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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2020
  •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강화길, 최은영, 김봉곤, 이현석, 김초엽, 장류진, 장희원 (지은이) | 문학동네 | 2020년 4월 "2020 젊은작가상, 강화길 대상!"

    봄을 알리는 젊음의 문학, 젊은작가상이 돌아왔다. 강화길, 최은영, 김봉곤, 이현석, 김초엽, 장류진, 장희원을 독자에게 소개한다. 올해의 대상은 <다른 사람>의 강화길이 수상했다. 너와 나의 '다름'에 주목하는 소설, <음복(飮福)>은 결혼 후 첫 제사로 시댁을 찾은 세나의 눈에 비친 한 가족의 역사를, 그 역사라는 수면 아래의 권력구조를 마치 스릴러처럼 묘사한다. 왜 시할머니와 시어머니와 고모와 나는, 심지어 단 하루 저녁 이 집을 봤을 뿐인 내가 알아채는 권력의 구조를 (돌아가신 시할아버지와) 시아버지, 아들인 내 남편은 절대 알 수 없는 것인지, 소설은 그 감각에 대해 이야기한다. "정말이지, 소설을 쓰는 건 너무 멋진 일이다."라는 작가 노트에 대한 답으로 "정말이지, 소설을 좋아하는 건 너무 멋진 일이다." 라고 말하고 싶어지는 멋진 소설이다.

    우리는 2020년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유독 춥지 않았던 겨울이 지나고, 우리가 알지 못했던 바이러스가 출몰한 해. 사람과 사람 사이엔 거리가 당연해진 이 시기가 지난 후에도 우리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인생을 꾸려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미래가 가리키는 곳에 소설이 있다. 낙태죄 위헌과 임신중단에 대한 이슈에 정면으로 부딪치며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다른 삶에 대해 진지하게 묻는 이현석의 소설 <다른 세계에서도>. 소외된 채 사라지는 친구를 잊고 싶지 않다는, 누구나 당연히 지니고 있을 어떤 마음을 인지 공간이라는 가상 공간과 '스피어'라는 개념을 통해 이야기하며 설득력있게 전개하는 김초엽의 SF <인지 공간>. 2020년이라는 상징적인 해, 우리가 사랑하는 소설의 세계에 미래는 이미 와 있다. 소설과 함께 우리는 미래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

  •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
    이도우 (지은이)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3월 "소설가 이도우의 첫 산문집"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잠옷을 입으렴>을 통해 수많은 독자들과 교감하고 소통해온 소설가 이도우. 소설 작품으로만 만나볼 수 있었던 그를 이제 에세이로도 만난다. 그의 첫 산문집인 이번 책은 작가가 몇 년 동안의 밤과 함께한 기록들이다. 작가의 말처럼 촛불 냄새가 나는 밤의 글이자, 처음으로 내밀한 목소리를 내는 책이다.

    낮과 밤의 산책로, 어린 날의 여름과 스무 살의 여름과 스물세 살의 여름, 고장 난 시계, SNS를 통해 만난 인연, 관계와 소통, 책과 앨범과 영화... 소소하고 개인적인 기록부터 세 편의 소설을 써내려가는 과정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 그리고 드라마 방영에 관한 이야기까지 엿볼 수 있다. 또한, 독자들을 위한 특별 선물인 '나뭇잎 소설' 아홉 편도 함께 수록하여 보다 특별한 시간을 선사한다.

  • 고양이 해결사 깜냥 1
    홍민정 (지은이), 김재희 (그림) | 창비 | 2020년 3월 "2020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 수상작"

    새침하고 도도한 척하지만, 숨길 수 없는 다정함과 사랑스러움. 매력만점 고양이 '깜냥'이 나타났다! 누구와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며, 멋지게 책을 읽을 줄도, 씰룩씰룩 춤을 즐길 줄도 안다. 고양이는 혼자 가만히 있는 것을 좋아한다고 시큰둥하게 말하면서도, 누군가 자신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 되면 망설이지 않고 달려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도 한다. 모든 문제가 쉽게 풀리는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든 분투하는 모습을 엿보고 있자면, 이 깜냥을 사랑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시리즈 첫 권에는 아파트 경비실에 잠시 머물게 된 경비원 깜냥이 주민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면서 우정을 쌓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아파트의 특성상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하고, 각각의 에피소드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그려지지만, 이야기의 마지막에 깜냥은 이 모든 것들을 하나로 모아주는 구심점이 된다. 그렇게 모두에게 전해진 깜냥의 따뜻한 마음씨가 이야기를 읽는 독자에게도 전해짐은 물론이다.

    "저 집고양이 아니에요. 그러니까 어디에나 있을 수 있어요. 원래 고양이는 그래요." 하고 또 만나자는 인사와 함께 손을 흔드는 깜냥. 아파트를 떠나 새롭게 향한 곳에서 시리즈가 계속될 예정이라고 하니, 또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기대를 해보아도 좋겠다. (아직 비밀이지만, "어디든 원할 때 떠날 수 있지만 네가 있어서 남은 거야~♪" 속마음을 노래하는 모습도 곧 공개된다고 한다!)

  • 세상에서 가장 힘센 소녀 삐삐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은이), 잉리드 방 니만 (그림), 김영진 (옮긴이) | 시공주니어 | 2020년 3월 "그래픽 노블로 만나는 '삐삐 롱스타킹'"

    삐삐 롱스타킹이 탄생 75주년을 기념해 그래픽 노블로 찾아왔다. 원작자 아스트리드 린드그렌과 화가 잉리드 방 니만이 함께 작업한 작품으로, 원작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과 <꼬마 백만장자 삐삐> 속 삐삐의 매력을 더욱 생동감 있게 만날 수 있다. 당당한 표정, 솔직하고 유머러스한 대사, 선명한 원색의 그림에서 묻어나는 유쾌하고 활발한 에너지까지 원작과는 또 다른 재미가 가득하다.

    '세상에서 가장 힘센' 삐삐는 지친 말을 번쩍 들어 올려 집에 데려다주거나, 동물을 괴롭히는 못된 사람을 혼내주거나, 친구들과 함께 타고 놀 보트를 옮기는 데에 흔쾌히 자신의 힘을 내어준다. 하지만 이건 삐삐가 가진 힘의 전부가 아니다. 삐삐의 진정한 힘은 어린이들이 존중받고, 자유롭게 존재할 권리를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알량한 권위에 기댄 어른들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할 말을 분명하게 해내고, 그들이 만들어놓은 "어린이는 마땅히 이렇게 해야 한다."라는 기존의 관습과 통념, 분리된 세계를 넘어, "삐삐 롱스타킹은 이렇게 한다."라고 분명하게 목소리를 내는 모습은 짜릿한 해방감을 전해주기에 충분하다. 주체적이고, 의리 있고,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는 용감함에 더해, 누구보다도 힘차게 '행복'을 말하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힘센 삐삐'의 이야기를 함께 만나보자.

