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노인요양시설 ‘요리아이의 숲’을 운영하는 저자가 “나이 들어 약해지는 것을 체감하고 싶기 때문”에 오래 살고 싶다고 쓴 대목을 읽으며, 기분이 얼얼해졌다. ‘안티에이징’이 시장의 슬로건을 넘어 삶의 태도가 되어버린 사회에서 늙어 약해지는 과정의 슬픔과 기쁨을 깊이 맛보고 몸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다 느껴보고 싶다는 사람이라니. 이 책은 피할 수 없는 노쇠와 인지 저하, 돌봄에 대한 기존의 상식을 뒤흔들 뿐 아니라 사람다움의 핵심에는 무엇이 있는가, ‘나’는 무엇으로 구성되는가 하는 묵직한 질문까지 던지는, 경쾌하면서도 깊은 책이다. 돌봄을 주고받는 사람이 서로에게 교감하려는 끝없는 노력,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나’의 붕괴와 재생의 생생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저자처럼 노쇠를 기대하는 마음까진 아니더라도 이전까지와는 다른 시각으로 삶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