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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국내저자 > 에세이

이름:이충걸

성별:남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최근작
2024년 4월 <너의 얼굴>

갖고 싶은 게 너무나 많은 인생을 위하여

쇼핑은 잔인한 절식과 난폭한 폭식, 두 개의 그림자를 만든다. 인생이 그런 것처럼. 비싼 자동차를 타면서 영혼까지 더 높이 들어 올리도록 가부좌를 트는 자가 새로운 이상형으로 등재된 21세기, 창대한 쇼핑몰로 변한 도시에서 서성거리며 집에 돌아올 때마다 인생을 생각한다. 갖고 싶은 게 너무나 많은 인생을, 가질 수 없는 건 더 많은 인생의 그 의미를.

슬픔의 냄새

긴 시간이 지났다. 이별 후의 시간은 서서히 움직이는 동물의 시간과 비슷해져 하루는 빛과 어둠으로, 달은 날씨에 따라 셈하게 되었다. 그때, 그들과 헤어졌을 때, 내 마음에 어떤 상념들이 떠올랐는지 지금은 잘 생각나지 않는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우주에서 비틀거렸는지, 무슨 이유로 헤어졌는지, 왜 다시는 만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는지. 하지만 가끔 이별의 순간을 만지작거릴 때마다 환풍기에서 온기가 불어오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왜냐하면 헤어진 사람들은 내가 누구였는지에 대한 일종의 거짓말이며, 동시에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했는지에 대한 진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우리의 특별함

에디터스 레터를 다시 꺼내보니 밀집된 글자들이 암호처럼 보였다. 동시에 과거가 모여 있었다. 과거의 뒤죽박죽, 과거의 SUV, 과거의 전깃줄. 몇 년을 연락하며 지내야 했던 사람들과의 과거, 도시 전체에 퍼져 있는 커피 가게의 과거, 기름 묻은 숟가락의 과거, 대중적 관계의 과거, 구식이 된 과거, 전형적으로 또는 원형적으로 낯선 여자들과 남자들의 과거. 레터는 계속 확대한 사진처럼 디테일이 흐렸다. 거의 생물학적으로 지워진 흔적 같았다. 태양계에서 퇴출된 줄도 모르고 명왕성에 놀러 갔다가 그제야 지구를 돌아보는 기분. 내 안의 비평가가 입을 닫고 나니 에디터스 레터는 태반 밖에 존재하는 전혀 다른 존재가 되었다. 나는 이 책이 매체에 썼던 글을 죄다 긁은 개인적 회고록이나 출생증명서가 아니라 독립된 산문으로 읽히길 바랐다. 그리고 탈수된 빨래가 실 뭉치가 될 때까지 다량의 목차를 덜어내는 순간, 한 사람의 순진한 자아 대 강제적인 정체성의 팽팽한 긴장. 약간 미국식 식단 같았다. 식탁 위에 희망을 품게 하는 것과 눈 감고 싶은 것을 같이 놓고, 폭신한 디저트를 따로 두는. - ou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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