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을 하기 전 ‘시’의 배치에 대한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본문의 ‘시’들은 이미 완성되어 있는 작품들이라서 이야기에 맞추어 수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인물의 내레이션처럼 보이게 만들어 보려고도 생각했지만, 만화의 특성상 칸 사이로 시를 조각낸다는 느낌이 강해 보였기 때문에 이 방법도 여의치가 않았습니다. 결국 그냥 단순하게 배치하자는 결론을 내렸는데, 의외로 ‘시’가 이야기의 흐름을 알아서 잡아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만화를 연출하는 것 중에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 시퀀스 간의 연결고리인데, ‘시’를 대입하는 것만으로도 어렵지 않게 연출할 수 있어서 지레 걱정했던 게 무색해졌습니다.
만화를 그리는 행위 자체를 너무 즐기다 보면 가끔… 아니 자주, 의도나 목적, 독자 등은 배제되어 버리는 일이 되풀이되곤 했기 때문에, 이 작품은 온전하게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만들자고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