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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1일, 8월 초 출국을 앞둔 한비야 작가와 마지막으로 인터뷰 및 ‘알라디너와의 만남’ 행사를 진행했다. ‘알라디너와의 만남’ 이전에 먼저 진행된 인터뷰 자리에 한비야 작가는 사진 속 미소보다 훨씬 더 시원하고 따듯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바쁜 일정 가운데서도 ‘살아있는 느낌’과 열정을 어떻게 발산할 수 있을까 의아했지만, 인터뷰 시작 불과 5분 만에 그 의문은 사라졌다. 지칠줄 모르는 그녀의 뜨거움을, 충만함을 작은 지면을 통해 풀어내고자 한다. (인터뷰 | 알라딘 도서팀 송진경)
Focusing on her new book 알라딘 : 안녕하세요, 만나 뵙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이후 4년 만에 새 책 <그건 사랑이었네>를 선보이셨습니다. 집필하게 된 첫 번째 동기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한비야 : 따져보니 14년 전부터 제가 책을 내기 시작했더라고요. 맨 처음에는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이라는 여행서였잖아요. 거의 5년 동안은 독자들이 ‘어떻게 하면 저렴한 여행을 할 수 있을까요? 어떤 지역이 가장 기억에 남는가요?’라는 질문을 많이 하셨어요. 언제부터일까요?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부터일까요, ‘중국견문록’부터일까요? 그때부터는 저한테 상담을 하기 시작하는 거에요. ‘어려운 결정을 했는데 어떻게 하면 될까요? 응원해 주세요.’ 이렇게 자신의 속마음을 표현하는 거에요. 제 경우에는 이메일, 손수 쓴 편지를 참 많이 받아요. 하지만, 제가 일일이 답장을 해줄 수가 없는 거에요.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어떻게 할까 고민을 했죠. 그리고 저의 속 얘기도 털어놓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건, 사랑이었네>를 내놓게 된거죠. 오지여행가, 긴급구호팀장의 이미지가 주가 됐던 예전과는 다른 모습을 새 책에 많이 담았어요. 일기를 쓰듯이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썼어요. 털어놓다 보니까 툭툭 잘 털어놔지더라고요. ‘아, 이런 것이 바로 마음을 주고 받는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 글을 쓸 때부터 제게 고민을 상담하던 친구들이 앞에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아주 편안하게 글이 써졌어요. 제목을 정할 때도 여러 가지 안이 나왔었는데, 안으로 안으로 들어가보니 딱 한가지가 남는 거에요. 그건? 사실 이번 책이 나오지 못하는 줄 알았어요. 제가 말과 행동을 빠르게 하는 편이지만, 글쓰기에 있어서는 속도가 굉장히 느려요. 아마 세상에서 저처럼 글을 느리고 지단하게 쓰는 사람은 없을 것 같아요. 밤을 새우고 또 새우고, 고치고 또 고치는 사람이에요. 4월에 복막염 수술을 받고나니 밤을 새울 수가 없게 된 거에요. 더욱이 8월 유학준비, 월드비전 마무리 준비를 해야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이 책은 세상에 못 나오는구나 싶었던 거죠. 그런데 이번이 아니면 언제 제 속마음을 털어놓겠나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그 생각을 하고 나니 신기하게도 한 5월부터? 배가 아프지 않은 거에요. 그때부터 밤을 거듭 새우고, 글을 거듭 고치고.. <그건, 사랑이었네>는 그런 큰 고비를 겪고 태어난 막내딸이에요. 그 동안 저를 만나온 독자라면 편안하게 마주 앉아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을 기대할 것 같아요. 하지만, 저를 이 책으로 처음 만나는 분들은 조금 낯설어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 책을 만나는 모든 독자들이 저를 만만하게 생각하면 좋겠어요. 선생님, 긴급구호팀장으로서가 아니라, 언니나 누나로 생각하면 좋겠어요. 제가 먼저 본 것들을 얘기해 주는 거잖아요. 만만한 한비야와 같이 동시대를 살면서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고, 그 마음이 수많은 타인으로 넓어지길 바래요. 사랑의 시초는 자신을 사랑하는 거에요. 자신 안에 사랑이 있어야 타인에게 나눠줄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이번 책에 그런 얘기들을 많이 넣었어요. 특히, 첫 꼭지로 ‘난 내가 마음에 들어’를 넣었던 거죠. 이를 통해서 자기애를 다지는 계기가 되어주면 좋겠어요. 제가 이 책을 ‘막내딸’이라고 했잖아요? 저는 이 딸이요, ‘빛의 딸’이 되면 좋겠어요. 우리 독자들이 조금이라도 따뜻해지고, 조금이라도 밝아지면 좋겠어요. 