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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한 문장

그때에 그는 얼굴 앞에 숨겨 두었던 칼을 지닌 그림자였고, 칼을 지닌 그림자에 지나지 않았고, 때로는 검고 때로는 어두운 단 하나의 그림자였으며, 잉걸불이 움직일 때마다 그의 얼굴이 음험하게 번뜩일 때면, 그는 목구멍에서 소리를 쥐어짜고 주변에 그의 신봉자들이 있다고 상상했으며, 가늘디가는 칼날에 남은 용기를 집결시켜, 자신이 낼 수 있는 가장 거만한 낮은 음역으로, 풍부하지만 믿기 어려운 음역으로 한숨을 요란하게 울리며, 육중한 파동으로 최후의 저주를 내뱉으며, 꺼져 버린 별들보다 더 미약한 음들을 혀끝으로 웅얼대며, 또한 자신의 흩어진 딸들을 생각하며, 그를 저버린 딸들을 생각하며, 영원히 그에게서 멀어지고 사라진 잃어버린 고귀한 딸들을 생각하며, 복수하는 새로운 속삭임의 방식들을 되는대로 만들어 내며, 살해하는 단어와 살해하는 문장들로 이루어진 속삭임들을 고안해 내며, 자신의 짧은 생과 짧은 웃음들과 죽은 자들과 딸들의 추억으로 스스로를 감싸며, 딸들이 그에게 겪게 해 주겠다고 약속했던 미래들을 생각하며, 남아 있는 헛된 거짓말을 칼날에 응축시켜,

찬란한 종착역. 앙투안 볼로딘 지음, 김희진 옮김

그 말은, 대부분 남자로 이루어진 도시의 주요 결정권자들이 경제 정책에서부터 주택 설계에까지, 학교 부지 선정에서부터 버스 좌석에까지, 치안 활동에서부터 눈 치우기에까지 이르는 모든 것에 대한 결정을, 그 결정이 여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관심은커녕 지식조차 없는 상태에서 내리고 있다는 뜻이다. 도시는 남성의 경험을 〈표준〉으로 삼음으로써, 여자들이 도시에서 어떤 장애물을 만나고 어떤 일상 경험을 하는지를 거의 고려하지 않음으로써 남성의 전통적인 성 역할을 뒷받침하고 돕게끔 설계되어 왔다. 이것이 내가 말한 〈남자들의 도시〉의 의미다.

여자를 위한 도시는 없다. 레슬리 컨 지음, 황가한 옮김

한국의 모든 노동법은 전속성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하나의 기업에 근무하는 정규직을 기준으로 모든 법이 만들어져 있어요. 그렇다 보니 실질적으로 노동법이 적용되는 노동자들이 전체 노동자의 20%가 넘지 않습니다. 80%가 배제돼 있어요! 사실 20%도 전태일 열사가 분신하신 후에 노동법 적용을 받게 된 거지만요. 80%의 노동자가 노동법의 보호를 못 받으니, 최소한 일하다 다치는 것에는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해서 정부가 마지못해 특례로 적용을 확대했는데 이때 전속성 기준이라는 걸 집어넣었던 겁니다.

톡 까놓고 이야기하는 노동. 오민규 외 지음

최후의 저항자들 “그러니까 이건 건강과 돈만의 문제가 아니야. 더 큰 거라고. 나는 대처한테도, 글로벌 자본주의한테도 질 수 없다고. 물론 가담하지도 않아.” (…) 남편 말처럼 이는 NHS만의 문제가 아니라 더 큰 문제일지도 모른다. 대처리즘에 반대하는 것도, 글로벌리즘에 반대하는 것도, EU 탈퇴도 전부 이어져 있고 얽혀 있다. 해머타운의 아저씨 세대는 현 사회에 최후의 저항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인생이 우리를 속일지라도. 브래디 미카코 지음, 노수경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