4.72020
  • 알로하, 나의 엄마들 (양장)
    이금이 (지은이) | 창비 | 2020년 3월 "아프게, 기쁘게, 뜨겁게, 이금이의 여성들"

    1917년 어진말의 '버들 애기씨'는 사진 한 장에 자신의 운명을 걸고 '포와'(하와이)로 시집 가기로 결정한다. '돈을 쓰레받기로 쓸어담고, 옷이고 신발이고 나무에 주렁주렁 달려 있는' 미국의 섬. 포와는 의병인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지독하게 가난한 삶을 살아온 그가 상상할 수 있는 유일한 낙원이었다. 버들과 함께 '사진 신부'가 되어 함께 떠나기로 결심한 이는 결혼하자마자 남편이 죽어 졸지에 과부가 된 '남편 잡아먹은' 친구 홍주와 무당의 딸이라 동네에서 평생 멸시받고 자란 송화. 포와에 가면 공부도 하고, 돈을 벌어 가족에서 보낼 수도 있다는 꿈을 꾸며 운명을 걸고 태평양을 건너 도착한 곳에서 그들은 상상과 다른 현실을 맞닥뜨리게 된다.

    이금이의 하와이 이민 1세대 여성의 이야기는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되었다. 모든 걸 걸고 새로운 삶을 선택한 한복을 입은 둥근 얼굴의 세 여성. 지난 세기를 살아간 사람들답게 그들은 병든 가족을 수발하고, 밤낮으로 노동하고, 밥을 짓고 자식을 돌보며 자신에게 주어진 고난에 가까운 삶을 그저 열심히 꾸려나간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멈추기 어려운 그 놀라운 삶의 파도를 따라 읽으며, 지금 우리의 삶을 구원할 환대를 발견한다. 독립 운동을 둘러싼 이념 갈등과 가혹한 노동과 현지인들의 박대, 이별과 갈등, 외로움과 서러움을 파도처럼 타고 넘는 동안 결국 서로를 구원하는 건 서로를 향한 호의이다. 하와이의 말 '알로하'는 배려, 조화, 기쁨, 겸손, 인내 등을 뜻하는 하와이어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며, 하와이의 꽃목걸이 '레이' 역시 섬에 도착한 이들에 대한 환대를 의미한다고 한다. 인간의 선의를 믿는 작가 이금이가 여성들의 삶에 경의를 담아 전하는 이야기. 은유, 정여울, 김민식, 박서련 등의 작가가 함께 읽었다.

  •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
    알베르토 사보이아 (지은이), 이지연 (옮긴이)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3월 "당신의 그 찬란한 아이디어를 의심하라"

    주식 시장에서 10만 원씩 아홉 번을 벌고 100만 원을 잃으면 우리는 그것을 실패한 투자라 부른다.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의 성공 요인이 10가지라고 가정했을 때 단 1개의 요인만 잘못되어도 그 비즈니스는 실패할 수 있다. 요컨대 성공보다 실패가 쉽다는 말이다. 물론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문제는 실패를 반성하는 우리의 자세다. 우리는 주로 과정을 문제삼는다. 그 좋은 아이디어의 실현과 성공을 망친 프로세스를 문제삼고 그것을 기획하고 실행한 사람들을 탓한다. 과연 그럴까? 왜 그 누구도 최초의 아이디어를 문제삼지 않는 것일까?

    초창기 구글의 혁신을 이끌었던 저자 알베르토 사보이아는 엉뚱한 곳에서 실패 요인을 찾지 말라고 일갈한다. 어차피 안 될 놈은 안 된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로 말이다. 실리콘밸리의 잘나가는 기업가였던 그는 처절한 실패를 겪은 후 보편적으로 적용 가능한 아이디어 검증법을 연구했고, 그렇게 정리한 것이 이 책에서 소개하는 '프리토타입(pretotype)' 전략이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지만 그게 쉬운 일은 아니다. 책에 담긴 도구들로 떡잎을 보는 우리의 안목을 길러 보자. 물론 스스로 떠올린 그 기막힌 아이디어에 도취되지 않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겠다.

  • 양식당 오가와
    오가와 이토 (지은이), 권남희 (옮긴이)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3월 "<츠바키 문구점> 오가와 이토의 심플 라이프"

    첫 장편소설 <달팽이 식당>부터 <츠바키 문구점>과 <반짝반짝 공화국>까지, 약 10년 동안 따뜻한 작품을 꾸준히 선보여온 소설가 오가와 이토. 소설의 느낌을 고스란히 담아 작가의 산뜻한 목소리로 일상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에세이 <양식당 오가와>를 국내에 처음 소개한다.

    에세이를 써내려간 시기에 대필가로서 누군가의 편지 쓰기를 돕는 주인공 포포의 이야기를 그린 <츠바키 문구점>을 집필하고, 출간했다. 초교지를 보고 글씨 쓰기 수업에 다녔던 이야기, 소설의 배경지인 가마쿠라를 방문했던 일, 제5회 시즈오카 서점 대상에 선정되어 기뻤던 순간 등 책 속에는 소설과 함께 호흡한 시간이 잘 녹여져 있다. 뿐만 아니라, 라트비아 여행기, 식탐대마왕 강아지 '유리네'와 함께한 소중한 일상, 독일 생활기, 사슴고기 카레, 크로켓과 호박 푸딩, 토란 조림의 맛있는 이야기, 분노를 다스리는 법 등 일과 일상과 마음의 균형을 잡아가며 단단하게 꾸려가는 작가의 삶도 엿볼 수 있다. 오가와 이토 전문 번역가라고 할 만한 권남희 번역가가 마지막에 덧붙인 작가와의 만남 에피소드까지, 다정한 이야기들을 가득 품은 사랑스러운 책이다.

  • 디미트리오스의 가면
    에릭 앰블러 (지은이), 최용준 (옮긴이) | 열린책들 | 2020년 3월 "존 르 카레 이전 그가 있었다!"

