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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2020
  • 김미경의 리부트
    김미경 (지은이)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7월 "다시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한창 작업 중이던 컴퓨터가 갑자기 멈춘다. 저장되지 않은 많은 것들을 날려야 하지만 재부팅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코로나로 시름에 잠긴 지금 우리 삶의 모습이 그렇다. 그러나 컴퓨터를 오래 켜두면 어차피 느려지게 마련이고, 재부팅은 메모리를 비워 우리의 작업을 한층 수월하게 해 주지 않았던가. 그러니 우리는 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비록 타의에 의한 강제 재부팅 상황이지만, 더욱 신속하고 빠른 속도로, 새로운 창을 열어 새로운 작업을 모색할 기회인지도 모른다. 타성과 관성에 젖었던 그 복잡다단한 우리의 삶을 재정비하고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갈 계기를 코로나 시대에 비로소 찾았다는 것이 겸연쩍을 수는 있지만 말이다.

    어쨌든 코로나는 분명 세상의 판을 바꾸고 있다. 국민강사 김미경 원장도 강연 수입을 잃어 회사 경영이 위태로웠다고 고백할 정도다. 그렇게 언택트 시대로의 변화를 절감했던 그녀는 이제 한발 앞서 '온택트' 시대를 열고 있다. 이 책은 그 절박하고 간절했던 고민의 결과다. 코로나로 지친 독자들을 위로하고 응원하면서도, 이제 하루빨리 새로운 질서를 파악하고 도전에 나서는 사람들의 세상이 펼쳐진다는 것을 일깨우고 독자들의 행동을 재촉한다. 멈춘 컴퓨터를 끄고 누가 고쳐 주기만을 바랄 것인가? 우리의 삶은 선지자도 정부도 아닌 우리 스스로가 일으켜 세워야 함을 명심하자. 지금 우리가 눌러야 할 버튼은 '시스템 종료'가 아니라 '다시 시작'이다.

  • 일곱 해의 마지막
    김연수 (지은이) | 문학동네 | 2020년 7월 "백석을 만난 김연수, 8년 만의 장편소설"

    "그때 세상은 아름다운 것들로 북적대고 있었다. 따뜻한 것들로, 좋아하는 것들로, 다정한 것들로. 이를테면 잘 길들여진 돼지처럼 순하고, 남국의 산록같이 보드라운 것들로." (185쪽)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가는' 삶. (백석,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중) 거대한 세계의 질서에 휩쓸리고서도 여전히 꿈을 멈추지 않는 개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온 소설가 김연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을 통해 사랑하는 개인들의 숭고함에 대해 이야기한 후로 8년, 매일 읽고 쓰고 달리는 작가 김연수가 기행을 만났다. 시인 백석. 평북 정주에서 태어난 일명 기행이라고 소개되던 남자. 1930년대의 흥성하고 눈부셨던 백석의 시간을 지나 이제 김연수의 소설이 그리는 순간은 1958년 기행의 시간. 기행은 아프리카의 기린의 목에 (혁명의) 붉은 깃발을 단 동시를 썼다는 이유로 비판받는다. 아프리카의 기린이 현실의 삶을 반영하기엔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게 그 이유이다. "당은 생각하고 문학은 받아쓴다는 것."(55쪽) 자아가 너무 많은 기행은 그들의 문학을 따를 수 없고, 그의 자아는 그 존재만으로 비판의 이유가 된다. (한때 그는 '박시봉'의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같이 생각' 했었다.)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없고, 꿈꿀 수 없는 곳에서 개인은 무엇을 해낼 수 있는가. 김연수가 물음을 계속한다.

    이 소설의 첫 장 첫 문장은 "벨라와 빅토르는 시인이다."로 시작하고, 다음 장 첫 문장은 "기행은 시인이다."로 시작한다. 시인은 어떻게 시인이 되고, 어떻게 시인으로 남을 수 있을까. 시인으로 살기보다 러시아어 번역가로 살기로 한 기행이 러시아 시인 벨라에게 보낸 시작노트가 벨라의 러시아어 시 두 편으로 돌아오면서 기행의 삶은 그가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김연수는 작가의 말에서 "이것은 백석이 살아보지 못한 세계에 대한 이야기이자, 죽는 순간까지도 그가 마음속에서 놓지 않았던 소망에 대한 이야기다."라고 말한다. 그의 말대로 현실에서 실현되지 못한 어떤 이야기는 소설이 된다.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 같던 꿈. 눈 내리는 정주의 풍경을 그리던 시인의 꿈은, 60년 전 그에게서 시작되어 마침내 지금 우리에게, 김연수의 아름다운 문장을 타고 도달한다.

  • 미움
    조원희 (지은이) | 만만한책방 | 2020년 7월 "나도 너를 미워하기로 했어."

    나는 어느 날 한 아이로부터 갑자기 "너 같은 거 꼴도 보기 싫어!"라는 말을 듣는다. 처음 듣는 말이었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그리고 '나도 너를 미워하기로' 한다. 이제 나는 밥을 먹으면서도, 숙제를 하면서도, 잠을 자면서도 미워한다. 미움은 점점 커지고 힘도 세지고, 내 마음은 미움으로 가득 찼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이 기분은 뭐지? 나는 언젠가 팔에 부스럼이 났을 때를 떠올리며 그 아이를 미워하고 있는 자신의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미움'이라는 감정을 마음에 품기 시작하면, 그 감정은 나를 잠식해간다. 밥을 먹을 때 목에 걸린 가시처럼, 신나게 놀면서도 찡그려지는 얼굴로, 편안한 잠을 방해하는 악몽으로 내 곁에 자리잡는다. 부스럼은 가만히 두어야 낫는 것처럼 '나'는 이유나 해결책을 찾는 대신 가만히 바라본다. 그리고 '너를 미워하지 않기로' 한다. 미움이라는 족쇄를 지니고 있는 그 아이는 여전히 빨간 얼굴을 하고 있지만. 조원희 작가는 단순명료한 그림과 섬세한 이야기로, 우리가 흔히 경험하지만 어렵고 복잡미묘한 '미움'이라는 감정을 깊이 들여다보고 다친 마음을 위로해준다.

  • DK 수학의 핵심
    DK 『수학의 핵심』 편집위원회 (지은이), 이현주 (옮긴이) | 비룡소 | 2020년 7월 "어린이를 위한 비주얼 수학 개념 사전"

    시간을 잴 때, 돈을 벌 때, 예술을 창조할 때도, 우주의 비밀을 풀고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일에도 수학이 필요하다. 친구네 집에서 자고 와도 된다는 허락을 못 받았다면, 우리는 수학의 힘을 빌려 부모님의 마음을 돌릴 수도 있다(101페이지 원그래프 그리기 참고). 수와 연산부터 도형과 측정, 규칙과 수열, 자료와 통계, 확률과 논리까지 매 순간 우리와 함께 하는 수학의 모든 것을 그림과 사진으로 정리했다. 아름다운 그래픽과 가독성 높은 편집을 자랑하는 비주얼 개념 사전으로, 초등 수학 교과서와 함께 보면 더욱 활용도가 높다.

    수학책이면서 또 단순한 수학책만은 아니다. 수학과 함께 해온 인류의 역사와 오늘날 수학이 세상을 움직이는 원리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개념과 원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다시 정리하는 일이 얼마나 위대한지, 그 가치를 제대로 느끼게 해준다. 아무것도 없다는 추상적인 개념이 실제 숫자 영으로 표현되는 과정을 장장 4페이지에 걸쳐 완벽하게 전달하는 집필진의 능력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수학 공부를 피할 수 없다면 즐기는 게 상책이다. 지름길이 바로 여기에 있다.

7.72020
  • 내가 말하고 있잖아
    정용준 (지은이) | 민음사 | 2020년 6월 ""나는 잘해 주는 사람을 미워하겠다.""

    "넌 왜 사냐? 쓸모없고 말도 못 하고 친구도 없고 늘 괴롭힘만 당하잖아. 왜 살아?" (101쪽) '나'는 말더듬이이다. 사람들은 말을 못하는 사람은 할 말도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아이큐도 낮을 거라고 생각하고, 소리를 내지 않으니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과거의 나는 잘해주면 사랑에 빠지는 사람. 한 손을 내밀면 두 손을 내미는 사람, 껴안아 주면 녹아버리는 눈사람 같은 사람. 이제 열네 살인 나는 다짐한다. "나는 친절한 사람을 싫어하겠다. 나는 잘해 주는 사람을 미워하겠다. 바보 멍청이 똥 같은 놈아. 아무것도 기대하지 마." (9쪽) 완연한 청소년이 된 나는 이제 예전처럼 바보 같은 어린이로 다른 사람들 앞에 서지 않을 것이다. 아무나 사랑해버리고 아무에게나 기대해버리지 않을 것이다.

