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말 |
| <엔터를 누르세요 ■> - 2024년 4월 더보기 이 소설은 내가 컴퓨터를 사용하기 훨씬 전 컴퓨터에 관해 ABC 정도의 기초 지식 외에는 아무것도 알지 못할 때 쓴 글이다. 모뎀, 모니터, 도트 프린터, 비트, 바이트, 킬로바이트 등 몇 가지 기본적인 용어 정도를 알고 있었다. 컴퓨터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속어는, 인터넷이 대중들에게 소개된 초기에 서핑하다가 발견해서 다운로드(당시는 이게 새로 등장한 용어였다)를 받아두었던 〈해커 사전(The Hacker’s Dictionary)〉에서 배웠다. 리처드 러시가 그 자료를 발견했다. 모든 하드웨어가 그렇듯이 대부분은 이제 낡은 용어가 되었다. ㅋㅋㅋ :-)
이 작품을 발표한 후 두 가지 사실 때문에 놀랐다. 하나는 사람들이 내가 컴퓨터에 대해 ABC만이 아니라 DEFGHIJKLMNOP와 Q까지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들은 컴퓨터가 다운되었던 경험에 관한 장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ASCII와 WordPerfect, URL, WYSIWYG, GIGO의 장단점을 토론하고 싶어 했는데, 내가 그런 것들을 전혀 모를 뿐 아니라, ‘쓰레기-80’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는 경악했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을 적절히 잘 꾸며냈다고 짐작했다. 꾸며내는 것은 SF의 본질이기 때문에, 나는 그 사실이 자랑스러웠다. 어쩌면 그게 인생의 보편적인 본질인지도 모르겠다.
두 번째는 많은 사람이 이 작품을 본 후 실리콘 칩이 겁난다고 내게 말했다는 사실이다. 나는 이 작품이 특별히 무서운 이야기라고 생각지 않았기 때문에 놀랐다. 물론 슬프고, 끔찍하고, 외롭긴 하다. 하지만 무섭다고? 나는 소설을 출판한 후에 다시 읽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이 작품을 다시 읽어봤더니… 소름이 끼쳤다.
여러분도 소름이 끼치면 좋겠다. 좋은 의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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