    정치경제학 교수로 재직하다가 우연히 쓴 추리소설의 인기로 전업 작가가 된 래티머. 휴가차 찾은 이스탄불에서 들은 이야기가 그의 흥미를 잡아끈다. 거물 범죄자 디미트리오스가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는 소식이다. 암살, 마약상부터 스파이까지 다양한 죄목과, 불가리아와 세르비아, 프랑스, 그리스, 터키를 넘나드는 신출귀몰한 활동 무대를 알게 될수록 래티머는 그에 대한 호기심을 멈출 수 없다. 국경을 넘던 사이사이 그의 인생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공식 범죄 기록의 행간에는 무엇이 있을까. 래티머는 이상한 이끌림에 매혹되어 디미트리오스가 거쳤던 경로를 그대로 따라가 그의 행적을 탐문하는 무모한 추적을 시작한다. 그러나 첫 번째로 들른 스미르나에서 이미 누군가가 자신과 같은 일을 의뢰했음을 알게 되는데…

    "아무도 반대할 수 없는 이 장르 최고의 걸작"(뉴욕타임스 북 리뷰), "영국이 낳은 가장 위대한 스릴러 작가"(그레이엄 그린) 등 무수한 찬사를 받아온 스파이 소설의 대가 에릭 앰블러의 대표작이 무삭제 완역본으로 출간되었다. 앰블러는 국제 정세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서스펜스 속에 녹여내, 당대까지 흥미 위주의 장르로만 치부되던 스릴러의 위상을 끌어올리고 이후 존 르 카레 등의 스파이 스릴러 작가들이 출현하는 발판이 되었다는 평을 받아왔다. <디미트리오스의 가면>에서도 래티머의 추적을 통해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와 그에 휩쓸린 사람들의 생이 서서히 표면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빠르게 내달리는 이야기 속에 읽는 이는 속절없이 빠져들 수밖에 없다. 디미트리오스의 발자취를 따라 계속되는 래티머의 여정을 함께하면서 모험과 항해의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우아한 작품이다.

4.102020
  •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
    김성우, 엄기호 (지은이) | 따비 | 2020년 4월 "삶을 위한 리터러시"

    세상은 '읽는 것'에서 '보는 것'으로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세계를 '읽는' 세대는, '보는' 세대를 향해 리터러시 능력이 떨어진다며 비난하지만 이는 과연 사실일까? 리터러시란 무엇일까? 리터러시는 왜 중요하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

    문화연구자 엄기호와 응용언어학자 김성우의 리터러시에 대한 대담이 책으로 나왔다. 리터러시를 어떻게 바라볼지에 대한 이야기로 슬슬 시동을 거는 이 대담에서, 생각이 트이기 시작하는 지점은 '기성세대가 리터러시에 대해 정의하는 것이 바로 권력'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순간부터다. 두 학자는 리터러시가 문해와 비문해로 나뉘는 이분법적인 것이 아니라 스펙트럼의 형태라고 말한다. 이 관점 위에서 전개되는 리터러시에 대한 논의는 읽기와 쓰기가 만들어낸 역사적 변화, 현재 닥친 혐오와 소통의 위기, 멀티미디어 시대, 좋은 삶에 복무하는 리터러시까지 나아간다.

    대담집 형식은 이 책의 큰 장점이다. 가볍지 않은 내용이지만 두 학자의 명료한 설명이 오가는 동안 책은 빠르게 읽히고 내용은 소화가 잘 된다. 기성세대가 여전히 서로의 메일 주소를 물을 때 젊은 세대는 서로의 유튜브 아이디를 묻는 시대, 리터러시에 대한 논의는 필수적으로 짚고 가야 할 과제로 다가온다. 두 학자의 대담이 끝나고 나서 우리가 함께 고민해볼 내용이 많다.

  •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세트 - 전4권
    김홍모, 윤태호, 마영신, 유승하 (지은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획) | 창비 | 2020년 4월 "민주화운동의 재발견!"

    올해는 4.19혁명이 60주년, 5.18민주화운동이 4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다. 그러나 그만큼 오래되어 버린 이야기이기도 해서, 이를 기념하는 우리의 마음도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4인의 만화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김홍모, 윤태호, 마영신, 유승하 작가가 각각 제주 4.3,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을 맡아 그렸다. 민주화운동을 더욱 진하게 아로새기고, 젊은 세대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함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삼국지는 어린 시절 읽었던 '만화 삼국지'다. 만화라는 매체의 힘은 그런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단지 만화의 형식을 차용한 역사서라 치부할 수는 없다. 각각의 작품들은 역사적 사실에 대한 고증과 감수에 작가들의 오랜 노력과 개성이 더해진 새로운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모쪼록 이 책을 통해 우리 모두가 민주화운동에 보다 쉽게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결코 가벼이 읽을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 평일도 인생이니까
    김신지 (지은이)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4월 "덜 애쓰고 더 만족하는 삶에 관하여"

    최선을 덜 하는 삶을 고민하는 사람. "이 정도면 됐지, 그럴 수 있어." 나에게도 남에게도 그런 말을 해 주려 노력하는 사람. "이렇게 맛있는 맥주를 마시려면 역시 열심히 일해야겠어!" 그 정도의 '열심히'가 좋은 사람. 그리고,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게 취미>의 작가 김신지가 온기 가득한 신작 에세이를 새로 펴냈다.

    덜 애쓰고, 더 만족하며 살 수 있게 된 작가는 열심을 덜어낸 자리에 채운 수많은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보낸 시간의 기록을 한 권에 담아 독자들에게 건넨다. 퇴근길 편의점에 들러 네 캔에 만 원 하는 맥주를 사서, 표고버섯을 맛있을 만큼 구워낸 다음 소금 뿌린 참기름에 찍어 먹는 평범한 일상을 소중히 여기고,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좋은 날씨에 마음 잘 맞는 친구와 다정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서 행복을 찾으며, 외로운 우리가 조금 덜 외로워지는 방법은 상대도 나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잊지 않는 일임을 하루하루 마음에 새긴다. 곳곳에서 삶과 사람, 그리고 작가 자신을 향한 가만한 시선과, 무엇에든 세심히 헤아리는 태도가 잘 드러난다. 작가의 글을 가만한 마음으로 읽다 보면 친구처럼 다정하고, 고운 글에 마음이 자꾸 머물게 된다. "김신지 작가의 글은 건강하다. 글이 글을 쓴 사람을 닮아 미덥다." 이다혜 작가의 말에 공감하게 될 것이다.

  • 스무고개 탐정 12 : 독버섯과 박쥐
    허교범 (지은이), 고상미 (그림) | 비룡소 | 2020년 4월 "스토리킹 수상작 <스무고개 탐정> 마지막 이야기"

    국내 최초로 '어린이 심사위원제'를 도입한 제1회 비룡소 스토리킹 수상작 <스무고개 탐정> 시리즈가 대망의 마지막 권을 맞이했다. 스무 가지 질문만으로 사건을 해결한다는 '스무고개 탐정'과 친구들의 박진감 넘치는 모험 이야기로, 2013년 1권 출간 이후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작품이다.

