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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번역

이름:이영아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76년

직업:번역가

최근작
2023년 11월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이영아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사회교육원 전문 번역가 양성 과정을 이수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걸 온 더 트레인』 『쌤통의 심리학』 『도둑맞은 인생』 『스티븐 프라이의 그리스 신화』 3부작, 『엽란을 날려라』 『신부의 딸』 『숨 쉴 곳을 찾아서』 『익명 작가』 『코미디언스』 등이 있다.  

대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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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매직 토이숍> - 2010년 1월  더보기

갇힌 현실을 뒤흔드는 마법 같은 작품 영국의 소설가이자 시인, 저널리스트, 비평가인 앤젤러 카터(1940~92)는 영국 문학에서 독자적이고도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여성작가이다. 그녀는 영국 중세와 고딕소설 전통을 바탕으로 하고 그 위에 동화, 초현실주의 시, 공상과학 영화 등의 상상력을 받아들여 독특한 문학세계를 구축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형성된 포스트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작가인 그녀는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다원적이고 다층적인 작품들을 선보였다. 마술적 리얼리즘, 초현실주의, 고딕소설, 페미니즘 등 여러 장르들을 혼합하고, 우의, 풍자, 상징 등을 복잡하게 뒤섞어 1960년대 영국 문학을 지배하던 사실주의적 표현에 고의적으로 거리를 두었던 것이다. 또한 그녀는 사회주의적 페미니스트로서 여성을 희생자로 보는 관습에 반기를 들고 여성의 욕망을 탐구하였으며, 문학형식뿐만 아니라 정치적 의식의 개조를 주장하는 급진적인 성향을 띠기도 했다. 당대의 영국 문학계는 그녀의 대담함을 인정하면서도 편하게 읽히지는 않는 기교에 대해서는 그리 공감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앤젤러 카터는 마지막 작품 『현명한 아이들』(Wise Children, 1991)을 남기고 사망한 후 뒤늦게 엄청난 명성을 얻었으며, 그녀의 마력 같은 저술은 로버트 쿠버(Robert Coover)나 쌜먼 루슈디(Salman Rushdie) 같은 작가들로부터 칭송을 받았다. 대담하고도 도발적인 작가 앤젤러 카터는 지금도 여전히 가장 폭넓게 연구되는 20세기 후반의 중요한 작가이다. 앤젤러 카터가 ‘마술적 리얼리즘’ 작가로 불리기 시작한 것은 바로 두번째 소설 『매직 토이숍』(The Magic Toyshop, 1967)부터이다. 사춘기 소녀의 고통스러운 성장을 그린 이 소설은 현실적인 섬뜩함과 초현실적 요소가 뒤섞여 있고, 동화와 신화의 주제나 상징을 많이 차용하고 있는 등 앤젤러 카터만의 특징적인 요소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카터의 초기작품들 중에서도 남다른 가치를 지닌다. 특히 이 작품에 등장하는 기괴한 모습의 꼭두각시들과 그 꼭두각시들을 만드는 사악한 남성은 이후의 작품들에서도 남성에게 조종당하는 여성과 억압적인 남성에 대한 은유로서 곧잘 등장하는 소재이다. 『매직 토이숍』은 열다섯살 소녀 멜러니의 이야기이다. 중산층 가정에서 부족한 것 없이 지내던 멜러니는 부모님이 갑작스러운 비행기 추락사고로 사망하자 생전 처음 보는 외삼촌에게 맡겨져 기괴하기 그지없는 새 가족들과 낯선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외삼촌 필립은 장난감을 만들면서도 정작 아이들을 싫어하는 고압적이고 가부장적인 인물이며, 그의 아내 마거릿은 하고 싶은 말도 많고 정도 많지만 결혼식 날부터 벙어리가 되어버린 여인이다. 마거릿의 두 남동생 중 한 명인 핀은 멜러니의 눈에 너무나 지저분하고 천해 보이는데다 멜러니에게 치근거리고, 그나마 정상적인 것 같았던 프랜씨는 자신의 누나와 은밀한 관계를 가져왔음이 밝혀진다. 