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왕십리 출생.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와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중앙대, 협성대 등에서 강의했다. 1993년 『실천문학』 가을호로 등단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으로 『부치지 않은 편지』 『아홉번째 고독』 『선량하고 무해한 휴일 저녁의 그들』(9인 테마 소설집)이 있다.
1980년대는 내 안에 뿌리내린 독이었다. 삼킬 수도 없고 뱉을 수도 없는 독. 어설피 삼키기에는 내가 동조할 수 없는 것이 너무 많았고, 섣불리 내뱉기에는 이미 내 안에 넓게 퍼져 있었다. 사람들은 내게 말했다. 삼키거나 뱉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그러나 나는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았다. 단지 오랫동안 물고 있었을 뿐이다. 창작집을 묶어내는 이제 나는 선택할 필요가 없어졌다. 오랫동안 물고 있는 사이 이미 그것은 내 안에서 녹아버렸기 때문이다.
... 책을 묶어내면서 문학 앞에서 새롭게 옷깃을 여민다. 여미는 옷깃 속에는 오래된 우을증과 환멸과 애끓는 열정, 그 모든 것에 대한 긍정이 깃들어 있다. 이제 골방에서 나와 세상을 만나고 싶다. 오랫동안 내게 타자였던 그들의 눈빛을 읽어내고 그들의 말을 받아 적어보고 싶다. 그리고 점차로 '나'를 지워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