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서 역사소설 <고구려>까지, 자신만의 방식으로 역사와 사회를 재해석해 흥미로운 소설을 발표해온 김진명의 시선이 바이러스를 둘러싼 논란을 바라본다. 입국자들을 대상으로 철저한 격리조사를 시행하는 인천공항, 한 남자가 병리의를 만나게 해달라고 소란을 피운다. 이렇게 이정한을 만나게 된 의사 조연수. 그는 '바이러스란 결국 3만 바이트짜리 데이터일 뿐'이라는 이정한의 도발적인 이론을 접하게 되고, 이정한이 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의학저널에 에세이를 기고한 후 조연수는 논란과 화제의 중심에 선다. 한편 바이러스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나날이 복잡해지고, 스위스와 티베트 고원, 마이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치명적인 바이러스 X가 인류를 위협하는데.
체내가 아닌 체외에서 바이러스를 검출해낼 수 있다는, 김진명이 아니면 하지 않을 상상을 기반으로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 로비스트 이정한과 병리의 조연수를 축으로 한 이야기와,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X의 발발에 관한 이야기, 국제 정세를 보는 김진명 특유의 시선이 어우러져 장면을 바꾸며 유기적으로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김진명의 작품을 즐겨 읽은 독자가 만족할 만한 빠른 전개와 거침없는 상상력이 눈에 띄는 2020년 김진명 최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