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에 흔들리는 초록은 가장자리만 감싸 안긴 먼 훗날입니다. 소리들이 오래된 미래로 등을 구부리는 그런 아침입니다. 새들이 초록 귀를 달고 나뭇가지에 하나 둘 내려앉습니다. 나도 초록 귀를 달고 나를 부르는 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첫’이라는 말이 나를 부릅니다. 그 소리가 설렘이라는 와이파이를 켜고 내가 태어나고 자란 상소태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골목들과 그 골목을 꼬옥 붙잡고 있는 작은 가게들, 집 뒤 오솔길,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차례로 닿아 내 시 속으로 올망졸망 들여보냅니다. 지극한 초록입니다.
2024년 여름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