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2014년 초 청주의 한 골목 지하방에서 ‘역사읽기’ 강좌가 시작됐다. 지역의 역사 문화에 관심 있는 시민들이 모인 작은 모임으로 청주와 충북의 역사 자료를 함께 읽었다.
강좌가 진행되면서 문헌 속의 현장을 자주 답사하였다. 그 중 청주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으로 ‘용두사지 철당간’을 공부하게 되었고, 역사 기록 속의 당간을 다시 읽으며 현장을 찾곤 하였다. 용두사지 철당간이 국보로 지정된 연유와 그 의미를 이야기하다가,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당간, 당간지주는 어떨까 하는 의문을 제기하였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전국의 당간지주를 찾아보자고 뜻을 모았다. 역사읽기 회원 중 10여 명이 전국의 지정문화재 중 당간지주를 지역별로 나누어 조사했다.
이 책은 이런 배경 속에 만들어졌다. 참여한 회원들은 역사 문화에 대해 관심과 이해를 갖는 정도이며, 특히 불교 미술에 대한 전문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웹 정보와 석조미술에 대한 서적과 논문을 찾아 읽어가며 전국의 당간지주를 하나씩 정리하였다. 기존의 학문적 성과를 넘어 설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함께 현장을 답사하면서 새로운 사실을 깨닫거나 유물을 발견하는 즐거움은 그 어디에 비견할 바 아니었다. 우리가 몰랐던 많은 사실들을 알게 되었고,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 것 또한 적지 않지만, 청주 용두사지 철당간 아래에서 시작한 당간과 당간지주에 대한 궁금증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었다.
현장답사와 조사에 모두가 열정적으로 참여하면서 자부심도 컸다. 곳곳에 숨겨진 당간지주를 찾아낸 뒤의 희열감, 동네 사람들도 모르는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안타까움, 천년 이상 그곳에 있었던 것을 무관심으로 지나쳐온 것에 대한 미안함도 적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답사를 마무리하였고,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할 수 있게 돼 매우 기쁘고 고맙게 생각한다. 역사읽기 모임을 개설한 충북참여연대 문화위원회에 고마움을 표하며 함께 전국의 당간을 찾아 누빈 역사읽기 회원 여러분의 열정과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책을 낼 수 있게 지원해주신 한국출판문화진흥원, 편집과 교정에 애써주신 편찬위원 그리고 도서출판 직지에도 고마운 말씀을 전한다.
현장에서 서툴고 어두운 눈을 무릅쓰고 SNS로 실시간 현장의 모습을 전하던 그 모습들이 떠올라 정겹다. 다음에는 어떤 주제로 전국 여행을 떠날까 지금부터 설렌다.
2015년 10월 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