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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비올라 니콜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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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여우와 망아지>

비올라 니콜라이

이탈리아의 토스카나에 있는 작은 마을 카스텔 델 피아노에서 태어났다. 피렌체 미술 아카데미에서 회화를, 볼로냐 미술 아카데미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다. 2012년 볼로냐 국제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었고 2014년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에 출품했다. 실비아 로키, 프란체스카 란짜리니와 함께 전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자작나무 숲』을 출간했으며, 잡지 〈하멜린〉, 〈뉴욕타임스〉 등과 작업했다. 2014년에 출간된 『여우와 망아지』는 그가 안토니오 그람시의 글에 그림을 그린 첫 번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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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여우와 망아지> - 2022년 11월  더보기

그람시의 글에 그림을 그리고 『여우와 망아지』의 일러스트 작업은 제가 볼로냐 아카데미의 졸업 논문 프로젝트로 시작한 것입니다. 저는 안토니오 그람시가 쓴 『감옥에서 보낸 편지』에서 그람시가 그의 아이들과 아내, 처형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접하고선, 그 신선함이 제게 곧바로 전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야기 속에 담긴 그람시의 어린 시절 추억이, ‘아이 같은 눈’을 잃지 않은 그의 목소리를 통해 생생히 되살아나는 듯했거든요. 그는 눈에 보이는 것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창조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누구든 그의 작품을 보면 경이로운 분위기와 이미지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짧지만 그 여운은 길게 남습니다. 유달리 민감한 한 아이가 주변에서 무언가 새로운 걸 발견했을 때, 예컨대 지나가던 동물과 우연히 마주치거나 여름 들판의 풀내음, 커다란 나무와 덤불이 뒤엉킨 음습한 숲 같은 자연을 마주했을 때 거기에 얼마나 큰 의미를 부여하는지를 잘 보여 주지요. 『여우와 망아지』를 읽으며 저는 강렬하고 명료한 이미지에 즉시 빠져들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의 끝부분에 이르자 이상하리만치 허망한 기분에 사로잡혔습니다. 왜 이처럼 많은 배경과 이야깃거리를 담은 이야기가 결말을 생략하려는 듯 급작스레 마무리되었을까? 저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때만 해도 흔히 예상되는 동화 같은 결말을 기대해서 그런지 이 이야기의 교훈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사실 이 이야기는 그 시대를 찍은 사진처럼 느껴집니다. 전체 스토리에 합창과도 같은 숨결을 불어 넣고, 역사적 맥락에도 들어맞는 다양한 장면들을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야기 끝에 도달한 독자가 내용을 모두 파악할 수 있는 결말 대신, 매혹적인 장면이 이어져 다음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상하게 만드는 것, 이것이 더 근사한 마무리였다고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는 현실과 우화가 한 몸을 이루며 전개되는 고전적인 작품이기도 하니까요. 그림 구상을 하면서 이런저런 고민 끝에 저는 조금이라도 머리에 떠오르는 장면이 있으면 거기에 집중해 보기로 하고 드로잉에 필요한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1900년대 초 사르데냐의 시골 마을을 찍은 엽서, 무성한 풀밭과 도토리, 여름철 들판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사진... 저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마다 시간을 들여 찍어 놓은 사진, 오래된 책, 가족 앨범에서 찾은 사진 등 여러 자료를 제 주위에 펼쳐 놓습니다. 