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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이름:장대송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2년, 대한민국 충청남도 태안군 안면도

최근작
2014년 3월 <영원한 귓속말>

섬들이 놀다

내가 사는 동네에는 20여명 남짓 강어부가 산다. 범띠 동갑 노총각 어부와 늙은 벙어리 어부를 알고 있다. 그들은 새벽 5시에 강에 나갔다가 오전 11시쯤 돌아온다. 매일 새벽 강 가운데 안개계곡에 가서 무엇을 보고 듣고 오는지 항상 맑은 얼굴을 하고 있다. 아마도 고기는 안 잡고 새벽 안개로 세수만 하고 오는 것은 아닌지. 살면서 마음이 어디까지 갔다왔는지 알 수 없다. 허상에서 실상으로, 실상에서 허상으로, 때로는 걷잡을 수 없는 몰락과 상승을 겪었다. 자격이 된다면 딸과 안사람과 지인들과 함께 안개계곡에 세수 한번 하러 가야겠다.

스스로 웃는 매미

그 눈이 빨갛다 지독한 비에 모든 것이 쓸려갔다. 산청에서 올라왔다던 그 비구니는 아직도 비구니일까. 나면서부터 비구니였다는 그 여자는 아직도 비구니일까. 지하철 순환선을 탈 때는 신발을 머리에 이고 타야 된다는 비구들의 농에 정말 그렇게 해서 2호선을 몇 번이나 순회하고 고려대장경 연구소까지 찾아왔다는 그 비구니는 흥분하여 수다를 떠는데 눈이 빨개져 있었다. 지독한 비에 모든 것이 쓸려져 갔다. 한강 둔치 아산병원에서 천호대교 중간 지점에 어린 백로 한 마리가 산책로에 나와 있다. 사람이 두려운 것 같지 않다. 어디론가 날아가버린 부모나 물에 휩쓸려간 둥지를 찾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산책로 한쪽에서 다른 한쪽까지 왕복하는 그는 노란 발을 머리에 이고 있다. 조용한 몸에 눈이 빨갛다. 노출된 반복은 눈에 들지 않는다. TV를 보거나 인터넷을 하거나 아이를 학원에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는 일들…… 그 반복과 순환의 코드 중간중간에 잠시 들락거리는 것들이 있다. 형체를 알 수 없는 것들이 들어왔다가 그냥 형체를 남기지 않고 사라진다. 두려움이라는 욕망도, 뭘 하고 싶다는 욕망도 아닌 어떤 허상 같은 게 남겨질 뿐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살고 있지만 내 가슴은 빨갛다. 2012년 9월

옛날 녹천으로 갔다

시를 모르고 시를 써왔다. 어느날 홍대 앞 술집 골목에서였다. 담벼락 보호를 위해 우둘투둘 뿌려놓은 날카로운 시멘트 뭉치들이 수만 마리의 철새떼로 변해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철새들은 먼발치에 서 있는 겨울 물빛의 눈빛을 가진 사람들한테로 날아갔다. 그들은 다시 철새를 몰고 와서 내 뒷골을 후려쳤다. 시를 그렇게 쓰는 것이 아니라고. 내게는 그런 눈빛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눈두덩에 티끌처럼 붙어 있는 나를 떼어내려들지 않았다. 참 고마운 일이다. 앞으로도 그렇게 놔둔다면 결국 그 눈빛에 내 몸은 잘게 부서지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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