    어디에도 내 자리는 없는 것 같다. 엄마는 자꾸 이상한 남자를 만난다. 남자들은 엄마를 때리고 내 일기를 훔쳐보고 나를 모욕한다. 말더듬이인 걸 알면서도 국어 선생님은 자꾸만 24번인 나를 불러세워 책을 읽게 시키고 내게 굴욕감을 안긴다. 이런 내가 어떻게 또 바보처럼 사람을 좋아하게 될 수 있을까? "천천히 말해. 차분하게 말해 봐. 떨지 마. 용기를 내!" 나를 응원하는 언어 교정원 원장 선생님을. 국어 선생님에게 복수를 해주겠다고 함께 계획을 짜주는 학원에서 만난 또래 친구들 '루트'와 '곰곰이'를. 어린 딸에게 말을 더듬는 버릇을 가르치지 않기 위해 교정원에 다니는 아저씨를, 계피 사탕을 주곤 하는 조금 이상한 할머니를. "웃게 만든 다음 울게 만들 거잖아. 줬다가 뺏을 거잖아." (21쪽) 다짐하고 또 다짐하면서도 굳게 닫힌 마음이 기어이 녹고 마는 순간. 시인 이제니의 추천처럼, "그 마음들 곁에서. 이상한 위로를 받는 동시에 말없는 응원을 보내고 싶어"진다. <바벨>등의 작품을 통해 '말' 그 자체에 대한 관심사를 꾸준히 드러낸 소설가 정용준이 안쓰럽고 사랑스러운 한 내성적인 수다쟁이의 이야기를 선보인다. 말하기와 글쓰기, 그 사이에서 누군가 외친다. "내가 말하고 있잖아." 이제 그 이야기에 귀 기울일 때다.

  • 제3의 부의 원칙
    대니얼 크로스비 (지은이), 조성숙 (옮긴이) | 청림출판 | 2020년 7월 "어제의 그 투자 결정을 후회한다면"

    우리에겐 생각할 것들이 너무 많다. 인간이 하루에 무려 3만 5천 가지 결정을 내린다는 연구 결과를 그대로 실감할 수는 없더라도 말이다. 한창 열풍이 불고 있는 주식 투자만 해도 그렇다. A 주식을 살지 B 주식을 살지, 100주를 한 번에 살지 50주씩 나누어 살지, 지금 살지 더 내리면 살지, 이 정도 선에서 매도하여 수익을 실현할지 조금 더 오를 때까지 기다릴지, 그 무수한 결정들 앞에 우리 머릿속은 복잡해지기 십상이다. 때로는 그 결정을 순식간에 내리는 자신을 보며 이제 투자에 도가 텄다는 듯 어깨에 힘이 들어가기도 한다. 심리학자이자 행동 금융 전문가인 저자는 묻는다. 그래서 그 결정들이 당신을 부자로 만들었냐고 말이다.

    인간이 합리적 선택을 내린다는 고전 경제학의 믿음은 행동경제학자들의 좋은 먹잇감이 되곤 한다. 이 책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투자를 바라본다. 저자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투자 행태에서 드러나는 여러 문제점들을 지적하면서 성공적인 투자를 위한 지침들을 함께 제공한다. 생각이 너무 많고 성급하게 행동하려 드는 우리의 평소 성향과 반대로 움직일 것을 주문하는데, 말인즉 단순하게 생각하고 최대한 행동을 참을 때 비로소 성공적인 투자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결국 투자의 핵심은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투자서인가 심리서인가? 투자의 거장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저서로 답을 대신한다. '투자는 심리게임이다.'

  • 조각들
    미나토 가나에 (지은이), 심정명 (옮긴이) | 비채 | 2020년 7월 "아름다워지면 행복해질까요?"

    한 소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엄청난 수의 도넛이 흩뿌려진 방에서. 미용성형외과 원장 히사노가 고향 친구에게 들은 충격적인 소식이다. 소녀는 그들의 초등학교 동창의 딸이다. 원래 밝은 성격의 평범한 아이였는데, 고등학생 때부터 돌연 등교 거부를 시작했고 엄마가 딸을 학대했다는 소문이 있었다고도 했다.

    외모에 대한 컴플렉스를 성형수술로 '치유'하는 것은 감기나 충치를 치료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며,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본인의 직업에 자부심을 가져온 히사노. 그는 어쩐지 소녀의 이야기를 머릿속에서 떨쳐낼 수가 없다. 결국 히사노는 고향을 찾아 다른 동창과 소녀의 주변 인물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는데…

    '정상성의 병리성'. 소설을 읽는 내내 떠올렸던 단어다. 병든 사회 속에서 모든 것이 완벽히 정상인 것처럼 살아가는 사람들. 병들지 않은 이가 환자 취급을 당하고 고통받는 세계. 자신이 병에 걸린 줄도 모르는 사람, 병이 들었는지 처음으로 의심해보는 사람, 병에서 치유되는 사람, 소설은 곪아버린 사회 속 다양한 인간 군상을 조명한다. "당신이 가지고 싶은 '아름다움' 그리고 '행복'은 누구의 눈을 통해 본 것입니까?" 작가 미나토 가나에의 질문이 마음에 꽂힌다.

  • 나무의 세계
    조너선 드로리 (지은이), 루실 클레르 (그림), 조은영 (옮긴이) | 시공사 | 2020년 6월 "식물학자가 들려주는 나무와 사람 이야기"

    영화 '아바타'를 봤다면, 풍성한 생명력을 자랑하던 아름드리나무가 인상적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이렇게 종교적 숭배의 대상이 된 나무를 '영목'이라고 한다. 따로 칭하는 이름이 있을 정도로 나무는 자주 인간에게 영적인 존재로 떠받들어진다. 오래도록 한자리에서 인간사를 지켜보고 여러 생물과 관계 맺으며 나이테 사이사이 이야기를 쌓아가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런던 큐 왕립 식물원의 이사 출신의 식물학자다. 식물에 관한 과학 다큐를 촬영하는 것이 일의 일부인 그는, 나무가 품고 있는 세계를 들여다보는 사람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인간에게 영향을 준 80그루의 나무를 소개한다. 나무 한 종 한 종의 개체적 특성에 대한 설명과 이 나무가 인간과 맺은 관계, 그 연결고리를 전해준다. 각 잡힌 도감은 아니다. 박학다식한 삼촌이 숲을 거닐며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흘러가는 대로, 나무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자유롭게 풀어놓는다. 호랑잎 가시나무의 도토리를 이베리아 흑돼지에게 먹인 햄이 스페인의 그 유명한 '하몬 이베리코' 햄이라는 것, 신화 속 인물의 이름을 딴 사이프러스는 불멸의 영혼과 영원한 죽음을 상징하기에 묘지에 심긴다는 것 등 그가 늘어놓는 나무에 얽힌 이야기들은 흥미롭고 신비롭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나무를 볼 때면, 보이지 않는 투명한 관계의 연결망을 함께 느끼게 될 것이다. 다른 생명체와 관계 맺으며 이 세계에 오래도록 살아온 존재에 대해 아는 일은 삶을 한결 풍성하게 만든다.

7.102020
  • 체스트넛 스트리트
    메이브 빈치 (지은이), 정연희 (옮긴이) | 문학동네 | 2020년 7월 "더블린 동네 사람들, 일상의 굴곡과 온기"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에서 함께 자란 세 소녀. 모라와 메리와 디어드리는 "결혼이라는 왕관"을, 달콤한 사랑의 유일한 종착역일 그 순간을 함께 꿈꿔왔다. 시간이 흘러 열일곱이 된 친구들은 각자의 길을 찾아 웨일스로 더블린으로 흩어졌고, 마을에 남은 메리는 '순종 서약'을 하며 결혼을 했다.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고향을 찾은 디어드리와 모라는 "여성해방운동은 문제가 많다"는 이야기가 식탁에서 버젓이 오가는, 이전에는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끔찍히 보수적인 가족의 모습을 본다. 더이상 이들에게 결혼은 '왕관'도, 사랑이 의무적으로 도달해야 할 종착역도 아니다.