이는 어떤 종류의 자료든 제 사적인 영역으로 끌어들여 스토리 전체를 수월하게 다루려는 저만의 방식이기도 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이 책 앞부분에 등장하는 여우, 표지 그림, 나무가 서 있는 마을의 들판 풍경 그리고 주인공인 니노(그람시의 어릴적 애칭)와 마부의 모습 등 아직도 제 드로잉북에 남아 있는 첫 삽화가 탄생했습니다. 한편, 그람시가 역사를 서술하는 특별한 방식을 깨닫고 이를 존중하는 의미로 색채 사용도 몇 가지로 제한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림도 과시적으로 보이지 않도록 했고, 전체적으로 느슨한 분위기를 주기 위해 모든 페이지에 미리 따스한 느낌의 노란 배경색을 조금씩 다른 톤으로 칠했습니다. 이 배경색은 각 페이지를 연속적인 분위기로 이어 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고 나서 저는 테이블 위에 펼쳐 놓은 사진을 참고해 시골 풍경과 여우, 망아지를 그리며 졸업 논문을 준비해 나갔죠. 그 후 시간이 꽤 흘렀습니다. 그림에서 빠져나온 저는 충분하다 싶은 만큼 휴식을 취했어요. 제가 그린 것이라도 매일 보면 눈에 익어서 더 이상 미흡한 부분을 찾지 못하게 되니까요. 이 무렵 친구 조반나와 파올로가 찾아와 제 그림을 보고 갔습니다. 몇 달 후, 볼로냐에서 이들을 다시 만나 그림 얘기를 했죠. 이 만남을 계기로 제 그림을 다시 보며 그동안 했던 작업에도 어느 정도 거리를 둘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얼마 후 볼로냐에 눈이 내리던 어느 날 이 책은 새롭게 태어났지요. 저는 조반나와 제 작업에 대해 얘기하던 중 불현듯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이 스토리에서 가장 꿈같은 대목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전체 작업 과정에서 딱 절반을 끝낸 시점이었죠. 제 학위 논문을 위해 그린 드로잉은 이 책의 절반에 해당합니다. 논문을 마치고 책의 최종 버전을 만드는 과정에서 도입부의 드로잉은 그대로 두었고, 생각이 깊어져 관점이 달라진 부분은 다시 그렸습니다. 저는 결정적인 아이디어가 제대로 전개되지 못한 장면을 집중적으로 그리면서 백지 위에서 돌파구를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서 제가 언급했던 부분을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람시가 아이들에게 보낸 편지를 읽으며 가장 인상에 남았던 대목, 즉 꼬리를 깃발처럼 흔들며 사라진 여우와 자기가 낳은 ‘망아지’ 주변을 애타게 맴돌던 어미 말, 이러한 경험을 어른이 되어서도 생생히 기억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마음속에 변치 않고 남아 있는 디테일에 주목했습니다. 어린 시절에 바라보던 세계의 모습을 돌이켜 보면, 그 나이 때는 모든 게 멋지게 보여서 마법이나 동화 같은 이야기를 사실처럼 인식합니다. 이 사실에 초점을 맞추자 이야기를 제대로 전하는 그림을 그리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마 우유 박스를 디자인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은 이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흥미로운 측면이었습니다. 주어진 자료의 한계를 넘어, 텍스트에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기 위해 그림에 환상적인 요소와 디테일을 추가했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저는 조반나와 파올로에게 특별한 감사를 전합니다. 이 친구들은 작업 과정 내내 인내심으로 지켜보며 제게 큰 신뢰를 보내 주었습니다. 제가 아카데미에서 졸업 논문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 수개월 동안 여러 도움을 주고 소중한 의견과 비전을 공유하며 관점을 넓혀 준 키아라 카레르, 일라리아 톤따르디니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한편, 다리 근육에 쥐가 나지 않을까 걱정될 만큼 제 모든 여정을 함께한 실비아 로키, 알렉산드로 팔마치, 프란체스카 란짜리니도 저와 여러 날을 보내며 숱한 조언을 해 주었습니다. 제르마니와 이오리도 많은 도움을 주었는데, 특히 이오리는 어린 시절 그의 형제들과 같이 찍은 사진을 전부 내주었습니다. 정말이지 모두가 함께한 아름다운 여행이었습니다. 밤나무 숲속 작은 집에서 그람시의 책을 선반에 올려 두고 할아버지와 함께 즐겨 읽던 과거를 떠올리며 어린 시절로 되돌아갈 수 있었던 행복한 여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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