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밟고 하는 사랑은 언제고 흙이 묻었다.” 빨간 줄이 그어져 있는 이 구절을 처음 읽은 것은 아마도 내가 중학교 이 학년 때쯤인 것 같다. 이상의 영전에 받친 김기림의 이 시 구절은 늘 내 마음속에 살아 있었다. 나는 이 구절을 이렇게 내 나름대로 해석한다. 사람의 사랑도 삶도 완전한 것은 이 땅 아래 없느니, 그저 너그럽게 한 생을 보내라고.
유한한 삶 앞에서 우리 모두는 쓸쓸하다. 어느 날 젊은 그대도 백발이 성성하리니 오늘은 내일의 젊음이라 그저 열심히 살아갈 밖에... 나의 세 번째 산문집 <세월>은 그런 마음으로 쓰였다. 나의 세월이나 다름없이 덧없이 흘렀을 당신의 세월도 조금쯤 위로받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