    흥미진진한 사건들 속에 어린이 독자들이 접하게 되는 현실적인 문제와 고민을 녹여냈으며, 회를 거듭할수록 커지는 스케일, 속도감 있는 전개, 곳곳에 숨겨놓은 단서들까지 추리물의 기본 요소도 탄탄하게 갖췄다. 무엇보다도 탐정 사무소의 두뇌 스무고개 탐정은 물론, 행동대장 문양, 기록자 다희, 도구 담당 마술사, 함정의 왕 주원, 정보원 명규까지.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 함께 만들어 내는 시너지와 반짝이는 우정이 돋보인다.

    마지막 권에서는 두 명의 스무고개 탐정이 '스무고개 탐정'이라는 이름을 두고 벌이는 사건 대결과 함께, 알듯 말듯 숨겨왔던 서로에 대한 마음들과 그 비밀이 밝혀진다. 헤어짐이 아쉬운 독자라면 1권으로 돌아가 첫 만남부터 마지막 인사까지, 찬찬히 이야기를 따라가며 함께 했던 추억들을 되짚어보는 것도 좋겠다.

4.142020
  •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
    이수정, 이다혜, 최세희, 조영주 (지은이) | 민음사 | 2020년 3월 "연대를 위한 방송"

    "범죄를 엔터테인먼트로 소비하는 매체는 관심 없습니다. 여성이나 아동 같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범죄 영화를 다룬다면 모르겠습니다만." 이수정 박사의 이 말 한마디로부터 프로젝트의 방향이 결정되었다. 이수정, 이다혜, 최세희, 조영주 네 명의 여성이 의기투합해 오디오 방송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을 만들었다. 방송은 3만 명의 팔로워와 공감하며 네이버 오디오클립 전체 순위에서 1위를 기록했고 그 내용을 담은 책이 출간됐다.

    이 프로그램이 범죄 영화로부터 끄집어내는 이야기들은 오로지 약자의 편에 서 있다. 오래도록 폭력에 노출된 피해자의 심리, 피해자와 가해자를 선인과 악인으로 쉽게 갈라버리지 않고 복잡한 현실 그대로 받아들이는 관점, 약자에 대한 사회의 관성적인 폭력. 영화에서 뻗어 나온 이야기들은 현실과 공명하며 진폭이 커진다. 네 명의 프로페셔널한 여성들은 정확하고 따뜻한 눈으로 우리가 모르거나 외면해온 구석들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가해자의 서사와 피해자의 포르노적 전시가 과도하게 많은 이 세계에서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은, 이다혜 기자가 이 프로젝트를 처음 제안받았을 때 한 말처럼 우리 모두가 "안 그래도 기다리고 있던" 무엇 아닐까. 이 사회가 오래도록 기다려온 이야기를 '탐지'한 것은 이들의 마음일 것이고, 그것을 '잘' 전달한 것은 이들의 능력일 것이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엔 조그만 녹음실에서 네 명의 여성이 진지한 눈빛과 표정으로 대화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실렸다. 그 사진 한 장에 이리 든든하다.

  • 선물주는산타의 주식투자 시크릿
    선물주는산타 (지은이) | 비즈니스북스 | 2020년 4월 "지금 주식투자를 꼭 해야겠다면!"

    오늘도 주식 관련서 매출은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온 국민이 주식에 뛰어든 것을 또 다른 '시장'에서 몸소 실감하고 있는 것. 그런데 우리가 '경제 위기 = 부자가 될 기회'라는 공식을 언제부터 믿어 왔던가? 지금의 시장 상황이 개미들 간의 폭탄 돌리기가 아니라는 것을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성급한 투자는 더 큰 위기를 불러올지 모른다. 평소 경제서 담당자로서 지인들에게 주식은 결코 쉬운 게 아니라 말해 왔는데, 그 이유들이 바로 이 책에 있다. 시의적절하다는 말은 이 책을 두고 하는 말일 거다. 요컨대, 함부로 주식에 뛰어들지 말라는 소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주식은 일반인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재테크 수단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모두가 돈을 벌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사실 막대한 자금과 시스템으로 무장한 외인과 기관 투자자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무슨 고시 공부하듯 공부한다고 될 일도 아니다. 그래서 이 책은 우리의 매매 행태에 보다 주목한다. 투자자들은 늘 충분한 고민과 검토를 거쳤다고 생각하지만, 주식에 필승 공식 같은 건 없다고 저자는 단언한다.

    그러니 잃어도 되는 종잣돈으로, 벌어도 겸손해질 자신이 있을 때 비로소 온전한 투자에 임할 수 있다. 다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을 꼭 해야겠다면 이 책의 도움을 받아 보자. 저자를 100억 원대 자산가로 만들었다는 투자 원칙들은 개인 투자자들이 곱씹어야 할 기본 중의 기본이다. 저자는 그 어떤 참견과 시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원칙을 정해 두고 멀리 내다보는 안목으로 일관성 있는 투자를 할 것을 주문한다. 충동적으로 매수 버튼을 누르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투자는 심리 게임이며, 돈을 부르는 것은 단단한 마음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이원하 (지은이) | 문학동네 | 2020년 4월 "신형철 "이런 재능은 어떻게 갑자기 나타났을까.""

    "나는 제주에 사는 웃기고 이상한 사람입니다 / 남을 웃기기도 하고 혼자서 웃기도 많이 웃죠"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이원하의 시는 이렇게 자신을 소개한다. "나에게 바짝 다가오세요" 대범해지기도 하고 "나의 정체는 끝이 없어요" 능청스러워지기도 하는 시. 첫 시집 출간 전부터 등단작 <제주에서...> 가 앤솔로지 등으로 소개되며 새로운 시를 기다려온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시인의 첫 시집이 드디어 나타났다. 수국의 이미지처럼 산뜻한 보랏빛 외피를 입은 채, 시의 말은 외롭고 기다리고 그러면서도 자주 웃는 자신을 여과없이 드러내 보인다.

    경어체로 건네는 말은 진솔하고 사랑스럽다. 섬에 혼자 살고 술은 약한 어떤 이의 귀여운 편지에서 발견할 법한 단어와 감정으로 이루어진 시들. 시인은 먼 미래를, 깊은 고독을 바라보지 않는다. 지금 보고 싶은 사람을 지금 볼 수 없는 내 마음이 시시해 "당신과 함께 보면 좋을 일들이 전부 / 사느라 / 아무 소용이 없어요" <참고 있느라 물도 들지 못하고 웃고만 있다>)라고 말하고, 먼 미래의 어떤 날이 아닌, "적어도 지금은 / 잠을 잘 자도록 하자는 거예요" <빈 그릇에 물을 받을수록 거울이 넓어지고 있어요> 라고 오늘의 수면에 대해 이야기한다. "내가 표정을 괜찮게 지으면 / 남에게만 좋은 일이 생겨요"<서운한 감정은 잠시라도 졸거나 쉬지 않네요>라고 말하면서도 기어이 웃고 마는 사람. 미용고를 졸업해 미용실 스태프로도 일하고, 영화 <아가씨>에 보조 연기자로 출연하기도 한 시인의 이력처럼, 이 시인의 직설적인 시는 낯설고 새롭다. '시인 박준이 그 세대에서 특별한 예외이듯 이 시인 역시 그렇다고 해야 할 것 같다.'는 상찬과 함께 문학평론가 신형철이 더한 평론이 함께 실렸다.