소설의 첫머리에서 거울 앞에 서서 ‘여성’이 되어가는 자신의 몸을 바라보며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던 멜러니는 아름다운 전원을 떠나 거무칙칙한 런던에서, 이 이상야릇한 가족들 사이에서 혹독한 성장기를 겪는다. 삭막하고 음산한 잿빛 런던, 금방이라도 무언가가 튀어나올 듯한 어두컴컴한 집은 비밀스런 성을 무대로 하는 고딕풍 소설의 분위기를 풍긴다. 멜러니는 이 집에서 끊임없이 ‘푸른 수염의 사나이’를 떠올리며, 심지어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잘린 손을 환각으로 보기도 한다. 그리고 많은 고딕소설의 여자주인공들처럼, 의지할 데 없는 고아가 되어 음흉한 남자의 보호를 받으며, 잔학한 행위가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갇힌 공간에서 그의 뜻에 따라 움직인다. 앤젤러 카터는 다른 작품들에서는 강한 모습의 여러 여성들을 많이 다루었지만, 『매직 토이숍』은 가부장의 폭력성을 상징적으로 극대화해 보여주는 반면에 여성들은 억압받고 순종적이며 자기 의지가 거의 사라진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들을 억압하는 주체는 집안의 가장인 필립이다. 자신이 만든 꼭두각시를 인간보다 더 소중히 여기는 그는 꼭두각시를 조종하듯 가족들을 조종하며 그들의 인간성을 짓밟는다. 그는 여자들에게 바지를 못 입게 하고, 아내 마거릿에게는 목에 꼭 죄는 은목걸이를 족쇄처럼 채우며, 멜러니를 백조에게 강간당하는 레다 역으로 자기 무대에 세운다. 멜러니는 무대 위에서 마치 실제처럼 꼭두각시 백조에게 위협당한다. 필립의 권위에 도전하여 백조를 박살내는 것 역시 멜러니가 아니라 남자인 핀이며, 멜러니는 자신의 운명을 한탄하면서도 핀과 미래를 함께하리라 체념하듯 예감한다. 결국 멜러니는 필립의 집에서 빠져나오지만, 그것 또한 핀의 도움 덕분이다. 멜러니의 여성성은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남성들에 의해 그들이 원하는 모습으로 형성된다. 즉, 앤젤러 카터는 폭력적인 남성과 꼭두각시처럼 복종하는 여성의 모습을 통해 남성우월주의를 통렬하게 비판하고, 여성들이 자신의 본질로 생각하는 ‘여성성’이란 꼭두각시 무대에서처럼 남성이 정한 규범에 따라 임시적으로 구성되는 허구일 뿐임을 보여준다. 앞서 말했듯이, 『매직 토이숍』은 앤젤러 카터에게 항상 따라붙는 수식어인 ‘마술적 리얼리즘’이 본격적으로 시도된 작품이다. 마술적 리얼리즘이란 물리적인 현실과 심리적인 현실을 융합하고, 인간 실존의 외적 요소와 내적 요소를 결합하여 현실을 오히려 더 정확히 드러내는 문학적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환상을 통해 현실을 전복하고 해체함으로써 새로운 현실을 창조해내는데, 앤젤러 카터는 신화, 전설, 동화, 종교 등을 끌어들이고 상징, 우의, 은유, 패러디 등의 방법을 사용하여 남성이 억압하고 여성이 억압받는 사회구조를 전복시키고자 한 것이다. 특히 앤젤러 카터는 고전적인 동화들을 여성중심적이고 관능적인 어른 동화로 다시 쓰는 작업을 많이 했는데, 『매직 토이숍』은 그 초기 예이기도 하다. 공주처럼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을 상상하던 멜러니는 느닷없이 가련한 고아가 되어 사악한 외삼촌에게 핍박받다가 연인 핀(백마 탄 왕자가 아닌 지저분한 아일랜드인인)과 함께 새로운 세상을 맞게 된다. 잔혹한 동화와도 같은 이 이야기에 에덴동산이나 노아의 방주 같은 성서 속 이야기나 제우스와 레다 이야기 같은 신화가 상징적으로 사용되어 현실 속 비현실 혹은 비현실 속 현실 같은 세계를 구축하는 데 일조한다. 이렇듯 해체된 현실을 통해 앤젤러 카터는 여성들에게 차별적이고 부조리한 사회를 공격하고 비난한다. 자기 안의 여성을 갓 자각하기 시작한 사춘기 소녀의 혹독한 성장기를 환상적으로 펼쳐놓은 이 작품으로 앤젤러 카터는 한 해 동안 출간된 젊은 영국 작가의 최고 작품에 주어지는 존 르웰린 리스 상을 받았다. 장난감 가게라는 동화적인 배경에서 벌어지는 이 기묘하고도 괴기하며 낭만적인 이야기에 독자들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마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강렬하고도 섬뜩한 색감과 이미지는 책을 덮은 후에도 짙은 잔상을 오래도록 남긴다. 현실을 온통 뒤흔들어놓는 마법과도 같은 이 작품은 문학계에서 유일무이한 존재감을 지닌 앤젤러 카터의 독창성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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