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에서 출생했고, 2015년 월간 『한맥문학』으로 등단했다. 저서로는 디카 시집 『시어詩語 가게』와 시집 『따뜻한 모서리』가 있으며, 현재 한국문인협회, 경남문인협회, 밀양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탈현대를 지향하는 이성의 시대. 다시 서정으로 돌아가려는 시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민정순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인 『따뜻한 모서리』는 전위적인 시를 밀어내고 편안한 시세계를 지향한다. 시에서 절제되지 않는 감상주의나 친절한 화자 개입은 독자의 상상력을 침범하여 시의 탄력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그녀의 시편들은 시적 일상의 진정성이 질서 있게 배열되어 있어 자칫 느슨해질 수 있는 긴장감의 여백을 순순히 풀어낸다.
새들은 아침마다 나뭇가지에 앉아
재잘재잘 숱한 언어를 풀어 흔들어 놓는다
단풍 들고 낙엽 지고
계절의 반복되는 순환 속에
오늘은 가을비가 촉촉이 내린다
창틀에 맺힌 투명한 시어들
자연의 숨결 같다
따뜻한 커피 향이 새벽을 깨우는 시간
까치섬 언저리 수은등
밤새 어둠을 밝히느라 머리카락이 하얗게 셌다
평범한 일상에서 말을 걸어오는
자연과 사물들과 끊임없이 교감하며
찍고 쓰고 했던
가슴 출렁이던 순간들을
이곳에 풀어놓는다
인생 가을 녘에서 보니
자늑자늑 찾아온 이 순간
황금빛 절정이다
2020년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