  • 하루 한마디 인문학 질문의 기적
    김종원 (지은이) | 다산북스 | 2020년 4월 "아이의 가능성을 확장시키는 질문의 힘!"

    '하루 한 줄 인문학' 시리즈의 인문 교육 멘토 김종원 작가가 '질문'에 대해 고민했다. '질문'은 한 사람의 능력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매우 보편적이고 검증된 교육법이다. 고민 없이, 개인의 성향과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무작정 던지는 질문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똑같은 상황에서도 부모가 아이에게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아이는 달라진다. 아이와 세상에 대해 무관심한 것도 문제지만, 꽉 막힌 질문이나 부정적인 생각을 유도하는 질문은 하지 않느니만 못할 것이다.

    저자는 지난 수천 년간 한 시대를 풍미한 지성들이 반복해온 인문학 질문의 패턴을 분석해,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5단계 학습법’으로 체계화했다. 그리고 아이와 대면하는 일상의 수많은 상황에서 부모가 아이에게 지혜로운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힌트를 제시한다. 단순한 지식 주입이 아닌, 아이의 일상을 지혜로운 자극으로 가득 채우는 질문의 힘을 배우자.

4.172020
  • 어둠의 눈
    딘 쿤츠 (지은이), 심연희 (옮긴이) | 다산책방 | 2020년 4월 "2020년, 40년 전 쓰인 소설이 세계를 뒤흔들다"

    "그 물질은 우한 외곽에 있는 DNA 재조합 연구소에서 개발되어 ‘우한-400’이라는 이름이 붙었소. 그 연구소에서 만들어진 인공 미생물 중 400번째로 개발된, 독자 생존이 가능한 종이었기 때문이오. (p.435)" 소설 속 바이러스의 이름으로 국내 출간 전부터 소문이 무성했던 딘 쿤츠의 <어둠의 눈>. 1981년 쓰인 소설이 2020년 세계 각국의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혹자는 이 소설의 스포일러라고 생각되는 부분을 이미 알고 읽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형성된 소설에 대한 첫인상과 예단이 오히려 이 책의 커다란 반전이며 즐거움이라 할 수 있겠다.

    소설은 불빛과 흥분이 거리마다 넘실대는 라스베이거스를 향한다. 이곳에서 쇼 제작자로 일하는 티나는 슬픔과 공포 속에서 가까스로 일상을 유지하고 있다. 열두살 난 아들 대니를 사고로 잃은 지 1년째, 자꾸만 그녀의 주변에 불가사의한 현상이 발생한다. 이상한 소리를 내뿜으며 제멋대로 켜지는 라디오와 컴퓨터, 지워도 지워도 나타나는 '죽지 않았어'라는 메시지에 대니가 살아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하게 된 티나. 급기야 아들의 무덤을 열어보기로 한 그녀에게 더욱 기이한 일이 엄습한다. 결국 권총 한 자루를 쥔 티나는 직접 아들을 찾아나서는데…

    <어둠의 눈>은 '40년 전 코로나19를 예견했다'고 화제를 모았지만 이 소설을 2020년 '바이러스 창궐'의 예언서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법도 도덕도 제어할 수 없는 인간의 끝없는 교만과 위험한 흑백논리, 그리고 전염병의 속도보다 빠르게 그 민낯을 드러내는 혐오. 작가가 앞서 보고 예언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 피상적인 아름다움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라스베이거스의 마천루와 인간의 내면 속 바닥 모를 심연이 대비를 이룬다. 딘 쿤츠는 스티븐 킹과 양대 산맥을 이루며 미국 대표 스릴러 거장으로 정평이 난 작가이기도 하다. 칩거의 시절, 읽는 이를 사로잡는 생생한 이야기에 몸을 맡기고 그저 빨려들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

  • 십 년 가게 1
    히로시마 레이코 (지은이), 사다케 미호 (그림), 이소담 (옮긴이)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4월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저자 최신작!"

    금색과 초록색의 아름다운 덩굴무늬로 장식된 초대 카드. 카드를 펼치는 순간 포근한 빛과 향기가 온몸을 감싸고, 어렴풋이 안개가 피어 뿌연 회색 골목, 신비로운 달빛이 비치는 곳. 정신을 차려보면 그곳은 '십 년 가게' 앞이다. 문을 열면 망가진 장난감부터 누더기 신발까지 사연이 가득해 보이는 물건들 속, 은테 안경을 쓴 마스터와 벨벳 조끼를 입은 고양이 집사 카라시가 당신을 맞이한다.

    '십 년 가게'에서는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은 것들을 맡아준다. 인형, 눈사람, 그리고 훔친 반지와 괴로운 마음까지도. 가게에 맡긴 것은 절대 닳거나 변하지 않는다. 눈사람은 녹지 않고,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단, 물건을 10년 동안 맡아주는 대신, 대가로 수명 1년을 받는다. 신비한 기운에 이끌려 가게를 찾아온 손님들은 이러한 계약 조건 앞에서 망설이게 되는데….

    물건에 얽힌 각자의 사연을 통해 따뜻한 감동과 권선징악의 교훈을 담은 판타지 동화로, 마지막 에피소드에서는 아직 소개되지 않은 새로운 마법도 살짝 엿볼 수 있다. 이야기를 읽으며 독자들도 변함없이 함께 하고 싶은 것들을 떠올려 보면 좋겠다. 목숨을 지불할 만큼 가치 있는 존재가 있다면, 그것이 이미 마법 같은 일일 테니까.

  • 진짜 부자 가짜 부자
    사경인 (지은이) | 더클래스 | 2020년 4월 "내 돈의 위치를 추적하라!"

    경제적 자유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돈이 갑자기 많아지는 상황부터 떠올린다. 로또나 잭팟 같은 일확천금, 주식 배당금이나 임대수익 같은 불로소득 등에 힘입어, 우리는 더이상 근로소득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꿈꾼다. 그렇지만 많은 돈을 벌어도 자유롭지 못하고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많은 돈은 부자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집도 없고 비싼 차도 없고 소득도 절반으로 줄었다는 저자 사경인 회계사가 그래도 전보다 오히려 지금이 부자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금화하지 못한 강남 아파트와 매년 그 가치가 떨어지는 고급 차를 소유하고 있다고 부자라 할 수 있을까? 우리는 흔히 자산이 아닌 것들까지 자산이라 여긴다. 마이너스통장에서 뺀 돈으로 주식을 사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으면서 그 행위를 재테크라 칭한다. 저자는 회계사의 시선으로 그러한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짚고 넘어간다. 그 일침은 단순히 근검절약을 강조하는 수준이 아니다. 이 책을 우리의 돈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알려 주는 재테크 내비게이션으로 삼아 보자.

