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처럼 식민지 지배를 경험한 나라의 철도역사연구는 ‘침략’과 ‘개발’이라는 상반된 시각에서 이루어지기 쉽다. 朝鮮總督府가 편찬한 '朝鮮鐵道四十年略史'(1940년)와 일본인 철도종 사원들이 집필한 '朝鮮交通史'(1986년) 등이 후자라면, 필자가 집필한 '일제침략과 한국철도 1894∼1945'(1999년)와 철도청이 편찬한 '한국철도100년사'(1999년) 등은 전자를 대표한다. 그렇지만 철도 자체가 어느 한 쪽의 기능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철도를 운영하고 활용하는 주체에 따라, 또는 철도를 탐구하고 평가하는 논자에 따라 ‘침략’과 ‘개발’의 어느 한 측면을 더 강조할 뿐이다. 식민지에서 철도가 실제로 수행한 역할은 ‘침략’과 ‘개발’의 경계를 훨씬 뛰어넘는다. 철도는 ‘침략’과 ‘개발’의 속성을 다 가지고 있으면서, 한국과 세계에 훨씬 더 복잡하고 다양한 영향을 광범하게 미쳤다. 철도는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19세기 중반에서 20세기 중반까지 근대문명을 창출하고 확산시킨 가장 강력한 교통수단이자 산업기구였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