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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국내저자 > 어린이/유아

이름:조명숙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58년, 대한민국 경상남도 김해

직업:소설가

최근작
2019년 1월 <봉하마을 마애불은 왜 누워 있나>

나의 얄미운 발렌타인

삶은 그런 것이 아닐까. 저마다 발산하는 기호들이 해독되지 못하고 부딪치고, 그때 발생하는 스파크가 배합된 모래밭. 누군가는 소설을 쓰고 누군가는 그림을 그리고 누군가는 시계를 고치고 누군가는 쓰레기를 치우는, 그리고 누군가는 대학에서 강의하고 누군가는 해장국을 끓이고 누군가는 기획회의를 하고 누군가는 판금과 밀링 작업을 하는, 모래알처럼 분화되어 있으면서 모래밭을 이루는 유기적인 결합 상태. 그 모래밭에서 오래 소설을 써 온 나는 미미한 모래 한 알에 불과할 테지만, 그 한 알 모래로라도 존재할 수 잇음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것이다. 아무도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는 것 같지만 언제 어느 때 누군가가 내 말을 참을성 있게 들어줄지도 모르고, 그렇게 된다면 못다 한 말이 만들어놓은 참을 수 없는 심연에서 한 줄기 빛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농담이 사는 집

고등학교 때 여름, 초저녁부터 줄곧 번개와 천둥이었는데 비는 내리지 않았다. 진하고 옅은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는 가운데 귀기(鬼氣) 서린 빛이 대기를 푸르게 물들이고 있었다. 보충수업과 야간자율학습을 마칠 때까지 번개와 천둥은 계속됐고, 무서움에 떨면서 아이들은 종종 운동장을 빠져나갔다. 호들갑스런 몇몇은 비명을 지르며 내닫기도 했다. 그런데 나는 몹시 기분이 좋았다. 다른 아이들은 무섭다고 야단인데 무섭기는커녕, 요즘 말로 악지르고 싶었다. 보통 때와는 다르게 파르스름한 밤이 마치 새로운 세상을 알리는 징조처럼 여겨졌던 까닭이다. 그때 나는 시골에서 그보다 번화한 작은 도시로 유학한 처지라서 현실감각이 없었는 데다, 지금 아이들처럼 뚜렷한 장래 계획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 막연하고 두렵기만 한 인생을 앞에 놓고 갈팡질팡하고 있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정규수업과 보충수업, 야간자율학습에다 주초고사, 주말고사, 모의고사, 월례고사로 꽉 짜인 학교를 다니고 있었으면서도 상상, 꿈, 환상 같은 것들에 좀 몰두해 있었다. 막막함 속에서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이 달라지기만을 바라던 참 대책 없는 아이였다. 아무튼 그날, 이상한 일기에 잔뜩 취한 채로 나는 흥얼흥얼 노래까지 부르며 자취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한참 동안 뭔가를 나름 끄적거렸다. 새벽, 기압골은 안정을 되찾으면서 비가 몹시 내렸다. 그리고 아침이 되었을 때, 하늘은 말짱했고, 세상은 당연하게도 달라진 게 없었다. 마른번개와 마른천둥은 기온과 밀도가 다른 공기덩어리가 만나면서 전선(前線, front)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비롯된, 자연에서는 흔한 현상이었을 뿐. 나는 몹시 실망하면서 학교에 갔다. 아직도 가끔, 비가 오거나 천둥 번개가 치는 날이면 그때가 생각나서 혼자 멋쩍게 웃는다. 아주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세상이 뒤집어지는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았고, 보충과 야자는 대를 이어 계속되고 있으니까 말이다. 인생의 방식은 왜 변하지 않는 걸까? 여전한 세계, 여전한 암담함 속에서 이렇게 계속 변화와 사랑을 꿈꾸어도 되는 걸까? 내 마음속에 몰래 감춰뒀던 코끼리를 여러 사람에게 보여줘도 괜찮을까? 망설임 끝에 못생기고 키 작은 영은이의 비정상적인 가족이 ‘코끼리 농담’을 통해 여러 어려움을 이겨나가는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소설을 쓰는 내내 관찰 대상이었던 이 땅의 많은 영은이와 여진이, 이숙자와 이혜자, 그리고 수앙 들에게 사랑을 전한다. 그리고 그 모두를 껴안아준 할머니, 당신이 있어서 오늘 우리가 있음을 잊지 않겠습니다. 2010년, 푸조나무 잎이 필 무렵

댄싱 맘

소설에 참조한 그림은 모두 여성 화가의 작품이다. 워낙 유명한 작품들이라 인터넷이나 화집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을 것이다. 황홀한 존재감을 가진 작품과 화가의 명성에 기대 보려는 얄팍한 계산에서가 아니라 그리기와 쓰기가 만나는 접점에서 튼튼한 뼈대를 세우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이해해주었으면 싶다. 화가의 생애와 그림이 생산된 시대적 배경을 참조하면서, 소설과 그림이 아득히 멀어지지 않게 했다. 어느 쪽이든 나는 충실한 감상자의 위치에 있으려 했으므로, 그림에 나의 내면이 투영된 이 소설들은 독자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바보 이랑

여섯 개의 시선으로 써진 이 소설은 시점이 바뀔 때마다 동일 인물이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지게 되는데, 그렇게 인물을 성격을 입체화함으로서 각각의 인물이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 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또 그렇게 나뉜 여섯 개의 거울이 주인물인 조이랑을 비추게 하여, <바보 이랑>이라는 전체를 이루게 했다.

샘바리 악바리

좋아하는 마음도 여러 가지 나는 어린이를 좋아합니다. 얌전하고 착한 어린이도 좋아하지만, 기분에 따라 솔직하게 울고 웃는 어린이를 더 좋아합니다. 어린이는 파란 하늘에 떠 있는 구름과 같습니다. 뭉게뭉게 피어나는 구름이 갖가지 그림을 그리듯, 어린이는 어른의 마음에 갖가지 그림을 그립니다. 하늘나라 그림입니다. 여덟 살 은지는 자기를 따라하는 짝꿍 남풍이가 미워 죽을 지경입니다. 유치원에 다닐 때는 안 그랬는데 초등학교 학생이 되고부터 그렇습니다. 남풍이가 밉고, 미울 때마다 화가 나서 바락바락 악을 쓰다 보니 ‘악바리’란 별명이 붙고 말았습니다. 악바리. 정말 듣기 싫은 별명입니다. 할아버지, 아빠, 엄마, 남풍이까지 별명을 부르니 자꾸 화가 납니다. 듣기 싫은 별명을 떼버리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소용이 없습니다. 자꾸만 은지를 따라하는 남풍이는 샘이 많습니다. 은지에게 별명이 생기자 자기도 별명을 가지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샘바리’란 별명이 붙었습니다. 화내는 악바리와 샘내는 샘바리. 은지는 악바리가 싫은데 남풍이는 샘바리가 좋답니다. 참 이상한 일입니다. 그런데 화를 내는 것도, 샘을 내는 것도 좋아하기 때문이랍니다. 놀리는 것도, 약 올리는 것도 좋아하기 때문이랍니다. 좋아하는데 왜 화가 날까요? 좋아하는데 왜 샘이 날까요? 그래서 악바리 은지와 샘바리 남풍이는 오늘도 아옹다옹입니다. 어린이 여러분. 악바리 은지와 샘바리 남풍이에게 가르쳐주세요. 사람마다 다른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좋아하는 마음도 여러 가지라는 것을요. 그래서 여러 사람이 서로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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