  • 보라색 치마를 입은 여자
    이마무라 나쓰코 (지은이), 홍은주 (옮긴이) | 문학동네 | 2020년 4월 "2019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동네에 '보라색 치마'라고 불리는 여자가 있다. 언제나 같은 옷차림에 감지 않은 머리를 한 그녀는 주기적으로 상점가에 나타나 크림빵을 산다. 주변에서 이상한 사람이라고 수군대건 말건, 동네 아이들이 놀리든 말든 '보라색 치마'는 상관하지 않는다. '전용석'으로 통하는 공원 벤치에서 오래도록 신중하게 크림빵을 음미하고, 표정 변화 없이 사람들을 지나칠 뿐이다. '나'는 그런 '보라색 치마'와 친구가 되고 싶어서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집요하게 관찰하는 중이다. 갑자기 말을 걸기도 머쓱해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접근하기 위해 묘안을 짜냈다. '나'가 다니는 직장의 구인광고가 나온 전단지에 형광펜으로 표시를 해서 전용석에 몰래 갖다놓은 것이다. 완전한 타인인 두 사람은 일방의 노력으로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 호의로 상대의 일상을 염탐하고 때로는 침범하기도 하는 '나'. <보라색 치마를 입은 여자>에는 독자가 화자를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어버리는 독특함이 있다. 담백하고 깔끔한 문장들 사이, 그 여백에 비언어적 표현이 녹아 있어 오묘한 여운을 남긴다. “읽을 때마다 장르가 바뀌는 이야기”, “정체불명의 인물을 거울삼아 화자의 본성을 파고드는 구조가 매우 성공적이다”라는 평과 함께 2019년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작가 이마무라 나쓰코는 대학 졸업 후 각종 아르바이트를 거치다 직장에서 갑작스러운 해고를 당한 것을 계기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주변 현실에 대한 관심과 섬세한 관찰력으로, 현재 일본 문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히고 있다.

4.212020
  • 뉴턴의 아틀리에
    김상욱, 유지원 (지은이) | 민음사 | 2020년 4월 "과학자의 예술, 예술가의 과학"

    프롤로그에서 유지원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내게는 '융합'이니 '과학과 예술의 만남'이니 하는 구호가 새삼스럽다. 애초에 그리 뚜렷이 구분되어 보이지 않아서다." 그의 말처럼 물리학자 김상욱과 타이포그래퍼 유지원은 예술과 과학의 두 영역을 마치 경계가 없는 듯 범위 넓게 오간다. 과학자에게서 듣는 예술의 이야기와 예술가에게서 듣는 법칙에 대한 분석이 기대보다 더 자연스럽다.

    이야기, 소통, 유머, 편지, 시 등 26개의 주제에 대해 과학자와 예술가가 과학과 예술의 관점으로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그 이야기들은 서로 얽히고설켜 낯선 생각을 만들어내고 기존의 생각을 확장시킨다. 서로 다른 분야가 소통할 때 창의력이 피어난다고들 한다. 흔한 말이고, 모두 알고는 있다. 그러나 무작정 뻣뻣한 만남을 한다고 해서 창의력이 샘솟진 않는다. 어색함 없는 조화를 위해선 다른 영역에서 뛰노는 것이 두렵지 않을 만큼의 이해가 필요하다. 그 정도는 문제가 아니라는 듯, 이 두 과학자와 예술가가 적극적이고 다정한 만남으로 근사한 그림을 만들어냈다.

  • 승리하는 습관 : 승률을 높이는 15가지 도구들
    앨런 스테인 주니어, 존 스턴펠드 (지은이), 엄성수 (옮긴이) | 갤리온 | 2020년 4월 "슈퍼스타들의 일상을 훔쳐라!"

    미 프로농구(NBA) 시즌이 중단된 지도 한 달이 넘었다. 팬들에게는 가혹한 시즌인 것이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NBA 슈퍼스타들에 관한 이야기를 멈출 수 없다. 마이클 조던, 찰스 바클리 같은 옛 스타부터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코비 브라이언트, 그리고 르브론 제임스와 스테판 커리 같은 오늘의 스타까지, 쟁쟁한 선수들의 이름을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물론 그들의 농구 실력을 논하는 자리는 아니다. 이 책은 그들의 성공 요인을 코트 밖, 즉 일상의 영역에서 찾아보려는 시도다. 실력만으로는 결코 슈퍼스타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책은 열정, 훈련, 비전 등 15개의 키워드로 그들의 성장 동력을 살펴본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각자의 위치에서 선수, 코치, 팀 동료의 역할을 두루 경험하며 인생을 살아간다. 잘나가는 운동선수들에게서 예상치 못했던 인생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이유다. 물론 저자는 그들의 성공 비결을 들여다보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건 '실행 격차'를 좁히는 일이라는 당부도 함께 남긴다. 어쨌든 이렇게 스타 선수들을 책으로나마 만날 수 있어 반갑다. 사소한 일도 놓치지 않고 실천에 옮긴 그들의 '습관'을 만날 수 있어 더욱 기쁜 것은 물론이다.

  • 정치적 부족주의
    에이미 추아 (지은이), 김승진 (옮긴이) | 부키 | 2020년 4월 "천관율, 오찬호 추천! 부족주의로 해석하는 현 시대의 정치"

    트럼프가 당선되었을 때, 많은 이들이 의아해했다. 왜 미국의 노동자 계급은 트럼프가 자신들과 같은 부류가 아니라는 사실을 간과했을까? 책의 저자 에이미 추아는 정치적 부족주의의 힘을 놓치고 있는 질문이라 지적한다. 백인 노동자 계급의 취향이나 감수성, 가치관이 트럼프와 비슷해, 이들은 트럼프와 자신을 같은 부족이라 여겼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의 백인은 두 부족으로 나뉜다. 하나는 스스로를 '세계 시민'으로 여기는 엘리트 계층, 다른 하나는 교육 수준이 낮고 애국적인 농촌/중서부/노동자 계급의 백인이다. 후자의 부족적 특성을 살펴보면 트럼프의 개인적 특징들과 맞아떨어진다. 이 두 부족의 서로에 대한 적대와 분노를 파악하지 못하면 현재의 미국 사회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책은 베트남,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에서, 그리고 미국 내부에서 미국이 간과한 각국의 정치적 부족에 대해 살핀다. 좌/우, 혹은 인종과 계급으로만 나누던 이분법적 해석으로는 보이지 않던 그림이 에이미 추와의 부족주의 관점에 기대면 서서히 드러난다. 한국을 직접적으로 다루진 않지만 여러 해석에서 기시감이 든다. 우연은 아닐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스스로를 구하고자 한다면, 부족주의의 위력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말한다. 시기적절한 책이다.

