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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김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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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땅이 운다>

세계 핵 사고사

■ 역자 후기 2년 전 겨울, 원불교환경연대에서 일본으로 반핵 작당(?) 연수를 갔다. 금요 반핵집회 현장에도 가고 원자력자료정보실(CNIC)에도 들렀다. 아시아 최고의 반핵 씽크탱크답게 꽉 차 있는 자료실 광경은 늘 감동을 넘어 압도당할 정도였다. 마침 이곳 원탁에 며칠 전 인쇄되어 나온 책 제목이 눈에 띄었다. 세상에 온갖 핵사고들은 다 사연이 있다. 우연히 주워간 방사선원에 온가족과 집에 들른 친척까지 피폭당하는 여러 나라의 이야기. 사망사고를 많이 일으킨 옛 소련 핵잠수함K-19가 ‘미망인 제조기’로 서양에서 야유를 받았다지만 나라를 불문하고 핵잠수함 사고는 발생하고 있다. 핵발전소에서 일하고도 어떻게 방사선 검지기를 통과한 것인지 오염된 채 며칠을 활보하고 다녔다는 비정규직 ‘일본 방사능 사나이’ 이야기. 체르노빌 사고 외에도 원자로 폭주로 사망한 운전원 3명의 머리와 손이 극심하게 오염되어 절단해 방사성폐기물로 처리하고 나머지 시신은 ‘방사선 주의’ 스티커를 붙인 철관에 넣어 매장하는 미국 이야기나 방사능에 오염된 철근으로 지은 탓에 ‘피폭 맨션’에 살게 되었는데 이후에도 계속 살아야 하는 대만 이야기는 새삼 슬프고 놀랍고 화가 나는 사건들이다. 한국에서 가장 많은 피폭을 당하는 직업군은 비파괴종사자이고 일본은 의료종사자라고 한다. 핵잠수함에 타지 않고 핵발전소 오염구역에 들어가 일하지 않고도 많은 사람들이 크고 작은 피폭을 당하고 있다. 이 핵사고사는 한정된 정보와 많은 사건을 담느라고 대체로 짧게 다루었다. 일본에서 출간된 책이라 미국 다음으로 일본 사건사고를 많이 다뤘고, 한국사례가 5건에 그치고 등급 사고조차 거의 실리지 않은 것은 원작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핵발전소는 피폭노동을 전제로 돌아간다. 피폭노동이란 일정 비율의 노동자가 죽는다는 걸 각오하고 하는 일이다. 그러니까 작업자체가 목숨을 갉아먹는 일이고 가동하면서부터 십만 년을 감당해야 하는 폐핵연료가 발생함을 알고 있다. 세상에 이렇게 덤벼든 사업이 핵산업 말고 또 있을까. 한국 핵산업계는 후쿠시마 사고 여파를 알면서도 별 대책 없이 ‘우리는 안전하다’며 호언하며, 심지어 영남권 정치가들은 더 많은 핵시설 유치에 혈안이다. 2016년 12월 20일엔 세상에서 가장 큰 신고리 3호기를 상업 가동시켰다. 세상 최고급 가동율에 고장율은 최저급이라는 원자력문화재단의 자랑이 나는 더 무섭다. 1978년 고리1호기 첫 가동부터 현재까지 사건사고 공식 기록만해도 720건이다. 자잘한 사고나 트러블이 300번, ‘하마터면’ 싶은 사고가 29번 발생하면 1번의 대형사고가 발생한다는 하인리히 법칙을 생각하면 간담이 서늘해지는 건수이다. 탈핵이야말로 요동치는 지각변동시대에 생존을 위한 선택이다. 닥치기 전 ‘원자로 시한폭탄’ 뇌관을 당장 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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