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동무들!
꽃사태가 났습니다. 해마다 오는 봄이건만 늘 새롭고 낯섭니다. 굳은 땅을 헤집으며 피어나는 어린 꽃들은 그대로 한 폭 수채화! 봄동산을 오르다가 생각했지요. 그림에 빗대어서 어른시가 찐득한 유화 그림이라면 동시는 단순 투명한 수채화 그림이라고. 연필 자국이 있는 밑그림 실핏줄까지 훤히 비치는 그림이 동시라고. 선명하게 그림이 그려지는 동시일수록 좋은 동시라고.
그 말간 수채 물감 속에 무딘 붓끝을 담그고 있으면, 내 눈에, 내 귀에 갇힌 꺼풀이 조금씩 조금씩 걷혀요. 아우성도 보여요. 귀로 보아라! 눈으로 들어라! 다닥다닥 눈에 귀에 씐 콩깍지를 걷어내어라! 날마다 초록동무들이 내게 주는 선물이지요.
천.진.무.구, 푸른 들판을 뛰노는 아이들 웃음소리는 걸핏하면 내 기를 죽여놓고 살려놓고 하는 통에 난 꼼짝없이 또 붙들려 있지만, 오늘은 그 어린 친구들을 내가 만든 오솔길로 꾀어낼 참입니다. 우리 가락의 시, 첫 동시집을 낸 지 10년 만에 두 번째 동시집을 엮었거든요.
설레는 작품들에 화가 김복태 선생님이 예쁜 때때옷을 입혀 주셨어요. 느껍게 잡아 주신 그 손길 덕에 ≪별표 아빠≫가 오늘 나들이를 나선답니다.
2011년, 꽃비 내리는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