저의 소소한 일상을 접하면서 서로 생각하고 쉬어가는 공간으로 생각해 주면 좋겠어요. 오지여행 중에 말라리아 예방약 부작용으로 많이 아팠어요. 겨우 여행을 마무리하고 한국에 돌아와서 한 4개월 정도 쉬면서 집필한 책이 바로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 1권’이거든요. 얼떨결에 작가가 된 거에요. 국제홍보회사에서 벌어들인 수입은 3년 간의 여행비만이었어요. 3년 간의 여행은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 그 후 7년 간의 여행의 발판이 되었던 거에요. 오지여행을 하지 않았다면, 제 가슴을 뜨겁게 하는 구호활동을 만나지 못했을 것 같아요. 오지여행은 구호활동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이자, 디딤돌이 되었던 거죠. 구호팀장은 제 몸에 딱 맞는 옷이었던 거에요. 땀과 눈물, 노력을 들여서 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직업이라는 깨달음을 남겨줬어요. 어떤 친구가 한번은 제게 이러는 거에요. ‘미술전공을 하는데, 구호개발에 관심이 있다. 하지만 전혀 다른 길을 가는 건 아닌지 두렵다’ 아니에요. 재해로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미술심리치료를 해줄 수 있어요. 어떤 일을 하든지, 자신이 갖고 있는 재능과 에너지를 타인에게 붓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다면 가능해요. 그리고 두 번째는 모든 이가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사람이어야 된다는 거죠.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돌보는 일을 가치있는 것으로 여기는 마음이 가장 기본이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잘 못하지만 앞으로 꼭 하고 싶은 것은 1. 매일매일 잔다. 2. 아침밥을 꼭 챙겨먹는다. 알라딘 : ‘1년에 백 권 읽기 운동본부’ 챕터를 흥미롭게 읽었어요. 책 속에서 이미 분야별 24권(보너스 1권까지)을 소개해 주셨는데요, 5권을 추가로 추천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한비야 : 제가 말한 백 권 읽기에는 만화책도 포함되요. 만화책도 얼마나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 몰라요. ‘캔디’ ‘식객’만 봐도 그렇죠. ‘1년에 백 권 읽기’를 시작했는데 비록 반만 읽었더라도 그게 어디에요. 결심하고 실천해보는 게 중요한 거죠. 저는 다음 5종 도서를 추천하고 싶어요. <알래스카, 바람 같은 이야기> 호시노 미치오라는 일본 사진작가가 알래스카에 관한 사진과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소년 같은 아름다운 단상, 멋있는 알래스카 사진이 수록되어 있어요. <당나귀는 당나귀답게> 한동안 웃어본 적이 없다고 하시는 분께 강추입니다. 터키의 유명작가인 아지즈 네신의 책이에요. 유머와 해학이 굉장히 압권이죠.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작품이고, 아프가니스탄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어요. 제가 특별히 아프가니스탄에 관심을 두고 있어서 출간되자마자 읽었어요. 앞으로 고전이 될 책이라고 생각해요. 두껍긴 하지만 굉장히 빨리 읽어낼 수 있고요, 정말로 좋은 책이에요. 제가 다산 정약용을 무조건 사랑해요. 그런데 앞에 괴테까지 붙었어요. <괴테와 다산 통하다> 동시대에 산 괴테와 다산을 비교해 놓은 책이에요. 두 거대한 산맥 사이를 걸어나오면, 산처럼 쑥 성장한 느낌이 들어요.
구호에는 긴급구호와 재난복구가 있어요. 구호는 크게 세가지 일을 하는 거에요. 목숨을 살리고, 고통을 경감시키고, 재난 피해자들을 최대한 빨리 일상으로 돌아오게 하는 일이에요. 목숨을 살리는 건 긴급구호고요, 나머지 후자는 재난복구에 해당하는 거에요. 제가 하는 일은 병원으로 치면, 응급 수술실이에요.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는 일을 하면서 있는 힘을 남긴다? 그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죠. 있는 힘을 다해도 될까 말까한 일을 힘을 살짝 남기는 건 있을 수 없는 거에요. 실제 현장에 가면 힘이 남겨지지 않아요. 긴급구호일은 자신의 목숨을 걸어야 다른 사람의 목숨을 살릴 수 있는 일이고, 기본적으로 끝까지 두드리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기도 해요. ('다히로 이야기'에서 여성할례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사막의 꽃>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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