  • 마법의 방방
    최민지 (지은이) | 미디어창비 | 2020년 4월 "너무너무 심심한 어린이 모두 모여라!"

    "아, 심심해. 마법이 일어나게 해 주세요." 모두가 심심해하는 심심해 마을, 한 아이가 소원을 빈다. 그리고 하늘에서 뚝 떨어진 마법의 방방. 마을 주민 모두 어물쩍거리는 동안, 아이는 훌쩍 방방에 오른다. "뛰어 볼까?" 방방을 타고 하늘로, 우주로 날아오르는 아이의 표정은 너무나 유쾌하고 내 몸도 따라 둥실 떠오르는 기분이다.

    25살에 <문어 목욕탕>으로 데뷔한 최민지 작가는 독특한 화풍과 기발한 이야기가 돋보이는 전작으로 새로운 세대의 그림책 작가 출현을 알렸다. <마법의 방방>에는 인생의 절반을 어린이로 살았던 작가의 동심을 고스란히 담았다. 작가는 직접 트램펄린 카페에 방문해 아이들과 함께 뛰어 보고, 동작 하나하나를 화폭에 스케치했다고 한다. 온종일 신나게 놀고 땀에 흠뻑 젖은 채 집으로 돌아오는 아이의 즐거움이 생생하다.

4.242020
  • 농담을 싫어하는 사람들
    정지돈 (지은이), 윤예지 (그림) | 마음산책 | 2020년 4월 "농담처럼 흐르는 정지돈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제6회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작 <건축이냐 혁명이냐>, 첫 소설집 <내가 싸우듯이> 등의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립하며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오가는 특유의 '농담'을 독자 앞에 펼쳐놓던 작가 정지돈이 짧은 소설 시리즈와 만났다. 여행하고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시간을 보내는 사이사이 실없이 건네는 뼈 있는 수다 같은 소설. 윤예지 작가의 감각적인 일러스트가 더해져 소설은 몇 번이나 독자의 눈이 그곳에 머무르게 한다. 지금 그가 하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이것은 농담일까? 사실일까? 농담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소설을 좋아하는 건 가능한가? 농담을 싫어한다는 자기 규정조차 하나의 농담인 것은 아닐까?

    아무도 자신의 서평을 읽지 않는다고 생각해 서평란에 서평 대신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즐겁게 쓰던 서평가는 그 서평이 괴상한 인기를 얻으며 오히려 서평 쓰기에 대한 즐거움을 잃는다. (<어느 서평가의 최후>) 살아있는 자가(그는 실존인물인 이탈리아의 영화 감독 루키노 비스콘티다) 유령이 되어 등장한다는 호텔. "어떻게 죽기도 전에 유령이 되지?"라는 농담에 정색을 하고 답하는 "그게 바로 그게 거장이라는 증거지요"라는 대화를 읽다보면, 누가 하는 말이 픽션이고, 누가 하는 말이 논픽션인지 오래 멈추어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다.(<당신들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나도 당신들을 좋아하지 않겠다>) 사실과 아이러니와 위트와 질문의 연속. 서가의 '책을 배열하는 행위'에 빠진 어떤 <좋은 이웃 사람>이 책 옆에 책을 이어붙이며 이야기를 엮듯 열여덟 편의 짧은 소설을 이어 붙이며 생각을 이어나간다. 지금 우리가 읽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농담을 싫어하는 사람들인가? 확실한 건 이 세계가 무척이나 매력적이라는 점이다.

  • 천년의 수업
    김헌 (지은이)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4월 "질문하는 삶을 살기 위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들은 한 사람을 구성한다. 질문은 쪼개어지며 더 많은 질문을 낳고, 그 질문에 어떻게든 답해보고자 애쓴 흔적은 몸의 곳곳에 남는다. 삶의 무수한 선택들 앞에서 그 흔적들은 무의식중에 나타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가?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김헌 교수는 많은 질문을 하기보다 굵직한 질문들을 반복적으로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건네는 9개의 문장은 우리가 평생을 되새김질해볼 질문들이다. 하나의 질문은 하나의 문. 새로운 문을 열어젖힐 때마다 그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이야기들을 묶어 시야를 틔우고 얄팍한 사유에 살을 찌운다. 생각할 틈 없이 숨가쁜 일상을 잠시 멈추고 이 질문들을 곱씹어 보는 시간이, 우리가 진짜 살아있는 순간일지 모른다.

  • 거기에 가면 좋은 일이 생길 거예요
    구작가 (지은이)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4월 "구작가와 베니의 버킷리스트 이야기"

    에세이 <그래도 괜찮은 하루> <엄마, 오늘도 사랑해>, 귀여운 캐릭터 '베니'를 통해 따스한 희망과 위로의 이야기를 전해온 구작가. 망막색소변성증 진단을 받은 지 7년이 지난 지금은 지름 8.8cm 정도의 시야로 볼 수밖에 없다. 그 이상 좁아지면 혼자 다니기조차 어려워진다. 구작가는 오래전부터 간직해온 버킷리스트에 도전해보기로 한다. 바로 적극적으로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것.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 책에 구작가와 베니가 도전한 특별한 버킷리스트 이야기를 담았다.

    핀란드 로바니에미의 산타마을에서 산타할아버지를 만난 일, 가족과 함께했던 평창 여행, 겨울의 해운대와 고요한 겨울 바다 풍경,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보낸 힐링의 시간, 프랑스의 지베르니 모네의 정원에서 본 수련과 파리의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본 모네의 수련 그림, 방콕에서의 신혼여행. 모든 여행이 수월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지만, 뜻밖의 만남을 통해 받은 친절과 배려에 감동하고, 온기 어린 시간을 보내며 보다 충만한 여행을 경험한다. 눈과 마음으로 담은 좋은 것들, 여행의 설렘과 기쁨을 몽글몽글한 베니 그림과 함께 독자들에게 전한다.

  • 아직도 내 아이를 모른다
    대니얼 J. 시겔, 티나 페인 브라이슨 (지은이), 김아영 (옮긴이), 김영훈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4월 "'아이의 뇌'가 하고 싶은 말"

    50cm의 아기가 150cm의 어린이로 자라는 동안, 아이의 뇌도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전두엽, 편도체 등 어려운 단어를 몰라도, 아이의 하루하루 달라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뇌의 성장과 그 발달 과정은 경이롭기만 하다. 하지만 아직 성숙하지 못한 아이들은 가끔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하고, 자주 부모의 분노를 일깨우며, 매일같이 부모의 인내심을 테스트한다.