    하지만 웨일스에서 자유로운 삶을 경험하고 모라와 뜻을 함께한 디어드리조차도 "부모에게 그들이 그토록 원하는 하루, 그들을 지역사회에서 존경받는 사람들로 만들어줄 하루를 선물"하기 위해 부모가 원하는 모든 형식에 맞춰 결혼식을 진행하기로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 모라는 생각한다. "결혼식이나 의식 같은 것은 사실상 울타리나 자물쇠"나 다름없고 "세상이 지금 이 모양인 건 사람들이 남을 기쁘게 해주기 위해 자신이 의도한 바가 뭔지 생각도 하지 않고 그 많은 걸 하기 때문"이라고. 그렇지만 부모를 위해 인생의 긴 여정 중 '그저 단 하루'만 참아줄 수 없냐는 죄의식이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체스트넛 스트리트>는 모라가 살고 있는 더블린의 동네, '체스트넛 스트리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집이다. 메이브 빈치의 소설 속에는 거대한 주인공이나 극적인 서사는 없다. 엇나간 가족 관계, 마음대로 되지 않는 사랑, 불확실한 미래를 고민하며 "인생이 우리가 생각했던 대로 흘러가진 않는 것 같아"라고 말하는 사람들. 마음에 계속해서 그늘을 드리우는 크고 작은 고민들을 해결할 길은 없지만, 밤이 오고 다시 해가 떠서 당면한 일상을 다시 살아내야만 하는 사람들의 사연이 그려질 뿐이다. 그 모습과 진솔한 이야기가 꼭 지금, 여기 우리 주변의 모습 같아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 N잡하는 허대리의 월급 독립 스쿨
    사업하는 허대리(N잡하는 허대리) (지은이) | 토네이도 | 2020년 7월 "종잣돈이 필요 없는 재테크!"

    20년치 월급을 모아도 서울 아파트를 못 산다는 현실이나 그 누구도 월급만으로 부자가 된 사람은 없다는 사실에 낙담한 우리는 주식 투자나 로또로 그 안타까운 마음을 달랜다. 그런데 그 월급마저도 받지 못하는 날이 반드시 온다는 사실은 재테크를 부가 수익의 차원을 넘어 생존이 걸린 문제로 만든다. 상황이 그렇다면 우리는 보다 적극적인 재테크에 나설 필요가 있다. 종잣돈은 나 자신이다. 각자 스스로 쌓아 온 자산을 활용하여 월급 외의 수익을 만들어 보자는 이야기다. 언택트 시대를 맞아 1인 미디어와 지식 콘텐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이니 우리는 이 흐름을 잘 읽고 새로운 기회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은 지식 창업에 대한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하며 독자들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한다. 우리가 머뭇거리는 이유는 전문가가 아니라 자신이 없어서거나 전문가이지만 겸손해서다. 전자든 후자든 행동하지 않는다는 건 똑같다. 저자는 강조한다. 세상은 뭔가를 배우고 싶은 사람과 그걸 가르쳐줄 수 있는 사람으로 가득 차 있다고. 그렇다고 당장 퇴사하고 창업에 나서라는 얘기는 아니다. 앞서 생존의 문제라며 거창하게 이야기했지만, 좋아하는 일이 있다면 약간의 열정과 행동력을 가미하여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해 보자. 주식도 처음부터 1억 원어치를 사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시작이 정말 반이 되어 나의 미래를 완전히 바꿔놓을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 타오르는 마음
    이두온 (지은이) | 은행나무 | 2020년 7월 "정유정과 미야베 미유키가 주목한, 이두온의 발견"

    연쇄 살인으로 먹고 사는 마을이 있다. 2번 국도와 17번 국도가 교차하는 지점에 있는 작은 마을 비말. 지도에도 안 나오던 이 작은 마을은 주변을 지나는 고속도로가 뚫리며 아무도 들르는 이가 없는 '죽은' 마을이 되고 말았다. 먹고 살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정도로 마을 사람들이 극에 몰렸던 어느 해, 이 마을엔 상상하지 못한 관광자원이 탄생한다. 자랑할 건 건조한 평원과 바위 밖에 없던 마을. 그 평원 위에서 검게 뼈만 남은, 불에 탄 시체가 여섯 구나 발견된 것이다. 연쇄살인이 분명한 사건, 범인은 잡히지 않고, '돈이 될지도 모른다'는 노골적인 마음은 <평원의 살인마>라는 영화가 흥행하며 확신으로 바뀐다. 마을 사람들은 피해자들의 삶을 소재로 '범죄의 역사' 박물관을 열고, 컬트적인 살인자의 팬들이 마을을 관광한다. 어떤 피해자의 가족은 이를 견딜 수 없어 마을을 떠나고, 어떤 피해자의 가족은 오기의 엄마처럼 희생자의 방을 빌려줄 때는 가격의 두 배를 부르는 방식으로 모텔을 운영하며 가족의 비극을 팔아 살아간다.

    여기까지 설정을 전개하는데 이두온은 딱 30쪽이라는 분량을 사용한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둔 인물들의 성격과 공간, 그 비정함을 기반으로 앞으로의 이야기를 끝까지 밀어붙인다. 6년 전 딸을 평원의 살인마에게 잃고 비말을 찾았다 기어이 살해되고 만 자신의 '친구' 나조 씨의 죽음을 계기로, 어릴 적 '평원의 살인마'의 얼굴을 목격한 적이 있는 밴나는 나조 씨를 죽인 자를 찾기 위해 친구인 오기와 함께 나선다. 호흡이 빠르고 개성적인 문장은 날카로운 목소리로 질문을 계속 던지며 난폭할 정도로, 이야기를 가차없이 몰아붙인다. 타인의 죽음을 팔아 '멀쩡한 얼굴로 잠을 자고 식사를' 하는 너희가 '정상'인지, 형이 죽은 방에서 '나도 뭔가를 부수고 싶어서' 모텔방과 집기를 부수는 오기가 '정상'인지. <시스터>라는 첫 소설이 일본에 소개되며 미야베 미유키의 호평을 얻은 작가 이두온이 한국적인 스릴러의 한 장을 펼쳐 보인다. 정유정, 미야베 미유키가 독자에게 권하는 작가, 이두온의 강렬한 등장이다.

  • 써드
    최영희 (지은이), 도화 (그림) | 동아시아사이언스 | 2020년 6월 "인간, 기계인간, 그리고 그다음 존재"

    "호모 사이엔스와 인공지능의 뒤를 이을 세 번째 지성체는 어떤 모습일까?"라는 궁금증에서 출발한 어린이 SF소설. 로봇이 인간을 추방시키고 도시와 문명을 차지한 가상의 미래, 인간이 다시 책의 주인이 되어 무너진 세상을 일으키고자 한다. 사고로 언니를 잃은 인간 소녀 요릿과 인간에 가깝게 설계된 로봇 조사관 리처드, 뱀의 몸통에 늑대 머리를 한 6미터 괴생물까지, 태어난 이유도 살아가는 방식도 다른 세 존재의 만남은 시작부터 결말까지 팽팽한 긴장과 에너지를 뿜어낸다.

    오로지 효율만을 최우선의 가치로 두고, 그저 편리한 도구를 만드는 데만 몰두한 인류의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나는 누구인가'라는 존재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생과 사를 오가는 짜릿한 모험 속에 묵직한 성찰을 담았다. 한낙원과학소설상, 창비청소년문학상, SF어워드 우수상을 수상한 최영희 작가가 누군가의 꿈이 모두의 꿈이 되는 상상을, 그것을 지켜내려는 용기 있는 목소리를 그려낸다. 이야기의 힘을 믿는 사람들에게, 인간의 창조물들 중에서 가장 위대한 것이 책이라는 데 동의하는 독자들에게 너무나 매혹적인 작품이 될 것이다.

7.142020
  • 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
    켄 리우 (지은이), 장성주 (옮긴이) | 황금가지 | 2020년 7월 "우리를 인간답게 하는 것에 대하여"

    "이제 우리는 영원히 살 수 있습니다." 인류는 뇌를 디지털 세계로 업로드한 후 육체의 속박을 벗어나 영생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뇌는 스캔 후 파쇄되므로 인간 한 명이 업로드 될 때마다 생명이 없는 육신 한 구가 남는다. 사람들은 앞다투어 자신을 무한의 세계로 업로드했고, 그것을 선택하지 않는 이는 '잔류자'로 불리며 동정과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인간이 육신을 보존하는데 쓰던 막대한 에너지와 "물질 세계"를 버리자 도시는 폐허가 되었다가 정글로 변했고, 그곳엔 동물들이 다시 찾아와 산다. 누군가에게 인류는 최상의 단계로 진화 중이었고, 누군가에게 인류는 스스로를 파괴하는 중이었다. 누군가는 인류가 모든 것을 성취했다고 생각했고, 누군가는 인류가 중요한 무언가를 영영 잃었다고 생각했다.

    세상 사람 모두가 고결하다고 칭송하는 어떤 것이 무의미하게 다가올 때 느끼는 환멸에 대하여. 우리는 무엇을 믿으며 살아갈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그것은 비로소 우리 생의 모습을 빚는다. 켄 리우의 소설집 <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는 일상의 거의 모든 제약이 전복된 다양한 세계들을 제시하며, 우리를 인간으로 살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 작가는 변호사와 프로그래머로 일할 당시 "사실과 숫자가 인간을 설득하지 못하는 것"을 생생히 보았으며 인간은 오로지 '이야기'를 통해서만 세계를 인식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인간은 유일하게 "이야기를 짓는 종(種)"이기에. 이야기를 통하지 않는다면 돌발과 우연 투성이인 인간 세계를 절대로 이해할 수 없기에.

