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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강석희

출생:1986년

최근작
2024년 1월 <내일의 피크닉>

내일의 피크닉

신규 교사 시절에 공업계열 특성화고등학교에서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3학년 담임을 맡지 않아서 현장 실습과 관련된 업무를 해 본 적이 없고, 담당 과목 역시 국어이기 때문에 이방인처럼 보낸 3년이었습니다. 그래도 괜찮을 거라 생각했 는데 후회가 많이 남습니다. 더 따뜻하게 손잡아 줄걸, 더 다정하게 귀 기울여 줄걸.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었고 어떤 이야기를 써야겠다는 마음을 오래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보호 종료 아동이자 특성화고 출신인 청년들의 이야기를 쓰기로 마음을 정했던 날, 플레이리스트에 처음으로 담았던 노래는 H.O.T.의 〈아이야!(I yah!)〉였습니다. 불현듯 떠올랐고 오랜만에 들어 보았고 노랫말에서 따 온 ‘네가 속한 세상’은 플레이리스트의 제목이 되었습니다. 노래와 맞닿아 있는 사건(1999년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 사고) 그리고 죽음들은 지금의 저에게 일하다 죽어 간 청년들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이들의 죽음은 제게 사고가 아닌 재난으로 다가왔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고, 제가 놓친 것들을 짚어 보는 마음으로 『내일의 피크닉』을 썼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최선을

저에게 있어 소설이 시작되는 순간이란 ‘장면’을 마주하는 순간과 같습니다. 진녹색으로 가득한 지리산 숲길이나 2006년 겨울의 대전 터미널 같은 것이 몸 어딘가에 툭, 하고 놓이거나 눈앞에 펑, 하고 나타나는 때가 있어요.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아주 소중하고 귀한 걸 손에 쥔 기분이 되고요. 그다음 장면을 상상하는 것이 피할 수 없는 일처럼 여겨집니다. 그 장면들은 저의 기억 속에 또렷하게 남아 있는 것일 수도, 겪어본 적 없는 세계의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종류가 되었든 그 장면에서 소설을 시작하거나 그 장면을 담아내기 위해 소설을 쓰지만, 퇴고를 하는 동안 소설에서 사라지는 경우도 생깁니다. 일단 쓰기 시작한 뒤에 ‘나 이런 이야기가 하고 싶었구나’ 깨닫는 편이어서 그렇습니다. 그간 써온 소설들을 모아놓고 보니 끝내 소설에 남기지 못한 장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왜 미안하지? 생각을 해보니, 그 장면들이 온전히 저의 것이기만 한 게 아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것은 누군가와 함께 만든 장면일 수도 있고, 누군가가 저에게 들려준 장면일 수도 있고, 누군가가 부탁하는 마음으로 맡긴 장면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고 보면 한 장면에는 그것이 만들어질 때의 고유한 마음도 함께 담겨 있는 것은 아닐는지요. 끝까지 실어 나르지 못한 장면과 그 안에 마음을 나눠 주신 누군가에게 사과와 감사를 드립니다. 아마도 저는 계속해서 어떤 장면들과 함께 소설을 쓰고 어떤 장면들은 끝내 덜어내겠지만, 시간과 공간을 넘어 도착한 우리의 장면들을 잊지 않고 꼭꼭 간직하겠습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소중한 장면들을 나누어 주세요.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실 누군가에게, 부탁드려요. 그럼 언젠가 또, 우리가 우리의 이야기로 연결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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