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이외의 것만 사랑하는 지독한 비인간주의자. 그래서인지 다시 태어난다면 꼭 용이 되고 싶다. 실험 대상으로 쓰이지 않기 위해 사람들을 잘 피해 다니겠다는 허무맹랑한 다짐을 자주 하는 편이다. 순수하게 재밌어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운 좋게도 그런 즐거움은 현재진행형이다.
인형에게 부여되는 잣대가 정말 복잡하게 느껴집니다. 인간의 표정을 떠올릴 수 있도록 형상화하되 인간과 닮아서는 안 될 것. 그러면서도 귀엽고 사랑스러울 것. 가끔 스트레스 풀이용으로 물어뜯기거나 복싱 상대가 되어도 군소리하지 않을 것. 참 쉽지 않아 보입니다. 사실 이런 쓸데없는 발상에서 소설이 탄생했습니다. (……) 그때 번뜩 생각이 났습니다. 처키가 유행하던 시절에 아무 잘못 없이 버려져야 했던 제 인형을요. 눈을 깜빡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갑작스럽게 내쳐져야 했던 슬픈 표정의 그 친구를요. ‘아, 이것이 복수구나.’
몇 번이나 다른 소설을 써보려고 했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이 소설에 다시 붙잡혀야 했습니다. 저는 그렇게 인형의 저주에 걸린 채 이야기를 완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