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이자 비평가이며, 현재 샌프란시스코 KADIST의 아시아 지역 수석 큐레이터(비상근)이자 2019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의 예술감독을 역임했다. 아르코미술관 관장 겸 전시감독, 제7회 광주비엔날레 《연례보고》의 공동 큐레이터, 일민미술관의 학예실장, 아트선재센터 학예연구원 등을 역임했고, 니나 카넬, 가오시창 등의 모노그래프를 편집했다.
말의 구태의연함이 덕지덕지 붙은 사회와 일상 공간 속의 사물들에 대한 명확한 인식, 그리고 그것을 덜어내는 과정을 통해 정서영은 말언어를 새로운 창의적 공간으로 전환시키고 있으며, 여기서 우리는 예술적 실행을 통해 새로운 공간으로 나아가게 된다. 작품이 고취시키는 것은 바로 사물을 묘사하지 않는 사물, 사물의 부재 상태를 확인시키는 언어에 대한 급진적 인식이다. 즉, 정서영의 조각은 가장 온건하고 전통적인 미술의 방식을 가진 가장 정치적인 사물들이다. 물질을 통해 등장하지만 물질 안에 박제되지 않는 언어, 현실 정치적 기제를 다루지 않으면서 미술의 온전한 정치성을 드러내는 조각 언어, 그럼으로써 사라지지 않는 견고한 것으로 자리하기. 이것이 이제부터 우리가 정서영의 작업을 다시 들여다보아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