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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최지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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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달콤한 픽션>

달콤한 픽션

아버지는 입으로 음식물을 삼키지 못했다. 뱃줄이라 부르는 위루관을 통해 대체식을 곧바로 위로 투입해 끼니를 해결했다. 엄마는 그런 아버지에게 미안해 안방에서 바로 보이는 식탁에서 밥을 먹지 않았다. 거실 소파에 앉아 무릎에 작은 트레이를 올려 두고 하는 식사가 부실하리라는 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몇 개의 문장으로 처한 상황을 표현하면 엄청난 절망과 불행을 겪는 것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셋이 나란히 누워 마스크 팩을 할 때마다 엄마는 아버지 피부가 정말 좋아졌다며 이래서 사람들이 단식을 하나 봐, 하고 말했다. 역시 남자는 피부지, 대꾸한 뒤 몇 분 지나지 않아 아버지는 먼저 잠들었고 그 수척한 얼굴을 바라보며 엄마, 내가 작가로서 사연이 너무 없다고 말한 걸 하늘이 들은 건가? 하고 물으면 엄마는 야! 부모 아픈 게 무슨 특별한 사연이냐, 남들 다 겪는 일인데? 하고 단숨에 나의 엄살을 제압하며 비로소 크림빵 봉지를 뜯었다. 아무도 잘못하지 않았는데 다 같이 벌 받는 기분이 드는 것, 가족이 아프다는 건 그런 거였다. 하지만 엄마 말이 맞았다. 아버지가 몇 년 새 거동을 못하고 음식을 먹지 못하고 그리하여 결국 요양원에 가거나 피할 수 없는 마지막을 맞이하는 건 나만 겪는 일이 아니었다. 첫 책을 세상에 내놓는 이제 막 나는 고르게 안쓰럽고 짠한 게 누군가의 인생이라는 것쯤을 알았다. 그러니 아직 갈 길이 멀 수밖에. 멋진 말과 맞는 말 사이에서 고민하고 고민해, 고민 끝에 써 내려가는 나의 문장이 나만의 사연이 아닌 우리의 이야기로 기록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지금에서야 조금은 그 희망에 가까워지는 소설을 쓰는 인생을 살고 싶어졌다. 웃기고도 슬픈 현실에 적응하려 스스로 지치지 않을 방법을 찾았다. 힘이 생길 때 높은 산을 넘자고, 높은 산 앞에서 작아지는 나는 어쩌면 당연한 거라고. 크고 무거운 슬픔을 이기는 게 작은 기쁨이라는 걸 알게 된 뒤로는 일부러 삶 곳곳에 여러 기쁨을 징검다리로 놓았다. 의미 부여가 재주라면 정신 승리가 내 특기니까. 그러니 이 책을 읽는 누군가도 씩씩하지 말고 징징거려도 좋으니 살아가기를, 살아남기를. 제법 문학을 안다고 여겼지만 내 책을 세상에 내놓는 일은 안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차라리 부끄러움을 몰랐어야 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그럼에도 곁을 내어 주고 격려를 아끼지 않은 소중한 이들을 떠올리면 이 책은 적어도 내게 기념비적인 기쁨이 될 것이다. 드러난 이야기와 숨겨진 이야기를 분주히 오가며 보낸 지난 시간을 무구하게 지켜 준 그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 다행히 여차하면 품에 안겨 엉엉 울 수 있는 안심되는 사람이 내 등 뒤에 있다. 스페어타이어를 싣고 먼 길을 떠나듯 기대어 마음껏 살아야지. 대신 펑크나지 않은 대부분 나날은 내가 잘하겠다고, 일단은 다짐해 본다. 2023년 8월 달콤한 진심을 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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