    그렇게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조금이라도 더 인간다워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가능한 모든 돌발 상황을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해주는, "쏟아지는 if 명령문" 속으로 질주하는 신호들로 이뤄진 완벽한 알고리즘과 인간은 그렇게 대척점에 설 수 있다. 어수선한 칩거의 시절, 켄 리우가 직조해낸 열두 편의 소설은 금세 우리를 열두 개의 다른 시공간으로 데려간다. 그리고 그 망망한 여정 끝에 다시 소설을 읽기 시작했던 지점으로 돌아왔을 때, 우리를 둘러싼 세계는 예전과 전혀 같지 않다. 생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선택하지 않을 것인가. 우리가 문학을 읽는 이유를 재인식하도록 해주는 작품이다.

  • 마음의 오류들
    에릭 R. 캔델 (지은이), 이한음 (옮긴이)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7월 "에릭 캔델, 고장난 뇌에 대한 분석"

    모르면 함부로 말하기 쉽다. 조현병, 자폐증, 우울증 등의 질환이 오로지 마음의 문제라고 인식되던 시절에, 환자들은 의지박약이라고 손가락질 당하거나 엉뚱한 처방으로 상태가 더 악화되곤 했다. 혐오는 환자의 가족을 향해서도 날아갔다. 자폐의 기원을 엄마의 부족한 사랑이라고 주장하는 베텔하임의 자폐 이론은 많은 부모에게 극심한 죄책감을 안겼다.

    정확한 앎은 혐오를 소멸시킨다. 조현병, 자폐증, 우울증, 양극성 장애, 파킨슨병과 헌틴턴병은 모두 뇌의 어느 부분이 고장 나서 생기는 질병이다. 노벨의학상 수상자 에릭 켄델은 이 책을 통해 각 정신 질환들이 왜 발병하는 것인지, 그것은 어떤 증상을 동반하며 뇌의 어느 부분에 무슨 일이 발생한 것인지 다각도로 살펴본다. 이 과정에서 뇌의 각 부분이 인간 본성의 어떤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는데, 뇌과학을 통해 얻는 인간에 대한 이해는 딛고 선 바닥이 단단하다.

  • 작은 동네
    손보미 (지은이)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7월 ""네가 고칠 수 있는 일 같은 건 없어.""

    나의 현재. 나는 강사 일을 하며 비정기적으로 번역을 하는 사람이다. 남편은 연예기획사에서 제법 경력이 쌓인 채 일하고 있고, 본인이 '중요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얻기 위해 스크랩을 즐겨한다. 아버지는 내가 어릴 때 어머니와 나를 떠났다. 홀로 나를 키운 어머니는 현재의 내 삶이 아주 큰 행운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머니의 입에 늘 붙어있던 말. 너의 삶. 너의 행복. 너의 안전. 내가 알고 있던 내 삶이 틀어진 건 어머니가 담낭암을 앓던 즈음부터였다. 돌아가시기 전 어머니는 될수록 많은 얘기를 하며 자신의 삶을 복기하고 싶어했다. "나는 한동안 어머니가 내게 남긴 그 많은 이야기 속에서 둥둥 떠다녔다. 손발이 묶인 채로 바닷속에 던져진 사람처럼 말이다." (13쪽) 그렇게 어머니가 던진 말은 나를 그 '작은 동네'로 이끈다. 어머니의 유별난 보호를 받던 열 살인 내가 살고 있는.

    "문득 그동안 나를 구성한다고 믿고 있던 요소들이 재정비되는 느낌"(34쪽)이 소설 전반을 지배한다. 어머니가 내게 말한 '작은 동네'는 화재로 잃은 가족을 기억하려 개를 한 마리씩 기르는 슬프고 기이한 마을이다. (손보미의 문장처럼 말하자면 '어머니는 내게 진실을 말하였는가?') "이 동네에서 불이 나서 죽은 사람들을 생각해봐. 그걸 아무도 바꿀 순 없어. 얘. 네가 고칠 수 있는 일 같은 건 없어. 일어난 일은 그대로 일어난 대로 둬야 해." (133쪽) 라고 말하던 어머니의 얼굴이 기억 속에서 재조립되는 순간. "우리 모두 다 함께 고통받았다는 사실이 우리들을 계속 살게 하는 거라고." (52쪽) 라고 말하던 어머니의 굳은 표정이 떠오르는 순간. 어떤 유년은 조금도 달콤하거나 명랑하지 않게, 비밀을 품은 입술을 꾹 다무는 법을 배우며 지나가버리는 시간이기도 하다는 걸 손보미의 소설은 말하고 있는 듯하다. 기척으로 말하는 작가인 손보미는 이 유년기의 '분위기'를 체험하게 한다. "결정적인 대목을 말하지 않고" "말해지지 않은 덕에 더욱 강렬"(권희철)한 이야기 쌓기가 빛을 발한다. "네가 고칠 수 있는 일 같은 건 없어."라고 말했던 어머니가 평생을 두고 고치려 했던 '그것'에 관한 이야기가 전개되는 후반부의 밀도가 특히 인상적이다. 결말을 알고도 비로소 처음부터 다시 읽고 싶어지는, 손보미 두번째 장편소설.

  • 키드 스파이 1 : 사라진 보물
    맥 바넷 (지은이), 마이크 로워리 (그림), 이재원 (옮긴이) | 시공주니어 | 2020년 6월 "평범한 아이가 영국 여왕의 비밀 스파이가 된다면"

    때는 1989년, 캘리포니아주에서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는 한 소년의 집에 전화벨이 울린다. 전화를 한 사람은 영국 여왕. 어젯밤 누군가가 왕관 보석을 훔쳐갔으니 당장 비행기를 타고 런던으로 와달라는 부탁이다. 일급비밀 문서와 변장도구 세트, 고독한 스파이 생활에 친구가 되어 줄 강아지 한 마리까지, 만반의 준비를 마친 맥 바넷은 무사히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까?

    잠깐, 그런데 주인공 이름도 작가 이름도 '맥 바넷'이라고? 그렇다. 이 이야기는 작가 맥 바넷의 어린 시절에 실제로 일어난 일을 그대로 옮긴 것이라는데, 과연 이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어도 될지. 실화든 허구이든 이것 하나만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맥 바넷은 스파이의 세계를 매력적으로 보여주는 이 작품을 쓸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는 것을. 상상력의 옷을 입고 있긴 하지만, 분명 자신의 삶이 담긴 진실한 동화를 쓰는 천부적인 이야기꾼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물건을 훔치고, 도둑 맞은 물건을 되찾는 흥미로운 소동을 따라가며 사람들이 가장 귀하게 여기는 것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할 기회가 주어진다. 아이와 어른이 어떻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주고 받을 수 있는지를 이상적인 방식으로 보여주는 대화들은 진정 아름답다. 의뢰인은 어른, 해결사는 아이, 모든 문장에 깃든 유머와 통쾌한 결말. 미국 TV 시리즈 제작이 확정된 기막히게 재미있는 첩보 모험 동화다.

7.172020
  • 아무튼, 언니
    원도 (지은이) | 제철소 | 2020년 7월 ""아무튼, 언니만 있으면 된다.""

    "눈물을 동반하지 않고도 상처를 드러내는 법과 눈물을 보일 땐 부끄러움 없이 펑펑 울며 기대는 법을, 시기나 질투 없이 진심으로 누군가를 축하하는 법을, 과거와 미래에 얽매이지 않고 오롯이 현재를 누리는 법"을 가르쳐준 언니. <경찰관속으로>에서 "어제 사람이 죽어서 인구가 한 명 줄어버린 관내를 오늘 아무렇지 않게 순찰해야 하는 직업"이 경찰관임을 고백하며, 이 땅의 경찰관들이 겪고 있는 일들을 언니에게 쓰는 편지글로 담담하게 적어내려간 원도 작가의 새 책 <아무튼, 언니>에는 작가가 만난 다양한 언니들이 등장한다.

    아픈 오빠를 둔 동생으로서 짊어질 수밖에 없었던 마음의 무게를 덜어내준 것도, 중앙경찰학교 교육생 시절부터 경찰관으로 살아가는 지금까지 아낌없이 지원하며 든든하게 옆을 지켜준 것도 모두 언니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따뜻한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불러줄 뿐 아니라, 자신을 믿어주고 끌어주고 응원해주는 언니들을 만난 덕분에 전과 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한없이 다정한 언니들을 통해 확장된 세계의 경험이 얼마나 귀하고 의미 있는 일인지, 언니와 나, 그리고 우리의 연대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이 작은 책에서 강단 있게 들려준다.

