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만은 아무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하지 않겠다.
안부를 묻지도 않겠다. 근황을 알리지도 않겠다.
나는 그립지도 밉지도 미안하지도 후회하지도 않는다.
수식어를 잊는다. 주어와 목적어와 서술어만 생각한다.
명사와 동사만 생각한다. 형용사와 부사와 감탄사를 잊는다.
'내가 소설을 쓴다.' 이것이 완전한 문장이다.
이것만이 완벽한 조합이고 유일한 선택이다.
가끔 서술어가 헷갈리기도 했다.
그럴 때면 주어나 목적어까지 방향을 잃었다.
내 완전식품, 완전문장. '내가 소설을 쓴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하지만 안하겠다.
겸손하지도 잰 척하지도 눈치보지도 않겠다.
과장하지도 감추지도 설명하지도 않겠다.
그래도 이 말은 해야겠다.
그대들이 있어 행복하다는 말.
'내가 소설을 쓴다.'를 가능하게 만드는 그대들.
성분을 잊지 않도록 채찍질하는 세상의 모든 그대들.
그대들 생각하니 자꾸 감사하고 싶어진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나다. 그런 '내가 소설을 쓴다.'
그래서 이번만은 아무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