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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국내저자 > 에세이

이름:양진채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6년, 대한민국 인천

최근작
2021년 1월 <인천이라는 지도를 들고>

달로 간 자전거

연희창작촌에서 더운 여름을 보냈다, 고요하게. 가만 생각하니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게 처음이었다. 장편소설을 쓰려던 마음을 접었다. 산책을 하고, 책을 읽고, 잠을 잤다, 가만가만 나를 들여다보고, 위로했다. 그것만으로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 삼 개월이 없었다면 아직도 내 상처에서 도망치려고만 할 거였다. 새벽, 고요한 연희, 그립다. 삼산도서관 상주작가로 매일 도서관에서 아홉 시간을 보낸다. 연희에서 글을 안 썼더니 강제로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퇴근할 때쯤이면 뿌듯해서 저절로 신이 났다. 그 시간 덕분에 썼던 글을 정리했고, 책이 나올 수 있었다. 김미애 사진가의 사진을 보는 순간, 내 소설이 입체적으로 완성되었다. 짧은, 아주 짧은 소설들, 이미지로 더 많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내가 절반을 썼고, 소설을 읽고 일으키는 파동이 절반을 쓰리라 생각한다. 소설은 상처가 상처에게 건네는 위안이다. 소설 덕분에 일어설 수 있었다. 여기에 실린 소설들은 자전거를 타고 달로 간 그에게로 향한 기도이다. 2017년 12월 삼산도서관에서

변사 기담

내게 벚꽃이 휘날린다고, 첫눈이 온다고 사진을 찍어 보내고 문자를 해주던 그가 이제 곁에 없다. 아무렇지 않다고 되뇌어도 어디선가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너무 커 잠이 드는 게 무서웠다. 물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꿈을 꾸었다. 물이 입까지 차오를 때, 나는 물고기처럼 입을 뻐끔거렸다. 눈을 뜨면 뻐끔거렸던 입을 뭉개버리고 싶었다. 그로 인해 한 세계가 사라졌으므로, 나는 외발로 서서 세상을 이겨내야 했다. 자주 어두운 포구나 부두를 서성였다. 비린 냄새를 품은 시간 속에서 기담에게 물었다. 거기, 어떻던가요? 나는 자꾸 다른 세계를 기웃거렸다. 문장의 마침표를 찍는 일이 꼭 소 도살장에 끌려가는 심정이었다. 그런데도 말(言)을 붙들어야 했다. 형벌이었는데, 아주 지독한 형벌만은 아니었다. 말을 붙드는 동안에는 금이 가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았다. 인천에 진 빚을 갚기 위해 시작한 장편소설이었다. 빚을 갚기까지 오래 걸렸다. 이제 다시 숨을 쉬기 위해 이 책은 오롯이 그에게 바쳐야겠다.

인천이라는 지도를 들고

지역에 대한 관심이 많다 보니 인천이 배경인 소설을 읽을 때 반가움이 배가된다. 인천에 살았던, 혹은 살고 있는 누군가가 소설을 읽으며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 걸어봤던 곳, 또는 살면서 느꼈던 감정과 비슷한 글귀를 만난다면 기분이 어떨까 생각했다. 이 글에는 빤히 보이는 두 가지 욕심이 있다. 소설과 인천. 소설 속에서는 내가 살고 있는 인천이 어떤 이미지로 등장하는지 궁금했다. 인천이라는 도시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또, 짧게 소개하는 소설 문장이 소설을 읽는 맛을 주어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 읽게 되기를 바랐다. 이 글이 평론가나 연구자의 글이 아니어서 지역이나 소설에 대해 어정쩡할 수 있는데 나는 도리어 이 어정쩡함이 이 책의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소설가로서, 인천이 등장하는 작품들을 기억과 공감의 자리에서 읽어보려고 애썼다. 등단했을 때 인천문화재단에서 인터뷰를 하며 인천을 비빔밥의 도시라고 얘기했던 게 생각난다. 인천을 잘 모를 때였는데, 웬만큼 안다고 생각하는 지금도 그 생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비빔밥 속의 재료는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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