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기고가·번역가.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 법학과를 졸업하고 철학을 전공했다. 《논객시대》 《탄탈로스의 신화》 《프리랜서》를 썼다. 《아웃라이어》를 시작으로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칩 워》 《집단착각》 《인간의 본질》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현재 〈조선일보〉 〈신동아〉 〈중앙일보〉 등에 칼럼을 기고한다.
“그러나 그러한 현실로부터, 우리가 영원히 ‘민주 대 반민주’ 구도를 반복해야 할 필요성이 자동으로 도출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한국은 이미 그 단계를 넘어선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어떤 것이 민주주의인가’, ‘어떤 것은 민주주의가 아닌가’를 각 정치 세력이 명확히 밝히고, 이론화하고, 그 이론을 현실에 적용하며 상호 견제와 비판을 주고받는 건강한 정치 문화를 확립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통상적인 민주주의의 절차를 뛰어넘어 민주주의를 넘어서는 어떤 ‘선’을 추구하고자 하는 욕망을 통제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나는 1987년에 대한 재평가 위에, 또 하나의 도발적인 역사적 가정을 해볼까 한다. 만약 2008년의 촛불시위가 더욱 격화되어, 그 시점에서 이명박 정권이 무너졌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만약 그때 정부가 전복되는 정치적 변화가 발생했다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고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대중 역시 같은 방식으로 시위를 벌여 정부를 뒤엎으려 했을 것이다. 마치 지금의 태국처럼 끝없는 대중 시위와 쿠데타로 그 어떤 정부도 민주적 절차만으로는 안정을 얻지 못하며, 결국 군부에 손을 내밀어야 하는 상황이 도래했을 가능성을 결코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지나간 사건에 대한 가정일 뿐이다. 또한 사회과학은 실험이 불가능한 학문이다. 하지만 우리와 비슷한 시점에 민주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비슷한 시기에 아시아 금융 위기로 경제적 난항에 부딪혔던 태국의 사례는 우리에게 다소 섬뜩한 반면교사처럼 보일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
4.19 혁명을 바라보던 시인 김수영이 옳다. 민주주의의 싸움은 민주주의의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_ ‘옮긴이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