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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이름:노혜경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58년, 대한민국 부산

최근작
2022년 5월 <이 모든 무수한 반동이 좋다>

그러나 최소한 나는 저항한다

여기 실린 글들은 맨 마지막 글을 제외하고는 모두 ‘메갈리아’ 이전에 쓴 것들이다. 그럼에도 나는 처음에 이 책의 제목을 『메갈리아 이후 글쓰기』라고 붙여 볼까 했다. 참고 문헌 없음을 아파하는 새로운 세대를 향해 이 망해 버린 선배들의 운동이 그래도 눈물겨웠다고 말하고 싶기도 했다. 또 내가 아주 망한 것은 아니었다고 자부하고 싶기도 해서였다. 한 가지 나 혼자 느끼는 보람이라면 여성시 운동 이후 태어난 수많은 여성 시인들이 여성이라는 딱지 없이 그냥 시인으로 불리는 모습을 보는 일이다. 다시 질문해 본다. 여성시란 무엇일까. 아니 여성이란? 스스로를 여성이라 여기는 시인들이 계속 발전하는 페미니즘의 깊이를 몸으로 구현하며 새롭고 아름다운 어떤 담론을 만들어 낼까? 지금 이 순간 페미니즘은 새로운 싸움을 시작하고 있다. 아니 언제나 페미니즘은 새로운 싸움이었다. 이 책을 쓰는 동안 나도 언제나 새로운 싸움을 했다. 그때는 찾아 내지 못했던 언어를 최근 담론을 통해 발견하는 기쁨이 크다. 마찬가지로 노혜경처럼 싸우는 것을 새 시대 독자들도 즐거워해 주면 좋겠다. 최소한, 저항하는 자의 몫은 있었으면 싶다.

뜯어먹기 좋은 빵

<성모의 기사>에서 <레이스마을>까지, 처음엔, 부드러운 빵조각으로 길을 내고, 길을 잃고, 다시 차갑고 푸른 돌멩이를 줍고, 다시 길을 잃고, 그러면서 절대로 놓치지 않을, 핏빛 강물을 따라 난 검은 길을 찾기까지. (...) 시극의 맨 마지막 장면은 곧장 레이스마을로 이어져 있으나, 그 길을 나는 결코 똑바로 걸어오지 못했다. 인간으로서의, 여자로서의, 모든 비틀거림이 내 언어와 함께 나를 견뎌주고 나서야 비로서 나는 문을 발견한 것이다. 들어서면, 물론 역사는 되풀이될 것이다. 아우슈비츠는 언제나 우리 안에 있고, 나는 다시 그것과 싸워야 한다. 다만, <레이스마을>을 거쳐서 살아남은 나는 이번에는 유다가 아닐 것이다.

말하라, 어두워지기 전에

사랑, 용기, 행동, 이런 일련의 아름다운 말들 속에는 비겁함, 머뭇댐, 뒤돌아서기, 놓아버리기 같은 깊은 틈새가 있다. 틈새를 이해하기 위하여 눈을 감고 들여다본다. 손이 길다란 촉수가 되고 다시 칼이 되어 더듬고 저며본다. 캄캄하다. 벌써 네 번째 시집에 이르는 동안, 내 시는 더욱더 우울해지고 괴로워진다. 어찌할 수가 없어서다. 시절은 불안을 향해 나부끼는 깃발 같아서 어떤 침묵으로도 잠재울 수가 없다. 어떻게 이길까. 어떻게 이길까. 사랑하는 당신,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살아남아 비루하고 구차한 생의 마지막에 그래도 빛나는 것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두 손 가득 너를 뜯어먹은 나의 잔해가 우리는 모두 식인종임을 증명해주는데. 그래도 말하고 싶다. 염치없지만, 혁명하자고. 게처럼 기어서 바다 끝까지 가자고.

천천히 또박또박 그러나 악랄하게

이 책이 일종의 유비, 하나의 거울로 읽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누군가 이 책을 읽고 용기백배하여 '한 사람'이 되는 자기만의 싸움을 시작하려는 결심을 한다면, 아마 나는 생각할 것이다. 이런 횡재가 있나. 쓰게 해준 시대와 독자들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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