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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한 문장

예술계가 모든 기관을 가로질러 드디어 평등에 도달하고<위대한 여성 예술가들>에 나오는 이름이 수많은 남성 예술가만큼 알려지며 작품 제작자의 성별을 물을 필요가 없어질 때까지, 우리는 독자들이 위대함에 대한 좁고 편협한 정의를 떨쳐 보내는 한편 잊히거나 간과되거나 과소평가되어 온 이 책 속 예술가들의 위대함을 인정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자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도록 도울 것이다.

위대한 여성 예술가들. 파이돈 편집부.리베카 모릴 지음, 진주 K. 가드너 옮김

이제 곧 눈이 내릴 거야. 집집마다 지붕 위로 근사한 냄새가 피어올라. 흙냄새도, 볕에 널어놓은 빨래 냄새도, 향기로운 꽃이나 갓 구운 과자의 냄새도 아닌 오직 첫눈을 기다리는 계절의 차고 흰 냄새.

눈의 시. 아주라 다고스티노 지음, 에스테파니아 브라보 그림, 정원정 외 옮김

니진스키는 스트라빈스키를 인간적으로는 존경하지 않았다. 이는 찬사 일변의, 그리고 언제나 자신만을 대변해 온 현대음악의 거인에 대한 균형감 있는 시각을 제공하는 극소수 의견이기도 하다. “나는 인생이 무엇인지 안다.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는 인생이 무엇인지 모른다. 왜냐하면 그는 나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고르는 내가 그의 목표에 적대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부와 명성을 추구한다. 나는 부와 명성을 바라지 않는다. 스트라빈스키는 훌륭한 작곡가지만 인생에 대해 쓰지는 않는다. 그는 아무런 목적 없는 소재들을 창안한다. 나는 목적 없는 소재를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자주 그에게 목적이 무엇인가를 이해시키려고 애썼지만, 그는 나를 한갓 어린아이라고 생각했다. (...) 스트라빈스키는 일의 낌새를 예민하게 알아챈다. 나는 그렇지 못하다. 스트라빈스키는 내 친구이고 마음속으로는 나를 사랑한다. 그는 나를 느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는 내가 그의 길 위에 있기 때문에 나를 적으로 생각한다.”

스트라빈스키. 정준호 지음

우리는 한 생에서도 몇 번이나 다시 태어날 수 있잖아. 좌절이랑 고통이 우리에게 믿을 수 없이 새로운 정체성을 주니까. 그러므로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하고 싶었어. 다시 태어나려고. 더 잘 살아보려고. 너는 안간힘을 쓰고 있는지도 몰라. 그러느라 이렇게 맘이 아픈 걸지도 몰라. 오늘의 슬픔을 잊지 않은 채로 내일 다시 태어나 달라고 요청하고 싶었어. 같이 새로운 날들을 맞이하자고. 빛이 되는 슬픔도 있는지 보자고. 어느 출구로 나가는 게 가장 좋은지 찾자고. 그런 소망을 담아 네 등을 오래 어루만졌어.

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 이슬아 지음

딸들의 세계는 엄마가 갖고 있었던 세계만큼의 크기에 시대 변화와 간접 경험으로 자각하게 된 새로운 가능성이 보태진, 조금 더 큰 원이 겹쳐진 세계가 된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것이 내가 그릴 수 있고 나아갈 수 있는 세계의 크기이자 경계였다. 이 세계는 새로 생긴 여분의 면적보다 엄마의 세계와 포개진 교집합의 면적이 언제나 훨씬 크다. 그래서 우리 세대가 넓힌 세계와 엄마가 물려준 세계는 종종 모순을 일으켰다. 그 모순은 도약이 필요한 순간마다 제약이 되었다. 나는 엄마가 기대했던 딸로 살지 못해 엄마를 실망시킨 일에 미안해했다. 그렇지만 나는 내가 살고 싶었던 나로도 살지 못했다.

나의 가련한 지배자. 이현주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