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상담하면서 정신과 의사와 내담자의 관계가 아니라 개인적인 만남이었다면 좀 더 분명한 조언을 해줄 수 있었을 텐데 싶어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진료실에서는 그렇게 하기가 어렵습니다. 마지막 선택은 내담자 스스로 내려야 하고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치료자의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그래서 막연히 머릿속으로 이 책을 쓰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의사로서 내담자들에게 미처 하지 못했던 조언을 좀 더 명확하게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에서요. 그 글들이 모여서 이 책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을 믿는 마음과 실패를 견디는 힘이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인터넷엔 루머가 끓어넘치고, 누군가에겐 치명적 독이 될 악성 댓글이 춤을 춘다. 조금이라도 심약한 데가 있는 사람은 낙담과 우울 속에서 희망을 잃어버리기 알맞은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게다가 최근 불어닥친 금융위기는 IMF 사태 때의 악몽을 다시 떠오르고 한다. 한 마디로, 어디 한 곳 녹록하게 마음 둘 곳이 없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을 믿는 힘과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마음이다. (프롤로그_'진정한 시작은 '나를 사랑하는 것' 중에서)
지금 나 자신과의 문제, 인간관계의 여러 가지 문제로 괴롭다고 해서 서둘러 그것에서 벗어나려는 것은 어쩌면 무위의 노력으로 끝날지도 모른다. 그보다는 그 여러 가지 문제와 인간사에서 한 발자국 물러나 진정한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편이 훨씬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 시간 속에서 우선 내가 시도할 수 있는 작은 변화가 무엇인지 찾아보고 그 변화를 통해 조금씩 나를 바꾸고 문제를 해결하고 성장해가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