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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최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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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물까치 둥지>

숨김과 관능의 미학

도덕적인 고행생활을 강조하는 자이나교는 1년에 한번 ‘용서의 날’이 있다. 그날 교인들은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땅과 공기, 물과 불, 동물과 사람 등 모든 존재에게 해를 끼친 행동을 낱낱이 기억해 내면서 하루 동안 단식을 한다. 그리고 자신이 저지른 허물을 하나하나 상기하면서 용서를 구한다. 불교에서도 이와 같은 의식이 있는데 그것을 자자自恣라 한다. 잘못을 돌아보는 참회행사다. ‘용서의 날’이나 ‘참회’는 묵은 허물을 털어버리고 새롭게 시작하려는 신앙적인 의식이다. 머리글에 종교의식의 말을 먼저 앞에 놓은 것은 내 마음을 대변하기 위해서다. 월간 <시와표현>에 2016년 2월부터 2017년 6월호까지 1년 반 동안 시조와 시 리뷰를 연재하면서 늘 마음이 무거웠다. 시인으로서 남의 작품을 다룬다는 것이 외람되기도 했고 혹여 작가나 독자들께 큰 누를 끼치지나 않을까하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을 묶기 전에 먼저 용서를 구하고 싶었다. 겉표지에 비평집이라고는 했으나 비평이라기보다는 감상위주의 형식을 취해 썼다. 작가의 모든 작품들은 그의 정신적 산물이므로 그것을 어떻게 해석, 분석한다는 것이 내게는 가당치 않았다. 발표된 작품들을 살피다보면 주제가 유사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런 작품들을 선정하여 작품 해석 위주가 아니라 그 정서나 영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연관된 작품과 접목시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수법으로 썼다. 시인의 개인적 상흔으로부터 사회적 관계 성향에 이르기까지 살펴보려고 했다. 폴 발레리가 말한 ‘진정한 시인은 영감靈感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이다’를 늘 염두에 두었다. 그리고 전문 비평가가 아니기에 어떤 이론에 입각하거나 현학적이기보다는 시인으로서, 독자로서 시를 바라보는 견해로 쉽고 재미있게 쓰고 싶었다. “들리는 가락은 감미로우나, 들리지 않는 가락들은 더 한층 감미로우네, 다정한 피리여, 계속 가락을 연주하오, 감각적인 귀에다 말고, 더 매력적인 것 있으니, 정신에다 침묵의 노래를 들려주는 것 이리······” - 키이츠, 「그리스 항아리에 부치는 노래」 바슐라르가 그의 책 『공기와 꿈』, 「문학이미지」에서 위에 인용한 키이츠의 글을 전제해 놓고 작곡가들의 이야기를 끌어왔다. 그것은 작곡가들의 작곡 행위를 시인이 시를 탄생시키는 저작 행위와 동렬로 놓기 위해 타인의 글을 새로운 문학이미지 선상에 놓고 싶었던 것처럼 나의 리뷰쓰기도 그랬다. 주베르가 「사념들」에서 “인간에 대해 알고자 하는 철학자가 해야 할 가장 큰 공부는 바로 시인들이다.”라고 한 이 말로 인사에 가름한다. 시는 시인 자신을 떠나면 독자의 몫이라고 했지만 여기서는 나 혼자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지면에 수록하다보니 만약 다룬 작품들 중 우를 범하여 오해를 가져다 놓았다면 그것은 나의 감성적 무지에서 온 것이니 서슴없는 비판과 질책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면을 허락하신 박무웅 발행인님과 연재 초기에 조언을 해주신 이우걸 선생님, 또 그동안 많은 격려를 보내주신 분들께 진정으로 감사를 올립니다. 2017년 12월 끝자락 草月軒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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