  • 지옥 1
    연상호, 최규석 (지은이) | 문학동네 | 2020년 7월 "괴물같은 만화, 여기가 바로 지옥이다! "

    '부산행' '반도'의 연상호 감독과 <송곳>의 최규석 작가가 만나 괴물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네이버웹툰 <지옥>은 현재 2부가 연재 중이며 회를 거듭할수록 독자들을 충격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가고 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이 확정되어 더욱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야기는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시연'을 받는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 평일 낮,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이라고밖에는 설명이 어려운)들이 한 남자에게 들이닥치고 그 남자는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잔인하게 죽임을 당한다. 이 사건을 맡게 된 진경훈 형사는 믿을 수 없는 이 사건이 신흥종교인 '새진리회'와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차츰 진실에 다가서게 된다.

    충격적이면서도 치밀한 스토리 전개와 빠져나갈 틈이 없는 단단한 연출은 독자로 하여금 만화를 보는 내내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 한다. 죄와 심판에 대한, 선과 정의에 대한, 신과 인간에 대한 주제를 던져놓고 고민하고 또 갈등하게 만든다. 근래 보기 힘든 수작, 영상화가 기대되는 작품이 아닐 수 없다. 당신의 지옥은 어디인가? 혹시 지금 발 딛고 있는 이 현실은 아닌가? 작가가 우리에게 묻고 있는 것 같다.

  • 여름의 빌라
    백수린 (지은이) | 문학동네 | 2020년 7월 "인생의 여름 안에서"

    인생의 여름 안에서 백수린의 소설을 만난다. 여름이라는 계절은 어쩐지 여름의 한가운데를 겪으면서도 그 순간의 애틋함을 회상하게 만든다. 초록으로 빛나는 여름의 파리, 센강을 오고가는 유람선 위 관광객의 행복한 함성, 우리를 위협하는 '불행한 인간들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던 아름다운 유월의 밤. (<시간의 궤적> 中) '안주를 지향하지만 탈주를 동경하고, 고독을 좋아하지만 타인과의 결합을 원하는' (18쪽) 어떤 사람들. 스스로의 욕망의 복잡한 마음의 결을 제대로 성찰할 줄 아는 이들의 예민함은 백수린의 문장을 닮았다. 여러 번의 붓질로 섬세하게 색을 쌓은 수채화처럼, 백수린의 문장은 그 '불가해한' 순간의 마음의 결을 그려낸다.

    알라딘과 나눈 인터뷰에서 ( https://blog.aladin.co.kr/line/11823031 ) 백수린 작가는 이 '백수린다움'을 언급한 질문에 "'백수린다움'을 좋아하는 여러분은 겉으론 조용하고 소심해 보이지만 사실은 마음 깊은 곳에 타오르는 불꽃을 가진 분들이시군요."라고 답했다. “엄마한테는 세상에서 연애가 가장 중요해?”라는 딸의 대답에 그렇다고 대답하는, 사랑에 빠져 '딸을 버리고' 이혼한 엄마. (<폭설>) '일찍 철이 든 척했지만 그녀의 삶은 그저 거대한 체념에 불과했음을.'(165쪽) 이제 막 알아챈 이가 자신의 욕망을 위해 목숨을 걸기 직전의 아슬아슬한 평화로움. (<아직 집에는 가지 않을래요>) 나의 할머니 '난실'이 리스트의 <사랑의 꿈>을 연주하는 브뤼니에씨와 마주친 그 순간. (<흑설탕 캔디>) 백수린의 소설은 이렇게 욕망과 현실이 부딪치는 그 순간을 정확하고 섬세하게 묘사하는 방식으로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 현대문학상, 문지문학상, 젊은작가상 등을 수상하며 발표하는 작품마다 '백수린다운' 독자의 눈을 만족시켰던 여덟 편의 소설이 여름의 독자를 만난다. 자신만의 '여름의 빌라'에서 그 마음 안에 고인 '시간의 궤적'을 들여다보는 '고요한 사건'을 경험하는 '아주 잠깐 동안에' 그 작은 감정이 '폭설'이 되어 나를 뒤덮는 진귀한 문학적 체험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 쇼리
    옥타비아 버틀러 (지은이), 박설영 (옮긴이) | 프시케의숲 | 2020년 7월 "옥타비아 버틀러의 마지막 소설"

    소녀는 숲의 어둠 속에서 눈을 뜬다. 지독한 배고픔와 통증 외에 다른 감각은 모두 마비되었다. 사냥으로 허기를 채우고 조금씩 회복되는 시력에 의지해 어디로 이어지는지 모를 길을 무작정 걷는다. 이전의 삶에 대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 채로. 차를 타고 가던 한 남자가 그를 발견한다. '병원'이라는 곳으로 데려가려는 행동을 저지하려다 소녀는 남자를 물어버린다. 흐르는 피, 식욕을 자극하는 냄새, 회복되는 물린 상처의 자리. 이상한 감각이 두 사람을 감싼다. "넌 뭐야?"라는 남자의 얼떨떨한 질문. 소녀는 모른다고 대답한다. 그를 만나서 느낀 기쁨, 그것만이 소녀가 아는 유일한 확실한 것이다. 소녀는 말한다. "알아내도록 도와줘."

    소녀는 왜 온몸에 부상을 입고 기억마저 잃은 채 홀로 남겨져야 했을까. <쇼리>는 잃어버린 이름을, 그 정체성을 찾아가는 치열한 여정을 그린다. 소녀가 속한 소설 속 뱀파이어족 '이나'는 '드라큘라'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뱀파이어 설화와는 다른 모습이다. 이나가 인간을 물면 두 존재는 연결되어 서로에게 중독된다. 그리고 생의 마지막까지 서로를 보호하고 책임져야 한다. 인간의 인종, 성별, 나이, 그 어떤 것도 이나에게는 무차별하다. 마음이 통하는 것, 그것만이 그들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오직 사랑에 기반한 ‘공생의 공동체’에 대하여, 'SF 문학의 대가' 옥타비아 버틀러가 생애 마지막으로 남긴 소설이 우리를 찾아왔다.

7.212020
  • 보이지 않는 여자들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지은이), 황가한 (옮긴이)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7월 "인간의 디폴트 값이 남성일 때 벌어지는 일들"

    표준 피아노 건반은 성인 여자 피아니스트의 87%에게 불리하다. 평균적인 남자 손 크기에 적절하게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자동차 사고를 당했을 때 여자가 중상을 입는 비율은 남자보다 47% 높고, 사망 확률은 17% 높다. 자동차 설계의 역사에서 여자의 신체가 고려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왜 사무실에서 많은 여자 직원들은 담요를 덮고 있을까? 적정 실내 표준 온도가 남자를 기준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여자보다 남자의 신진대사량이 높기 때문에 남자가 적당하다고 느끼는 온도를 여자들은 춥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여자의 몸으로 태어났는데 이상하게도 자꾸 불편한 일들이(신체적 접촉과 폭행을 제외하더라도) 생긴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기분 탓이 아니다. 분명한 이유가 있다. 위 세 경우가 우연이거나 특별한 경우라고 반박하고 싶어지는 이에게도 우선 이 책을 정독하길 권한다. 고용과 승진, 각종 제품 설계, 의학, 정치, 노동, 도시 계획 등(그러니까 사실상 모든 것)에서 여자의 존재가 얼마나 총체적으로 배제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왜 배제되는 것일까? 여자를 투명인간 취급하라는 악마의 속삭임 때문일까? 그렇진 않다. 다만 오래전부터 인간은 곧 남성이었기 때문이다. 인간=남성인 세상에서 여성의 신체, 경험, 존재는 지워지거나 무시당해왔다. 책에선 이를 '젠더 데이터 공백'이라 부르며, 이로 인해 여성이 죽거나 다치고, 불편하고,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무급 노동을 하고,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능력을 발휘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사례들을 알려준다. 1300개가 넘는 출처는 이 책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연구결과와 수치들을, 반박할 여지없이 뒷받침한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숫자가 아닌 '이야기'라 하지만, 남자를 위해, 남자에 의해 돌아가는 세상에서 여자의 경험을 이야기만 한다고 들릴 리 없다. 이 책은 실증적인 연구 결과들로 현실을 직시하게 한다. 이에 더해 각 소주제별 결론에서는 자주, 여자를 배제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따져보아도 큰 손실이라는 데까지 나아간다. 단지 '여자에게도 남자와 동등한 삶을 살 권리가 있다'는 명제만으로는 부족한 것일까, 씁쓸해지지만 경제의 문제를 따져서라도 어떻게든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어보자는 저자의 혈기에 박수를 보낸다.

  • 어떤 물질의 사랑
    천선란 (지은이) | 아작 | 2020년 7월 ""어떤 사랑은 우주를 가로지르기도 하는 걸요.""

