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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에세이

이름:나혜석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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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경성에서, 정월. 풀패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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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페미니스트인가

100년후 독자에게 사람들은 믿어줄까? 내가 하루아침에 남의 집 건넌방 구석을 굴러다니는 신세가 되고, 끼니를 때우기 위해 전당포를 들락거려야 했다는 것을. 생활의 곤고함은 육신만이 아니라 정신까지도 병들게 하노니, 나는 끝내 흩날리는 눈발을 맞으며 거리에서 행려병자로 삶을 마감했소. 내가 끝까지 지키고 싶었던 것은 사람으로서, 여성으로서의 자존이었소. 그대들은 모르리. 세상과 불화하고 방종한 대가라고 손가락질하던 당대의 사람들만이 아니라, 거의 한 세기 뒤를 사는 오늘의 여러분들도. 우리 시대에 여성으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가시밭길이었는지. 나는 사람이 되고, 예술가가 되고 싶었소. 그러나 세상은 여성의 삶을 옥죄는 거대한 벽이었으니, 식민지체제와 봉건 질서, 남성중심주의는 숨쉬기에도 버거웠소. 생각이 제법 틔었다는 사람들도 우리더러 인형이 되라는 것이었소. 여자는 남자와 똑같은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오. 나는 인형이 되기를 거부하였소. 그리고 글로, 몸으로 실천하였소. 탐험하는 자가 없으면 그 길은 오지 않는 법 아니오? 나는 내가 내딛는 한 걸음이 조선 여성 전체의 미래와 결부되어 있다는 생각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소. 〈이혼 고백장〉을 발표했을 때 ‘미치광이 짓 같은 노출증’라고 공격한 여성도 있었소. 남성들이야 얼마나 속이 부글부글 끓었겠소. 자신들은 방탕한 생활을 즐기면서 여성에게는 정조를 요구하는 조선 남성의 심사는 이상하지 않소? 이혼하면 친권을 박탈당하고 돈 한 푼 없이 내쫓기는 게 정당한 것이오? 나는 결혼후 한순간도 허투루 허비한 적이 없소. 화가의 길을 걸으면서도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최선을 다했소. 하지만 예술가의 길과 주부의 길이 행복하게 양립하기는 지금도 쉽지 않을 것이오. 결국 나의 결혼은 파탄이 나고 말았소. 과연 결혼이란 무엇일까? 정조란 무엇일까? 모성이란 무엇일까? 내 주장이 지금 세상에서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만큼 과격하다는데, 독자 여러분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자못 궁금하오.

조선 여성 첫 세계 일주기

내게 늘 불안을 주는 네 가지 문제가 있었다. 첫째,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잘 사나. 둘째, 남녀 사이는 어떻게 살아야 평화스럽게 살까. 셋째, 여자의 지위는 어떠한 것인가. 넷째, 그림의 요점은 무엇인가. 이것은 실로 알기 어려운 문제다. 더욱이 나의 견식, 나의 경험으로서는 알 길이 없다. 그러면서도 돌연히 동경되고 알고 싶었다. 그리하여 이탈리아나 프랑스 화단畵壇을 동경하고, 구미歐美 여자의 활동이 보고 싶었고, 구미인의 생활을 맛보고 싶었다. 나는 실로 미련이 많았다. 그만큼 동경하던 곳이라 가게 된 것이 무한히 기쁘련마는 내 환경은 결코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내게는 젖먹이 어린애까지 세 아이가 있고, 오늘이 어떨지 내일이 어떨지 모르는 70 노모가 계셨다. 그러나 나는 심기일전의 파동을 금할 수 없었다. 내 일가족을 위하여, 내 자신을 위하여, 내 자식을 위하여, 드디어 떠나기를 결정하였다. - 떠나기 전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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