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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에세이
국내저자 >

이름:유승도

성별:남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0년, 대한민국 충청남도 서천

직업:시인

최근작
2024년 3월 <세월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여도 서러워하지 마 화내지도 마>

산에 사는 사람은 산이 되고

삶의 의미를 간직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살아가는 것이 재미있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될까? 별다른 의미가 없더라도 그리고 특별한 재미가 없더라도 사람들은 살아간다. 삶의 의미나 재미는커녕 답답하고 쓸쓸하고 경제적 고통에 울부짖으면서도 살아가는 사람들 또한 많다. 요즈음의 나를 본다. 삶의 의미나 재미의 차원이라면 나 또한 별다른 게 없다. 담담하다고나 할까? 무슨 의미나 재미가 있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에 동의하게 된다. 삶의 의미와 재미를 찾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되긴 하지만 찾고 싶은 열정도 희미하다. 흘러가는 세상을 잔잔한 눈길로 그저 바라보고 싶다. 그 외에는 별다른 생각이 없다.

세월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여도 서러워하지 마 화내지도 마

2024년, 겨울밤의 달빛이 유난히 밝다. 세상이 전쟁과 기후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갈 길을 잃고 비틀거리는 모양새다. 내가 살아가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모습도 심상치 않은 모양새다. 오늘도 창밖을 보니 뿌옇다. 미세 먼지가 산과 산 사이의 공간에 안개처럼 깔렸다. 안개와 비슷하면서도 살짝 느낌이 다른 미세 먼지의 세상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던가? 시골에서 서울로 이사해서 처음 보았던 세상이 그랬다. 봉천동 산동네에서 아침에 일어나 앞을 바라보니 뿌연 안개가 깔려 있었다. 그땐 그게 미세 먼지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서울의 안개는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 정도였다. 그때는 한겨울이라 해도 시골의 산골짜기에까지 미세 먼지가 깔리는 일은 없었다. 멀리 뻗어나간 소백산맥이 미세 먼지에 가려 흐릿하게만 보인다. 이익을 위해 패거리를 짓고 싸우는 일은 국가 안의 작은 집단에서나 국외의 커다란 집단에서나 다름이 없다. 기후 변화를 나열하며 인류의 멸종을 운운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눈앞에 어른거리는 이익을 멀리할 생각이 없다. 요즘 따라 달빛이 유난히 밝은 게 다 이유가 있는 셈이다. 세상이 흐릴수록 밤의 달빛은 더욱 빛을 발한다.

수컷의 속성

또 한 해가 가고 한 해가 오니 내 나이도 60이다. 무엇인가를 해놓거나 남긴다는 것도 별 의미가 잡혀지지 않는다. 그런 중에도 나는 글을 쓰고 있고 그 결과물로 또 한 권의 시집을 내게 되었다. 어쭙잖은 말은 더 늘어놓지 않기로 한다. 다만 지금까지 내가 시인으로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옆에서 나를 밀어주었던 몇몇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것만은 밝혀두고 싶다. 내 시 중에 사람의 마음을 달래주는 글이 한 편이라도 있다면 그건 내가 쓴 것이 아니라 그들이 쓴 것이다. 2019년 새해 아침 망경대산 중턱 오두막에서

작은 침묵들을 위하여

내 나이도 마흔이 되었다. 돌아보면 내놓을 것이라곤 무엇 하나 찾아지지 않는 세월이었다.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신 탓도 있었겠으나 형님들과 형수님들, 누님 그리고 매형께 빚을 지며 살아온 나날들이었음을 어찌할 수 있을까? 그나마 작은 것 하나 붙들고 있었던 것이 이 시집을 내게끔 되었으니 신세진 분들께 조금이나마 갚음이 되었으면 좋으련만, 아무래도 마음에 차지 않는 것을 또 어찌할 수 있을까?

천만년이 내린다

별들이 반짝이는 땅 ― 별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별을 바라보는 사람은 별이랍니다 웃으며 바라보면 웃는 별이랍니다 울면서 바라보면 우는 별이랍니다 친구의 얼굴에서 별을 보는 사람은 별이랍니다 선생님의 얼굴에서 별을 보는 사람은 별이랍니다 부모님의 얼굴에서 별을 보는 사람은 별이랍니다 이웃 아저씨와 아주머니의 얼굴에서 별을 보는 사람은 별이랍니다 나뭇잎이나 풀잎이 바람에 흔들리며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은 별이랍니다 툭 발로 찬 돌멩이가 굴러가는 모습이 아프게 다가오는 사람은 별이랍니다 재잘재잘 흐르는 강물 소리를 벗 삼아 걸어가는 사람은 별이랍니다 자신이 별임을 아는 사람은 누가 뭐래도 별이랍니다 자신이 이 땅의 별임을 아는 사람은 언제까지나 이 땅의 별이랍니다

하늘에서 멧돼지가 떨어졌다

‘만물은 다 제자리가 있다’는 말을 받아들인다. 흘러가는 물에 시선을 두고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이자니 20년이 하루였다. 산 아래는 내가 앉을 자리가 없다는 걸 또 잊었었구나! 내려갈 생각을 지우고 태백의 눈 덮인 봉우리를 바라본다. 2023년 망경대산 중턱에서 봄을 맞으며 제자리를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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