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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이름:백가흠

성별:남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74년, 대한민국 전라북도 익산 (사자자리)

직업:소설가

최근작
2023년 6월 <느네 아버지 방에서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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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흠

1974년 전라북도 익산에서 태어났다.
200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광어」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귀뚜라미가 온다』 『조대리의 트렁크』 『힌트는 도련님』 『사십사四十四』 『같았다』, 장편소설 『나프탈렌』 『향』 『마담뺑덕』, 짧은 소설 『그리스는 달랐다』 등이 있다.
현재 계명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대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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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

저자의 말

<그리스는 달랐다> - 2017년 7월  더보기

내가 아테네에 온 것은 두번째이다. 5년 전, 꼭 아테네에 가고 싶었던 것은 아니어서 아테네 여행에 대해 아무런 준비가 없었다. 그것은 어떤 기대감도 없었다는 말이다. 당시에 장편소설을 연재하고 있었는데 두 달 넘게 숙소에 틀어박혀 미처 마치지 못한 소설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래서 아테네의 어떤 것도 보지 못했다. 그저 장편소설을 마무리할 수 있는 곳, 처박혀서 소설만 쓸 수 있는 곳을 찾았던 것이고, 그곳이 아테네였던 것뿐이다. 한국에서 가장 멀리 갈 수 있는 곳,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낯선 곳에서 나는 내 고향 근처를 배경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었다. 5년 전의 아테네는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국가부도사태와 2차 구제금융의 여파가 굉장했다. 시내는 주말마다 파업과 시위로 들끓었고 매캐한 최루가스가 도시를 뒤덮었다. 곳곳에서 일어난 방화로 불에 탄 은행 건물과 정부 건물이 흉물스럽게 방치된 채로 서 있었다. 그럼에도 내가 받은 아테네에 대한 인상은 굉장히 안정적이고 안전하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인간이 지녀야 할 어떤 기본적 권리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또한 이방인에게 관대했다. 겨울이라 관광객들은 적었고 그마저도 불안정하다는 인식으로 발길이 끊겨 아테네는 휑했다. 그리스 여행은 아침이나 해질녘 아테네의 오래된 거리를 산책하는 게 전부였다. 숙소는 제우스 신전 바로 앞이었는데 아크로폴리스를 향해 걷거나 국립정원을 산책하는 게 하루 일과였다. 나는 그렇게 아주 단출하고 일상적인 두 달의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스 여행은 막상 한국에 돌아가고 시작됐다. 지난 5년간 나는 항상 그리스에 마치 뭔가를 두고 온 것처럼 그곳을 그리워했다. 5년 전의 그리스는 나에게 완전히 잊힌 존재였지만 언젠가부터 눈감으면 잠깐씩 스쳐지나가는 스틸 사진처럼 재생되었다. 다시 그곳을 찾을 수 있는 용기가 생기는 데까지 5년이 걸렸다. 나는 그사이, 데뷔하고 처음 소설을 쓰던 시절로 돌아갔다. 막막하고 막연해졌다는 것이다. 이상하게도 데뷔하고 15년 동안의 여정 한가운데 그리스가 놓여 있는 것만 같았다. 한 주에 7개씩 강의를 하던 시간강사직을 그만두고 오로지 소설에게만 절실하겠다, 마음먹었지만 막연함과 불안함은 더 커졌다. 오히려 나는 아무것도 쓰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며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올여름에 나는 그리스로 돌아왔다. 그리웠던 그 길을 다시 걷기 시작했다. 아테네는 그 겨울의 모습과는 달랐다. 수많은 관광객과 여름휴가로 들뜬 현지인들로 도시는 들썩였다. 한적함은 덜했지만 흥분과 들뜬 열기가 도시를 가득 채웠다. 경제적인 상황은 그리 나아졌다고 볼 수 없을 테지만 국민들은 현명하고 슬기롭게 현재의 고난을 건너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도시는 정비되고 있었고 불안정했던 요소들도 사그라지고 있었다. 넘쳐나던 난민들도 잘 관리되고 있는 듯 보였다. 여행은 아름다운 풍경만 보는 것은 아닐 것이다.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이나 미처 깨닫지 못했던 인간에 대한 풍요로움을 발견하는 것이 여행의 더 큰 가치가 맞을 것이다. 숙소는 시내의 근대 올림픽경기장 근처에 얻었다. 맞은편에는 국립정원이 있고 정부 공관과 관료들의 집, 대통령궁이 위치해 있는 곳이다. 하늘 높이 솟은 사이프러스숲을 걸으며 나는 그간 이상한 곳을 헤매다 온 것 같은 느낌을 받곤 했다. 떠나왔지만 돌아왔다, 돌아왔지만 떠날 것이다, 나는 걸으면서 생각하곤 했다. 도심 한가운데의 울창한 숲을 지나면 리카비토스 언덕이 눈에 들어온다. 그 언덕은 고대 귀족들이 살던 동네였다. 수천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부촌으로 언덕 밑에는 명품 숍과 카페, 분위기 좋은 식당이 언덕을 받치며 늘어서 있다. 그 언덕과 아크로폴리스 언덕이 마주보고 서 있다. 언덕과 언덕 사이에 고대의 시간이 놓여 있다. 그 길을 걸으며 느낀 것은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몇천 년의 시간이 흘렀어도, 세상이 바뀌고 바뀌었어도, 그 안의 사람들의 마음이나 본성은 그리 큰 변화가 없는 듯 고대의 시간이 지금도 여전히 흐른다. 가족이 주는 안정감과 평화로움이 고대의 도시에 여전하다. 그리스는 모계 중심의 사회이다. 우리가 아버지 중심의 가부장제에 가깝다면 그리스는 어머니가 삶의 중심이다. 유산 같은 것도 딸에게 물려주는 게 일반적이고, 결혼 후 남자가 여자 집에 들어가 사는 사람들 또한 많다. 그곳에서 알게 된 한 부부도 마찬가지였다. 1층엔 친정어머니가, 2층엔 여동생 가족이, 3층엔 맏이인 딸 가족이 사는 식이다. 이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우리가 IMF 구제금융으로 촉발된 경제난으로 급격한 가족의 붕괴를 겪은 것과 달리, 그리스는 우리보다 더 안 좋은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평온한 이유가 그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어떤 고대의 길을 걸으며 우리가 성급히 떨쳐버린 가장 중요한 무엇을 본 느낌이 들었다. 우리보다 가난하지만 그들이 포기하지 않은 그 어떤 것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그것이 내가 걸어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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