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힘, 동시조의 힘
동시집 <회초리도 아프대>(청개구리, 2006년)를 낸 지 9년 만에 동시조만을 한데 묶어 <아빠 무릎에 앉는 햇살>을 냅니다.
‘시조(時調)’는 우리 조상이 빚어낸 민족 고유의 정형시로, 우리 가락을 담아내는 문학 양식이자 우리 겨레의 혼이 빛나는 소중한 정신 유산입니다. ‘동시조(童時調)’는 어린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언어로 어린이의 감성을 살려 쓴 시조를 가리키는 말이고요.
동시조와 자주 마주치면서도 그 낯선 양식(틀)에 지레 두려움을 느낀 나머지 직접 써 볼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시조 쓰는 친구를 따라 <쪽배> 동인 모임에 갔다가 그만 동시조에 사로잡혀 버렸어요. 우리 가락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까닭에 짧으면서도 동심의 발랄한 상상력, 독특한 이미지, 새뜻한 표현으로 가득한 동시조와의 만남은 여간한 기쁨과는 견줄 수 없을 만큼 컸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저마다 써 온 동시조를 돌려 읽으며 작품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비평하는 <쪽배> 모임에서 10년 넘도록 함께하며 거둔 동시조를 이 시집에 담아 여러분에게 건넵니다.
입춘, 경칩 다 지났는데
시샘추위,
옹크린 교실.
<봄> 시
몇 편을 읽자
아물, 아물, 아지랑이……,
새뜻한
봄이 화들짝!
가슴에서 벙근다.
제가 쓴 동시조 <시의 힘>입니다. 꽃샘추위가 제아무리 기승을 부리는 날이라도, <봄>을 노래한 시 몇 편을 읽으면
곰비임비 마음이 따뜻해진답니다. 정말 그런지, 지금부터 동시조에 담긴 힘을 찾으러 저와 함께 떠나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