    "사막에 대해 글을 써보는 건 어떠니?" (9쪽)
    여덟 편의 소설을 한 권의 소설집으로 엮은, 천선란의 첫 세계는 이 문장으로 시작된다. 잘 모르는 영역을 향해 한 발을 내딛는 이들. 보지 못한 사막의 밤하늘, 무수한 별무리를 보고, 갈 수 없는 행성의 외계 생명체의 온기를 마주친다. 우리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그어놓은 선. 그 선 위를 가로지르는 마음들.

    "그 애가 우주에서 죽었다고 단정지은 적은 없었다." (164쪽)
    천선란의 소설이 계속해서 던지고 있는 질문은 우리의 한계에 관한 것이다. "이를테면 네가 죽지 않고 끊임없이 해수면 밑으로 떨어지고 있을 거라는 예감. 그러다 돌연 언젠가 다시 만날 거라는 불가능의 확신." (<레시>) 홀로 키운 딸 기주를 잃은 어머니 승혜는 바다를 잃은 지구를 위한 연구로 토성의 얼음위성 엔셀라두스로 향해 '레시'를 만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지구라는 '한계' 바깥의 가능성을 생각해내게 된다. 우리가 잃어버린 어떤 것들이 실은 영원히 잃어버린 게 아닐 수 있다면. 다신 만날 수 없게 된 사람들이 어쩌면 나의 인식이 닿는 한계점, '이 곳'에서만 잠시 사라진 것이라면.

    <그림자놀이>속 독백 역시 이러한 한계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한다. "모든 대화는 초능력이야" (181쪽), "혹시 너도 그곳에서 아직 풀지 못한 관계를 풀어보려고 하는지" (188쪽) 우리가 이 곳에서 하고 있는 모든 교류가 실은 '초능력'에 가까운 것이고, 다중우주에서도 우리가 하게 되는 일이 '아직 풀지 못한 관계를 풀어보려는' 이 곳에 어울리는 노력이라면, 그 곳이 이 곳이고, 이 곳이 그 곳이어선 안 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성별 구분의 사이를 유영하는, 배꼽이 없는, 알에서 태어난 사람이 연애를 하고 헤어짐을 경험하면 안 될 이유가 무엇일까. (<어떤 물질의 사랑>) 우리가 기억하게 될 서정적인 우주를 보여주는 새로운 작가의 등장. 'SF의 시대'를 여는 작가들의 이름. 김초엽, 정세랑, 문목하. 그 이름과 함께 이 이름을 기억해야 할 듯하다. '동식물이 주류가 되고 인간이 비주류가 되는' 지구를 꿈꾸는 작가 천선란의 등장. 2020년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 수상작, <천 개의 파랑> 역시 올 여름 독자를 만날 채비를 함께 하고 있다.

  • 한 문장으로 말하라
    나쓰요 립슈츠 (지은이), 황미숙 (옮긴이) | 비즈니스북스 | 2020년 7월 "하고 싶은 말은 많겠지만"

    한 문장으로 말하라는 책을 여러 문장으로 소개하려니 난감한 상황이다. 분량을 채우려 이 말 저 말을 하다가 장황해질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굳이 열 문장을 한 문장으로 줄일 필요까진 없을 것 같다. 책에서 말하는 '한 문장'이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 즉 '원 빅 메시지(One Big Message)'가 담긴 문장을 뜻한다. 요컨대 문장 자체를 짧고 간결하게 줄이는 작업보다 더욱 중요한 건 핵심 내용을 한 문장 속에 명확히 살려 내면서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 내는 일이라는 것이다. 스피치 대회에서 뉴욕 지구 5연패를 달성하고 테드 강연 등으로 사랑받고 있는 저자는 이 책에서 나만의 원 빅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다양한 말하기 기술을 소개한다.

    핵심 키워드는 간단, 간결, 간명이다. 상대방이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함이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말하기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닐 터다. 일부 비언어적 기술을 제외하면 우리는 책의 내용을 광고 카피나 보고서 등 글쓰기에도 그대로 적용해 볼 수 있다. 물론 그 어떤 스킬보다도 중요한 건 내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다. 저자는 '스피치 하나하나가 세계를 바꾼다'라는 원 빅 메시지로 책을 끝맺는다. 그렇다면 이 소개글의 원 빅 메시지는 무엇인가? 역시 쉬운 일은 아니지만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싶다. '상대를 설득하고자 하는 모든 이를 만족시킬 책.' 메시지가 잘 전해졌는지는 이제 독자 여러분의 손에 달려 있다.

  • 30개 도시로 읽는 세계사
    조 지무쇼 (엮은이), 최미숙 (옮긴이), 진노 마사후미 (감수)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7월 "도시 안에 역사 있다"

    역사 속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읽기에 여름보다 좋은 계절은 없다. 문제는 읽어야 할 책도 많지만 해야 할 일은 더 많다는 데 있다. 제아무리 역사에 흥미가 있다한들 바쁜 현대인이라는 핑계 앞에선 속수무책이다. 결국 '하루 한 페이지'류의 캐주얼한 책들이 사랑받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내용이 빈약하다거나 만족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추측은 잠시 접어 두자. 이번에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세계적 도시들로 여행을 떠날 차례다. 역사를 암기로만 생각했던 기성세대, 공부의 효율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신세대 모두가 함께 말이다.

    책은 오늘날 존재하지 않는 바빌론, 테오티우아칸과 같은 고대 도시에서부터, 예수살렘, 아테네, 로마 같은 살아 숨쉬는 역사의 도시, 뉴욕, 시드니, 두바이 같은 현대가 일군 최신의 도시까지, 그리고 이름만 어렴풋이 들어본 도시, 책으로 배워 알고 있는 도시, 가 보았지만 역사적 배경까지는 알지 못했던 도시, 언젠간 꼭 가보고 싶은 꿈의 도시까지 모두 서른 개의 도시를 아우르며 세계사의 맥락을 함께 전한다. 이렇게 미처 몰랐던 도시들의 역사를 훑고 나니 역시 세계는 넓고 갈 곳은 많다는 생각이 든다. 떠날 수 없는 답답함을 이 책으로나마 달래 본다.

7.242020
  • 부의 대이동
    오건영 (지은이) | 페이지2(page2) | 2020년 7월 "돈의 흐름, 아는 만큼 보인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공기는 기압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그렇다면 돈은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하는가? 부자에게서 가난한 자에게로 흘러야 한다는 기대와 바람, 가진 자에서 더 가진자로 흐른다는 합리적 의심은 잠시 내려놓자. 돈이 정해진 대로만 흘렀다면 우리는 그토록 부를 추구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부자가 되는 데 정답 같은 건 없다. 그래도 우리는 답을 찾아 투자에 성공하고 싶다. 어쩌면, 돈은 모르는 자에게서 아는 자에게로 흐르는 것이 아닐까? 돈의 본질을, 시장의 원리를, 기회가 언제인지를 말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 않던가. 금융 시장의 기본적인 움직임을 파악하고 투자에 대한 관점을 재정립하고자 한다면 이 책은 아주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경제에 대한 진단과 전망은 저마다 다르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넘쳐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쉽게 말하면 막대한 돈이 이동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소리다. 우리 역시 너도나도 투자에 뛰어들고 있지 않은가. 이 국면을 기회로 삼으려면 지금이라도 보충 수업에 나서자. 명절, 아니 부의 대이동이 시작되고 있다. 표는 챙겼는가? 열차에 올라탈 시간이다.

  • 넌 나의 우주야
    앤서니 브라운 (지은이), 공경희 (옮긴이) | 웅진주니어 | 2020년 7월 "앤서니 브라운의 유쾌한 사랑 고백!"

    <우리 엄마>, <우리 아빠>, <우리 형>에서 가족에 대한 사랑을 서로가 바라보는 모습으로 유쾌하게 표현해온 앤서니 브라운의 신작. 제목부터가 '넌 나의 우주'이다. 귀여운 눈, 동글동글한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띠고 당당하게 서 있는 우리 딸, 부모에게는 언제나 어디서나 너무너무 사랑스러운 우리 아이의 모습을 그렸다. "소곤소곤 조용히 말하는 모습도, 소리를 빽빽 지르는 모습도 사랑스럽죠!" 그뿐인가! 날쌘 골키퍼이고, 수영도 엄청나게 잘하며, 뛰어난 화가인 데다, 옷도 아주 멋지게 입는다. "정말 사랑스러운 우리 딸!"

    아이에 대한 부모의 사랑, 나아가서 수만 가지 가능성을 품은 작은 존재에 대한 아낌없는 응원과 격려를 앤서니 브라운 특유의 유머러스한 그림과 짧고 깊은 문장으로 만난다.

