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릴 코스터
대상도서 1권 포함
eBook 2만원 이상 구매 시 (택 1)
인간 삶의 고독과 비애,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맞닥뜨리는 어떤 진실과 본질적인 정서들을 특유의 단단한 문체로 새겨냈다. 어둠과 침묵 속에서 더욱 명징해지는 존재와 언어. 이를 투명하게 대면하는 목소리로 채운 시집은 침묵에서 길어 올린 핏빛 언어들이자 상처 입은 영혼에 닿는 투명한 빛의 궤적들이다.
제주 4.3, 오래지 않은 비극적 역사의 기억으로부터 길어올린, 그럼에도 인간을 끝내 인간이게 하는 간절하고 지극한 사랑의 이야기. 이곳에 살았던 이들로부터, 이곳에 살아 있는 이들로부터 꿈처럼 스며오는 사랑의 기억이 눈이 시리도록 선연한 이미지와 유려하고 시적인 문장에 실려 다가온다.
강보, 안개, 흰 도시, 각설탕, 흰 뼈, 백발, 구름, 백야, 얇은 종이의 하얀 뒷면, 쌀과 밥, 수의, 눈, 눈송이들…. '흰'이라는 한 글자에 매달려 그가 파생시킨 세상 모든 '흰 것'들의 안팎. 애도와 부활, 인간 영혼의 강인함, 그리고 결코 더럽혀지지 않는, 절대로 더럽혀질 수가 없는 어떤 '흰' 것에 관한 이야기.
소설 <희랍어 시간>을 들여다보는 일은, 어떤 기미를 발견하고 흔적을 더듬는 일이다. 말을 잃어가는 한 여자와, 눈을 잃어가는 한 남자. 이미 저물어 죽은 언어가 된 희랍어를 사이에 두고, 절제된 단어가 만들어낸 문장들이 아름답게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