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헤더배너
상품평점 help

분류

이름:김정숙

최근작
2025년 3월 <문학하는 마음>

김정숙

충남대학교 지식융합학부 교수, 문학평론가, 인문학 강연자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홍구범 문학세계와 그 현재성」, 「박경리 문학의 근원으로서의 생명의식과 그 특성」, 「장소와 지역어로 표상된 공동체의 로컬리티」 외 다수가 있으며, 저서로 <한국현대소설과 주체의 호명>, <한국소설의 언어의식>, <한국소설과 상상력의 스펙트럼>, 공저로 <대학 글쓰기교육 동향과 교수 학습 방법 연구>, 공역서 <노출: 포스트휴먼 시대 환경 정치학과 쾌락> 등이 있다. 문학에 재현된 타자, 소수자, 젠더, 로컬리티와 인문학과 글쓰기교육, 공동체와 생명 등의 주제를 연구하고 있다.  

대표작
모두보기
저자의 말

<문학하는 마음> - 2025년 3월  더보기

오랜만에 지인들과 저녁밥을 먹는 자리에서 고향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곳은 ‘항월리恒月里’입니다. 도시로 나와 살면서 칠흑의 밤과 쏟아질 듯 반짝이는 별무리를 볼 수 없는 것은 아쉬운 일이지요. 지금도 부모님은 그곳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계셔서 뵈러 갈 때마다 밤하늘의 달과 별을 맘껏 보고 옵니다. 처음 듣는 마을 이름을 낯설어하는 지인들에게 그 뜻을 말해주었습니다. 저의 고향은 ‘항상 달이 비추는 마을’입니다. 이름 때문이었을까요. 저는 달을 무척 좋아합니다. 깊은 밤하늘에 스스로 빛을 내어 세상의 모든 것들을 은은하게 품고 있는 달빛과 달무리가 늘 좋았습니다. 모습을 잠시 감춘 그믐달의 흔적도. 달은 정한 때에 맞춰 채움과 비움을 반복하지요. 빛나는 시간이 있다가도 보이지 않게 되는 시간으로 꾸준하게 지속하는 달의 본성이 어떤 위안을 줍니다. 어찌 보면 저를 포함한 모든 존재는 차고 기우는 두 시간 사이를 살아가고 있는 듯합니다. 달 이야기가 좋았는지 어릴 적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무엇이냐고 물어 옵니다. 문득 일곱 살 무렵의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저녁놀이 발갛게 지는 산마루에 꼬마 아이와 개가 나란히 앉아 있습니다. 설핏 잠이 들었던 아이는 어두워진 방에서 혼자 깨어나 산마루로 나갔겠지요. 이른 아침 농사일을 나가신 엄마가 언제 올까 기다리며 한참을 앉아 있자면 어느새 아이만큼 큰 검둥이가 옆에 앉아 있습니다. ‘엄마’ 하고 나직이 부르면 눈물이 났습니다. 그때 검둥이도 소리를 냅니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검둥이의 눈망울도 그렁한 눈물로 촉촉합니다. 돌이켜 보니 그것은 외로운 목소리에 대한 하울링이었습니다. 검둥이를 꼭 껴안으면 포근했습니다. 동산에 달이 떠오르기 시작할 때면 엄마가 밥 광주리를 이고 저만치서 걸어오셨지요. 고단했을 엄마는 환한 달빛을 따라 집으로 오셨을 겁니다. 그날의 빛과 소리가 지인들과 함께한 시간처럼 다정했구나 싶습니다. 세상의 거친 속도에 다정함이라는 말이 사라지고 있는 건 아닌가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다정한 것은 잔잔하게 스며드는 일 같습니다. 웃고 싶고 울고 싶고 다가서고 싶게 변화하게 만드는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윽박지르지 않고 밀쳐내지 않으며 있는 그대로를 바라봐 주는 눈빛과 말과 침묵. 다정하면 가능해지는 일들이 많아지는 것도 같습니다. 때로 빛나고 때로는 슬픈 모든 날들에 다정함이 항상 가득하기를, 일곱 살 무렵의 달빛과 하울링은 오래 또렷하게 기억될 거 같습니다. 문학은 항상 제게 어떤 삶을 살고 있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보여주는 달빛과 하울링입니다. 문학을 읽으며 타인과 세계를 이해합니다. 문학은 미로에서 헤매거나 두려울 때 자존감과 정체성을 찾아가게 하는 아리아드네의 실과도 같습니다. 문학이 품고 있는 간절한 삶의 기억과 위로로 한층 의미 있고 풍요로운 숨결로 호흡할 수 있게 됩니다. 그 목소리에 응답하며 타자와 다른 세계에 스며드는 마음, 무엇보다도 작고 약한 존재들에 공감하고 환대하는 것이 저의 문학하는 마음입니다. 이 책은 열한 편의 시집에 실린 글을 모은 것입니다. 문학하는 마음으로 읽은 저의 글이 독자께도 온기로 가닿기를 소망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글의 집을 아름답게 마련해주신 충남대학교출판문화원 편집부께 감사드립니다.

가나다별 l l l l l l l l l l l l l l 기타
국내문학상수상자
국내어린이문학상수상자
해외문학상수상자
해외어린이문학상수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