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이라고? 그런 걸 누가 읽는다고.” 표범이 꿍얼댔어.
“그럼 사람들이 읽게 잘 써야겠다.”
“안 그러면 우리가 그 사람들을 잡아먹는 거야?”
“그 사람들을 잡아먹는 건 너지.” 내가 말했어.
“알았어.” 표범이 대꾸했단다.
표범을 너무 나쁘게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 표범들은 만족할 만큼 배가 부를 때가 별로 없거든. 표범들은 너무 빨라. 옛날에 살았던, 이가 무지무지 긴 호랑이들 생각나니? 그 호랑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빨리 달렸지. 그 호랑이들은 오늘날과 같은 보통 호랑이 뒤를 쫓다가 번번이 놓치고 말았어. 멈춰 서려고 해도 쌩- 하고 그냥 사냥감을 지나쳤거든. 사냥감이 있는 곳으로 다시 돌아와 보면, 이미 보통 호랑이는 없었어. 벌써 오래 전에 집에 간 거야. 그래서 이가 무지무지 긴 그 호랑이들은 다 죽어 버렸단다.
“우리도 모두 죽는 거야?” 표범이 물었어.
“독일에 있으면 넌 죽지 않아. 이 책에 네가 나오잖아.” 내가 말했어.
“한국에서도 안 죽겠네?”
“그럼, 이제 한국에서도 안 죽지. 아직은 남한에서만 그렇단다.”
표범은 한국으로 떠났어. 나와 표범과 나눈 대화가 재미있었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