  • 오늘부터의 세계
    안희경 (지은이), 제러미 리프킨, 원톄쥔, 장하준, 마사 C. 누스바움, 케이트 피킷, 닉 보스트롬, 반다나 시바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7월 "제러미 리프킨, 장하준, 마사 누스바움... 인류의 미래"

    '코로나 위기'는 코로나19에 한정한 위기가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해 가시화된 세계의 위기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 심각한 증상이 나타난 지금, 멈춰 서서 환부를 살피고 총체적인 진단을 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어 보인다.

    저널리스트 안희경이 제러미 리프킨, 원톄쥔, 장하준, 마사 누스바움 등의 세계적 석학들과 각 분야의 관점에서 본 인류의 상황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예상한 바이지만, 전망은 어느 측면으로도 밝지 않다. 이들이 각자 쉽지는 않아 보이는 해결책들을 내놓았는데, 우선은 인류가 처한 위기에 대한 전 지구적 공감이 먼저 필요할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함께 느끼길 바란다.

  • 내일은 초인간 : 유니크크한 초능력자들
    김중혁 (지은이) | 자이언트북스 | 2020년 7월 "어딘지 모자란 초능력자들, 신나게 달린다!"

    김중혁이 돌아왔다. 조금 이상한 초능력자들이 달리는 이야기를 들고. 세상이 원하는 초능력은 투명인간이 되거나 시간을 되돌리는 슈퍼히어로 영화적인 거대한 것이겠지만, 김중혁의 초인간들은 어딘지 허술하다. 그저 팔이 조금 길거나, 도망을 잘 치거나, 소음을 아주 잘 듣는 정도의 초능력을 지닌 이들. 세상이 원하는 능력과는 거리가 먼 초능력을 가진 이들이 초인간클랜, '초클'에 모여드는 이야기를 <유니크크한 초능력자들>로, 오래된 극장의 폭탄 폭발 사건의 전모를 밝히며 사라진 친구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극장 밖의 히치 코크>로 엮었다.

    팔이 잘 늘어나 술래잡기를 잘하는 공상우와 평생 도망만 다녀 도망을 잘 치던 민시아. '월드 체이스 태그'에서 서로를 '태그'하려다 만난 그들의 재능을 알아본 유진이 '초클'에 그들을 초대한다. 이곳에서 그들을 기다리는 이들은 모든 날의 요일을 외우고, 미세한 온도 변화를 감지하고, 동물과 대화가 가능하고, 정지시력이 탁월하게 좋은 초인간들. 어설픈 초능력으로 인한 고통을 나누며 그들은 어느새 서로를 깊이 이해하며 우정을 나누게 된다. 그리고 히어로에게 주어지는 시련. 장르문학의 공식을 따라가면서도 김중혁다운 따뜻함으로 이 히어로들의 어설픈 특별함을 바라본다. 아무리 봐도 슈퍼히어로까진 아닌 히어로들의 꼭 자신들 같은 이들을 구해내려는 분투. 커다란 날개도, 엄청난 슈트도 없는 이 히어로들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달려야' 한다. 작가 김중혁은 말한다. “신나게 뛰어다니는 소설을 쓰고 싶었다. 우리 모두 우울하니까.” 읽는 동안 독자를 행복하게 만드는 다정한 이야기가 김중혁이 돌아왔음을 알린다.

7.282020
  • 사라지는 건 여자들뿐이거든요
    강화길, 손보미, 임솔아, 지혜, 천희란, 최영건, 최진영, 허희정 (지은이) | 은행나무 | 2020년 7월 "얘야, 네 발 밑을 조심해."

    뮤지컬 <레베카>의 한 장면. 댄버스 부인의 기척이 지배하는 저택에 발을 디딘 '나'는 맨덜리 저택의 공간감에 이미 압도된다. 영화 <아가씨>의 한 장면. 영국식 고택의 외관을 보고 잠시 말이 멎는 숙희. 이 공간이 범상한 곳이 아니라는 걸 이미 알면서도, 매혹되어 내딛는 발을 멈출 수 없다. 메리 셸리와 대프니 듀 모리에가 선보이던 그 이야기가 우리의 불안과 만난다. 여성 서사, 고딕-스릴러를 테마로 이 이야기를 잘할 수 있는 여덟 명의 젊은 여성 작가가 모였다. 강화길, 손보미, 임솔아, 지혜, 천희란, 최영건, 최진영, 허희정. 이들이 다루는 것은 익숙한 것을 익숙하게 보지 않는 사람들, 뒤돌아보는 여성의 눈빛이다.

    "게다가 사라지는 건 전부 여자들뿐이거든요. 이 동네 사람이 아닌 여자들뿐이에요. 여자들이 사라지는 사건은 몇 번이고 겪어봤는데, 대부분은 범죄가 많아요." (허희정, <숲속 작은 집 창가에> 248쪽) 숲은 사라지는 여성을 지켜볼 뿐이다. "네 발 밑을 조심해, 남의 발밑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다."(40쪽) 무력감을 느끼면서도 부모님의 금기에 따르던 여성은 끝내 저택의 마지막 층을 향해 손을 뻗는다. (손보미 <이전의 여자, 이후의 여자>) 이상한 여자, 거짓말하던 여자, 헛소리하던 여자. (임솔아 <단영> 114쪽), 동네에서 일종의 엔터테인먼트에 가까웠던 여자. (지혜 <삼각지붕 아래 여자> 126쪽), 출신도 사연도 알 수 없는 여자들이 모여사는 집. (천희란 <카밀라 수녀원의 유산>) 그 여자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어떤 여자들은 모욕당하고, 무력감을 느끼고, 사라지고 만다. 하지만 그녀가 남기고 간 기척을(유령이든 환각이든) 느끼는 다음 여자. '이전의 여자들보다 훨씬 더 많이 분노하고 많은 원한을 느끼게 되기를, 자기 자신의 뼛속 깊이 새겨진 고통과 모멸감의 정체를 깨닫게 되기를' (90쪽) 바라는 마음이 남아있는 곳에, 다음 여자가 발을 내딛는다.

  •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
    전홍진 (지은이) | 글항아리 | 2020년 7월 "나의 예민함을 이해하기"

    78쪽에 스스로 매우 예민한 사람인지를 평가하는 자가진단표가 있다. 7개 이상이면 매우 예민한 사람이다. 나는 18개가 나왔다. 체크해보며 "아니, 이렇게 당연한 문항들이라면 매우 예민하지 않은 사람이 없겠는데"라고 생각했는데, 어제 가족들에게 이 진단표를 돌려본 결과 각각 0개, 2개, 5개가 나왔다. 진단표에는 문제가 없는 것 같다.
    이 책은 예민함이란 무엇인지 분석하고, 매우 예민한 사람들의 사례들, 각 사례별 극복 방법과 조절법을 제안한다. 내 경우엔 예민함 때문이라고 생각지 못했던 개인적 특성들이 성격적 예민함 때문이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것을 자각한 것만으로도 꽤나 도움이 되는 것 같다. 1만여 건 이상의 상담을 진행한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경험적인 사례들을 바탕으로 조언하는 내용인 만큼,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해법이 필요한 이에게 도움 될 내용이다.

  • 다이빙의 왕
    강경수 (지은이) | 창비 | 2020년 7월 "풍덩! 시원하게 빠져든다, 강경수 첫 동시집"

    말장난의 대가이자 볼로냐가 인정한 출중한 그림 실력의 소유자, 집에 있는 날이면 어떻게 아이들을 웃겨볼까 하루 종일 연구할 것 같은 사람, 매력덩어리 강경수 작가가 쓰고 그린 첫 동시집. 귀신, 드라큘라, 늑대 인간, 해골 아저씨, 코딱지 박사 등 같이 놀고 싶은 이들은 여기 다 모여있다. 수영장부터 깊고 깊은 바닷속까지 종횡무진 누비며 아이스크림과 오줌싸개의 계절 여름을 제대로 만끽하게 해준다. 여름을 겨냥한 동시집인 줄 알았더니, 이제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없는 어른들까지 사로잡는다.

    민망한 실수도 한번쯤 너그럽게 이해해주길 바라는 아이들 마음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 '만약에'로 시작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없이 이어지는 즐거운 상상, 일어나지도 않을 일에 대한 걱정과 다짐과 비밀 이야기들은 쉴 새 없이 재잘거리는 어느 장난꾸러기의 수다를 받아쓰기한 것 같다. 보너스로, 시 쓰기가 어렵기만 한 건 아니라는 깨달음도 받아간다. 시가 쓰는 사람을 자유롭게 해주고, 운이 좋다면 읽는 이까지 행복하게 만들어버린다는 사실도.

