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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에세이
국내저자 >

이름:강제윤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직업:시인

최근작
2024년 4월 <[큰글자도서] 날마다 섬 밥상>

보길도에서 온 편지

저 빛처럼 사라져 버릴 것들. 나와 내 벗과 이웃과 가족들. 보길도와 다락논과 황토밭, 푸른 시냇가와 풀숲 우거진 들판, 낮은 야산과 큰 산의 바위와 염소들, 염소들, 바다도 곧 사라져 버리겠지. 사라짐이란 무엇인가. 나는 기록하기 시작했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들, 우리 생에서 사라져 버릴 것들. 이 세계와 모든 별들로부터 영영 사라져 버릴 것들. 그리고 마침내 아주 사라져 버릴 이 생애의 한낮에 대해.

섬을 걷다

내륙을 떠돌며 살던 어느 해, 불현 듯 섬으로 가고 싶었다. 나는 영영 돌아갈 것처럼 주저 없이 보길도로 향했다. 그때는 눈치도 못 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귀향한 첫날부터 나는 다시 고향을 떠날 것을 예감하고 있었다. 그 봄, 나는 벗에게 편지를 썼다. “사람은 돌아오기 위해 고향을 떠난다고 하던가요. 하지만 나는 다시 돌아온 고향에서 고향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나는 내 여정의 끝이 이곳이 아닐 것을 압니다. 귀향이란 애초부터 불가능한 시도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고향은 결코 물리적인 공간만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고향이란 내가 태어나 자란 시간까지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그러므로 고향은 결코 실재하는 곳이 아니며 귀향이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에 불과합니다. 이제 나는 또 어디로 불어 가게 될까요.” 그것은 시참(詩讖)이었을까. 세월이 흐른 지금, 나는 다시 길 위에 서 있다. 고향을 떠났으니 나는 고향을 잃은 것인가, 돌아갈 고향을 얻은 것인가? 고향 섬을 나온 후에도 나는 뭍으로 가지 못하고 섬으로만 떠돈다. 섬을 떠났어도 떠난 것이 아니다. 고향을 떠났어도 떠난 것이 아니다. ('서문' 중에서)

숨어사는 즐거움

숨어 살며 나는 자주 '자발적 가난' 에 대해 사유합니다. 자발적 가난이란 단지 비현실적인 꿈에 불과한 것일까요. 아닐 것입니다. 욕망의 노예가 되어 모두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망상 속에 사는 것보다는 자발적 가난이라는 이상이 더욱 현실적일 것입니다. 사람들 모두가 스스로 가난을 택하여 살게 된다면 세계의 모든 저녁은 평화로워질 테지요. 나는 여전히 가진 것이 많습니다.

어머니전

위인전 속에 나오는 위인이나 성인들은 너무도 멀리 있다. 그들은 천상의 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손 내밀어도 가 닿을 수 없다. 하지만 늘 이 땅에 발 딛고 계신 위인과 성인도 있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자식들의 위인이고 성인이다. 자식들을 위해 몸과 마음 다 바친 위인, 자식들을 위해 기꺼이 십자가를 지신 성인. 그래서 이 책은 성인전이고 위인전이지만 우리 곁에 가장 가까이 계신 성인과 위인들의 이야기다. - 책을 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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