    아이의 뇌는 매일의 경험이 쌓여 자라고, 종종 미성숙한 뇌는 어른의 예상을 뛰어넘는 반응을 보인다. 이런 예상치 못한 아이의 행동에 당황한 부모가 어른의 기준으로 아이를 대한다면, 부모의 기준과 행동을 강요한다면, '아이의 뇌'는 올바르게 자랄 기회를 잃을 것이다. UCLA 정신의학과 교수와 소아·청소년 전문 심리치료사가 함께 쓴 이 책은 아이의 뇌 구조와 발달 과정, 그로 인한 아이들의 행동과 부모의 올바른 대처 등을 설명한다.

4.282020
  • 사랑 밖의 모든 말들
    김금희 (지은이) | 문학동네 | 2020년 4월 "삶에 대한 사랑과 사랑 밖의 모든 말들"

    소설가 김금희가 데뷔 11년 만에 첫 산문집을 펴낸다. 소설집을 낼 때는 독자들에게 더 다정한 마음이 되지만, 이번에는 산문집을 내기로 결심한 작가 자신에게 더 온정의 마음을 쏟고 싶다는 고백으로 첫 장을 시작한다. 작가가 되어 십일 년 동안 쓴 산문을 모은 <사랑 밖의 모든 말들>에 김금희 작가가 마음을 쓰고, 마음을 둔 풍경, 대상, 인물, 일들이 작가의 다정한 언어로 담겨 있다. 그의 소설과 닮아 있으면서도 다른 모습의 이야기들을 이 책을 통해 만난다.

    총 5부로 구성된 이 책은 유년의 풍경과 가족의 이야기, 작가이자 후배들을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가진 생각들, 인상적이었던 문학 작품과 영화 '윤희에게', 혼자만의 여행과 혼밥, 사회문제와 노동의 자세 등 오랜 기간 세심하게 감각하고 기록해온 다채로운 글들이 엮어져 있다.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단호하게 써내려간 글에 <경애의 마음> <오직 한 사람의 차지> 등 소설을 통해 보여준 사려 깊음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삶에 대한 사랑과 사랑 밖의 모든 말들, 그리고 아픈 기억과 마음을 폐기하지 않는 용기에 관한 김금희 작가의 글은 몇 번을 읽어도 빛나고 특별하다.

  • 시하와 칸타의 장
    이영도 (지은이) | 현대문학 | 2020년 4월 "이영도 2020 최신작"

    "쥐틀에 걸린 요정을 보았을 때 시하는 분함에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쥐를 먹기 위해 설치해 둔 쥐덫에 걸리고 만 요정. 시하에게 중요한 건 요정이 자신에게 무슨 일을 해줄 수 있는지가 아니라, 그 요정이 '식용'인지 아닌지 뿐이다. 매력적이고 설득력 있는 픽션의 세계를 독자 앞에 내놓는 작가 이영도가 최신작에서 설계한 세계는 멸종을 앞둔 인류의 마지막 장. 보호받아야 할 멸종위기종인 인류는 헨리'동물원'에 살며 드래곤인 헨리와의 거래에 의존해 눈앞의 절멸을 겨우 피해나가고 있다. 거래 수단은 시하가 암송할 수 있는 과거의 시와 노래. 시하는 매번 목숨을 걸고 헨리에게 거래를 요청한다.

    ㅇㅇ시 하수처리장의 구정물에서 살던 경험 때문에 시하라는 이름을 얻은 열아홉살의 '여자 사람' 시하. 그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감히 사랑을 하고 자신을 낳은 부모를 이해하지 못한다. 인류의 부흥을 꿈꾸는 '마트' 무리도 이해할 수 없는 건 매한가지. 하지만 마트 무리와 함께 다니는 십대 '남자 사람' 칸타를 알게 된 후 시하는 사랑에 대해 전과는 다른 마음을 품게 된다. 건강한 인물들의 매력적인 활보, 활달한 입담으로 던지고 받는 말의 찰기가 이영도가 돌아왔음을 실감케 한다. 트리스탄과 이졸데도, 투란도트도 남아있지 않은 세상이라면, 세상엔 무엇이 남아있는 걸까. <피를 마시는 새>, <드래곤 라자> 등의 작품을 통해 묵직한 질문을 던져온 작가 이영도가 우리를 살게하는 것은 무엇인지 다시 묻는다.

  • 정년이 1
    서이레 (지은이), 나몬 (그림) | 문학동네 | 2020년 4월 "무대에 선 여성들의 당당하고 활기찬 이야기"

    1950년대, 종합예술극인 '여성국극'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다. 모든 배역을 여성이 맡아 진행하는 이 무대에서 여성은 예술인이자 스타, 그리고 남녀 차별로 엄혹했던 시절의 한 인격체로서 본인의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우리의 주인공, '윤정년'은 바로 이 무대에서 스타가 되길 원하는 연습생이었다.

    '2019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수상하며 그 작품성과 시의성을 인정받은 <정년이 1>는 여성으로만 이뤄진 여성국극이라는 소재의 특성상, 필연적으로 여성 서사 중심으로 이야기 펼쳐진다. 현실은 그렇지 않을지언정 무대에서는 그 누구도 될 수 있었던, 재능 있는 여성들의 도전과 노력이 '여름을 닮은' 그림체와 어우러져 감동으로 다가온다.

  • 개미 요정의 선물
    신선미 (지은이) | 창비 | 2020년 4월 "시간을 거슬러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오래된 사진첩을 지긋이 바라보는 할머니는 젊은 시절, 작고 귀여웠던 아이를 더 많이 안아주지 못해 아쉽고 그 시절이 그립다. 아이는 그런 할머니와 엄마를 위해 개미 요정과 함께 과거로 돌아가는 '투명 장옷'을 준비하고, 엄마와 할머니는 열두 시가 되면 일어나는 마법을 기다린다.

    동양화가 신선미의 '개미 요정' 두 번째 이야기 <개미 요정의 선물>에는 개미 요정을 매개로 할머니, 엄마, 아이로 이어지는 가족 삼대의 따스한 사랑을 담았다. 전통과 현대, 일상과 판타지가 어우러진 이야기와 매 단계 섬세하게 공을 들인 전통 채색화 기법의 그림은 한 폭 한 폭이 더없이 아름답다. 돋보기안경을 치켜올리며 '투명 장옷 설명서'를 진지하게 읽고, 마법이 일어나려는 순간에도 어린 엄마에게 줄 도시락을 싸는 할머니의 모습에 슬며시 웃음 짓다 보면 어느새 가슴속에 간직한 가장 그리운 순간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