  • 검은 미래의 달까지 얼마나 걸릴까?
    N. K. 제미신 (지은이), 이나경 (옮긴이) | 황금가지 | 2020년 7월 "휴고상 수상 작가 N. K. 제미신 첫 단편집"

    작가는 회고한다. 2002년, SF와 판타지를 사랑해 직접 써보고 싶었던 흑인 여성에게는, "이성애자 백인 남성"이 아닌 이에게는 작품을 출간할 기회가 전혀 없었다고. 소설 작법을 배우는 시간은 "SF와 판타지 그리고 그 업계에서 뿜어내는 인종차별"과 "스스로 내면화한 인종차별"을 인식하고 그에 맞서 싸우는 과정이었다. 작가는 흑인 캐릭터를 작품에 넣으며, 자신이 쓰는 소설에서 자기 자신을 제외하지 않기로 한다. "더 과감하게 행동하고, 더 열렬히 분노하고, 더 즐겁게 글을" 쓰기로 한다.

    <검은 미래의 달까지 얼마나 걸릴까?>는 N. K. 제미신이 2004년부터 2017년까지 발표한 단편 모음집이자, 그가 스스로 "작가로서, 그리고 운동가로서 성장한 과정을 기록한 연대기"라 칭한 기록이다. 휴고상 사상 최초로 3년 연속 최우수 장편상을 수상한 '부서진 대지' 시리즈의 모태가 된 단편부터 어슐러 르 귄의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과 로버트 하인라인의 <꼭두각시의 비밀>에 대한 재해석, 생물체처럼 호흡하고 생몰하는 뉴욕, 역사 속 음식을 그대로 재현해주는 레스토랑, 아이들을 데려가는 마녀 이야기와 용의 심장을 갈취하려는 왕의 이야기, 그리고 인류 증발 후 '죽음'만이 남아 화자로 쓰여진 소설까지. 낡은 세계에 대한 저항과 무한한 상상력으로 빚어진 제미신의 다채로운 작품 세계를 만난다.

7.312020
  • 어린 여우를 위한 무서운 이야기
    크리스천 맥케이 하이디커 (지은이), 이원경 (옮긴이) | 밝은미래 | 2020년 7월 "2020년 뉴베리 아너상 수상작"

    "미아와 율리의 고통스러운 모험을 용감히 함께 하는 아이들은 한 권의 소름 끼치는 롤러코스터를 경험할 것이다." - 「북리스트」

    해마다 최고의 어린이 책에 수여되는 뉴베리 아너상이, 2020년 <어린 여우를 위한 무서운 이야기>에게 돌아갔다. 음산한 숲에 사는 일곱 마리 새끼 여우들이 어두컴컴한 동굴로 달려가 늙은 이야기꾼이 들려주는 무서운 이야기에 탐닉한다. 생존을 위협 받는 극한 상황을 극복하고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는 여우 율리와 미아의 삶을 묘사하는 이야기와, 그 이야기를 듣는 아기 여우들의 모습이 교차되는 액자식 구성이다.

    한 편의 이야기가 끝나면 청중인 아기 여우들이 질문을 하고, 때로 엉터리라고 야유를 퍼붓기도 하면서 분위기는 점점 고조된다. 무서운 이야기는 도입부의 경고처럼 양면성을 띠고 있다. 세상을 좋은 모습을 밝혀주거나, 모든 희망을 집어삼키거나. 약육강식의 자연생태계를 냉혹할 정도로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이 모험담은, 세상이 점점 무시무시하게 변해갈수록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이들이 위험에 대비하도록 도울 수 있는 특별한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안희연 (지은이) | 창비 | 2020년 7월 "나는 언덕의 기분을 살폈다"

    "나는 평생 이런 노래밖에는 부르지 못할 것이고, 이제 나는 그것이 조금도 슬프지 않다."라고 말하는 시인이 있다. 안희연이 엮은 시집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은 이 '슬프지 않은 슬픔'으로 이루어져 있다. 감자에 자라난 싹을 독이라고도, 성장이라고도 쉽게 판단하지 않는 윤리적인 태도. 사려 깊고 의연한 마음으로 마침내 언덕에 선 이에게 불어오는 여름 언덕의 바람. "내게는 그런 사람이 많다"(<나는 평생 이런 노래밖에는 부르지 못할 거야>)라고 시인은 말한다. '모두가 새의 황금빛을 이야기할 때 / 죽은 듯이라는 말을 생각하느라 하루를 다 쓰는 사람", '너머의 너머를 바라보느라 진흙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사람.' 언덕의 기분을 살피고 말을 고르는 사람들. 꼭 그런 사람들 같은, 아껴 읽고 싶은 조심스러운 생각들이 있다.

    '누구도 해치지 않는 불'을 꿈꾸는 사람들. (<불이 있었다>), '다신 그러지 않을게, 다신 그러지 않을게 / 울먹이며 돌아보는' 사람들. (<사랑의 형태>) '지금껏 왜 작다고만 생각했을까 / 올려다봐도 얼굴이 안 보일 만큼 큰 것일 수도 있는데' (<자이언트>) 다시 생각해보는 사람들. '얼음은 녹기 위해 태어났다는 문장을 무심히 뱉'(<표적>)다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는지 놀라는 사람들. '모든 얼굴에서 성급히 악인을 보는 내게 / 사랑은 비 온 날 저녁의 풀냄새 같은 거겠지' (<실감>) 말해주는 사람들. 그들의 눈엔 울상 짓는 언덕이 보이고, 선의로 달군 난로 때문에 녹기 시작하는, 눈으로 된 사람이 보인다. 너무 많은 슬픔을 매달고 있는 나무가 보이고, 그 모든 비극을 알고서도 이 여름을, 상하기 좋은 이 계절을 지내야 하는 사람의 마음이 보인다.

    2020년 동료 문학인이 선정한 '오늘의 시'에 선정된 <스페어>에는 '초록 앞에선 겸허히 두 손을 모으게' 되는 태도가 있고, '나를 도려내고 남은 나로 / 오늘을 살아'가는 내가 있다. 맑은 슬픔의 여정을 지나 맞이하는 이 시집의 마지막 시 <열과>는 들뜨지 않아 아름답다. '이제는 여름에 대해 말할 수 있다'라고 말할 만큼 오랜 시간이 지나고, 그는 제 마음 속 소란을 마주하고 말한다. '그래, 더 망가져도 좋다고.' 이 아름다운 시집과 함께 여름을 걷고 싶다.

  • 강남 사장님
    이지음 (지은이), 국민지 (그림) | 비룡소 | 2020년 7월 "100만 유튜버 고양이 사장님?!"

    식사 및 간식 준비, 화장실 청소와 영상 촬영, 구독자 댓글 관리, 낮잠 재워 드리기... 유튜버 고양이 '강남'을 사장님으로 모시게 된 인간 아르바이트생의 파란만장 직업 체험기. 세상에서 제일 귀엽고 우아한 존재, 구독자 100만명의 유튜브 스타 강남 사장님과 열두 살 지훈이가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강력한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다. 마음이 고프고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만이 고양이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는 흥미로운 설정 아래, '오늘도 1도 더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이들의 온기를 전하는 작품이다.

    공부도 안 하고 자기 앞가림도 안 하고 엉뚱한 행동만 하는데도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있다니! 사람으로 치면 환갑을 맞은, 구구절절 옳은 말만 하는 명언 제조기 고양이가 고단한 사람들 마음의 허기를 달래준다. 자기 자신의 아픔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존재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한다. "시의성 있는 특별한 소재"가 돋보이며 "상상력이 뛰어날 뿐 아니라 작가의 능청 또한 대단하다"는 평가와 함께 2020년 제26회 황금도깨비상을 수상했다.

  • 공부하는 뇌
    다니엘 G. 에이멘 (지은이), 김성훈 (옮긴이) | 반니 | 2020년 7월 "공부는 내가 아니라 뇌가 한다!"

    밤새워 시험공부를 했던 기억을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우리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 최선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공부를 별로 하지 않는 것 같던 그 친구의 이름을 기억하려 애쓰지도 말자. 공부만큼 공부법이 중요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니까. 언제나 시간이 부족한 우리에겐 공부의 요령이 절실하다. 예습과 복습, 시간 배분, 속독법, 암기법, 공부 멘토, 알찬 교재, 명쾌한 강의 등 공부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것이라면 뭐든 다 좋다. 그러나 이 책은 그 모든 것들 앞에 자리해야 할 한 가지를 말한다. 바로 '뇌의 최적화'다.

    뇌를 최적화하는 것이 공부의 관건이라 말하는 저자는 세계적인 정신과 의사다. 뇌 영상 전문가이기도 한 그는 세계 최대인 16만 건의 뇌 영상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성적이 우수한 이들이 갖는 공통적인 패턴을 찾아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한 다양한 공부의 기술을 함께 소개한다. 책에 수록된 전략들은 실제로 학생들의 성적을 향상시켰다고 하니 속은 셈 치고 하나씩 실천해 보는 것도 좋겠다. 자신의 뇌 유형을 알고 기존의 낡은 습관을 버리는 것을 출발점 삼아 말이다. 그리고 성적은 신경쓰지 말자. 그건 우리 뇌에 달려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