가 고양이라면?’ 하는 질문을 던져주었어요. 혼자 남은 고양이의 하루를 상상해보세요. 사람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것처럼 고양이라고 못할 일이 뭐가 있겠어요? 번역을 하는 동안 머릿속에는 하얀 여백에 들어갈 그림들이 가득 떠올라 내내 즐거웠습니다. 그냥 동그랗게 쭈그려 앉아 있는 고양이 그림 같지만, ‘스키 리프트’라는 키워드를 보는 순간 머릿속에 스키 리프트가 그려지고, 스키 복장을 입은 고양이가 떠올랐지요. 눈 덮인 스키장과 나무들이 빽빽한 장면이 펼쳐지더라고요. 지금 테이블 앞에 앉아 있는 우리 집 고양이도 실은 상상 속에서 스키 리프트를 타고 있을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요. 이 책은 얼핏 보면 고양이만 잔뜩 그려져 있는 단순한 책이지만, 누구의 손에 쥐어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책으로 완성될 수 있어요. 그게 바로 이 책의 매력이지요. 고양이의 비밀스러운 하루를 상상하며 여러분만의 멋진 고양이 책을 완성해봤으면 좋겠습니다. 한 번 시작해보면 그 재미에 푹 빠질 거예요. (옮긴이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