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여 년간 탈-근대 담론들이 우리 나라에 등장해왔다. 화려한 제목의 글들이 여러 지면에 소개되었는데, 연구 텍스트가 될만한 글은 많지가 않다. 그 원인의 하나는 탈-근대 사상의 뿌리에 해당하는 니체의 프로이트에 대한 차분한 연구와 논의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니체와 프로이트 각각은 논리적 사고만으로는 입문하기 힘든 사상가다. 이들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에 걸친 고통스러운 정서적 '자기 인식' 체험이 요구된다.
그 때문인가? 미국 문화의 충실한 수입 단체였던 한국 대학에서, 40년 전부터 미국에서 유행해온 프로이트 및 현대 정신분석학에 대한 연구서를 발견하기 어렵다. 이 특이한 현상은 한국 학자들이 과중한 고통들에 지쳐있다는 기호인가, 아니면 자본주의의 병리상에 이미 도취되어 있다는 기호인가?
이 책의 학문적 위상은 철학과 정신분석학 사이의 다리를 놓는 데 있다. 독자는 철학의 정신분석학적 의미와 정신분석학의 철학적 의미에 대한 메시지를 나름대로 정리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