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헤더배너
상품평점 help

분류국내저자 > 문학일반

이름:김영래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3년, 대한민국 부산

직업:시인 소설가

최근작
2021년 2월 <가랑잎에 옮긴 2백 개의 비문>

가랑잎에 옮긴 2백 개의 비문

…… 아마도 그러하리라. 이제는 아득한 메아리가 된 그날 우리들의 만남에 등불 하나 밝혀진다면 그처럼 높고 아스라이 떠돌던 소리 하나하나가 어떤 악기에 가장 부합되는 바람결처럼 불어와 오래 잊히었던 우리의 노래를 일깨워 주리라. 그때면 우리의 잊음과 잊힘이 서툰 초고 위에 꿈의 누각을 세워 올리기 위한 각별한 노고였음을 깨닫게 되리. 끊임없이 고쳐 쓰고 탈고란 없는 침묵 끝에 대문자를 세우고 확정되지 못한 말과 소리 사이에서 강물이 범람하던 때를 그대는 잊었는가? 정녕 잊었는가. 제한된 경작지에서 무너지는 많은 것들로 점점 폐허가 넓어지면서 저 너머, 저 밖에서 우리가 엿보려 했던 희망을. 그 무모했던 불굴의 전망을.

무지개 그림자 속을 걷다

잉카의 신 비라코차Viracocha를 생각한다. 태양 왕관을 쓰고 양손에 번개를 든, 태양과 폭풍의 신. 그런데 그의 눈에서는 끊임없이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눈물로 생명의 호수를 창조하며 온 세상을 거지 행색으로 떠돌았다고 한다. 우리는 잘 인식하지 못하지만, 슬픔은 우리를 생육하게 하고, 썩게 하고, 썩어 거름이 되게 하고, 기꺼이 우리 자신을 바쳐 온갖 생명들을 거듭나게 하는 우리 안의 큰 힘이 아닐까. 슬픔 속에 움트는 희망의 싹. 나는 생각한다. 자신이 창조한 세계를 등지고 눈물을 흘리면서 바다 저편으로 걸어서 사라져간 슬픔의 신을. 나는 꿈꾼다. 그의 도래를. 태양의 왕관을 쓰고 번개와 천둥을 양손에 움켜쥐고서, 기쁨으로 창조한 세계를 슬픔으로 완성하게 될 그 '꿈의 시간'을.

세상의 모든 저녁

열아홉 권의 시집 속에서 옥석을 가리는 일은 지난했다. 이십사 년 만의 폭염 속에서 가려 뽑은 시들을 타이핑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여기, 백아홉 편의 시들이 한 권의 책 속에 자리 잡게 되었다. 후학에겐 공부였고, 사실 공부만큼 큰 기쁨이 없음을 새기는 시간이었다. 엮은이는 시집 전체를 꼼꼼하게 읽었다고 자부하지만 놓친 부분이 많을 것이다. (……) 새벽의 샘을 마주하는 신선함. 옛 거울에 얼굴을 비춰보는 놀라움. 말라붙은 우물을 들여다보는 안쓰러움 이 모든 것이 이 시집 속에 담겨 있다. 그것들을 발견하는 일은 독자들의 몫이리라.

씨앗

<숲의 왕>에서 <씨앗>으로 이어진 여정을 돌이켜 보면, 나는 무던히도 한 테마에 매달려 있었던 것 같다. 집착이었을까? 아니면, 절망적인 안타까움 때문이었을까? 나는 어디선가 이렇게 쓴 적이 있다. 사라지지 않는 것들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것들을 똑바로 마주보는 것이라고. 또 이렇게도 썼다. 이제 우리의 희망은 좀 더 철저하게 절망적으로 되는 데 있다고. 절망보다 먼저 우리가 절망을 보아야 한다고.

알베르 카뮈

내 문학의 출발점에는 언제나 카뮈가 있다. 언제나 젊은 카뮈. 47살의 나이에 ‘어떤 끔찍한 소리’와 함께 너무 일찍 우리 곁을 떠나버린 카뮈. 그가 걸어간 길을 눈여겨보며 나 자신의 길을 걸어온 지 30여 년이 되도록,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노라면 언제나 처음 그 자리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는 카뮈. 내 부끄러움과 자부심, 또한 내 좌절과 깨달음의 원천에 서 있는 사람.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이제 내 나이 오십이 되어 나보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카뮈를 이런 형식으로 되돌아보게 될지는 정말이지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다. …… 카뮈의 스승 장 그르니에는 말한다. 카뮈는 자신이 하는 말 속에 스스로를 완전히 바쳤다고. 또한 카뮈는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 구원을 찾았으며, 또한 그보다 더 열심히 행복을 찾았다고. 어쩌면 이 점이 우리가 카뮈를 읽을 때 그와 악수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되는 대목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를 읽음으로써 그를 만나고, 그 만남을 통해서 한 인간이 자기 시대와 마주하며 획득한 덕목과, 동시대인들과 어우러져 터득한 지혜를 만나게 된다. 말하자면 이러한 것들 말이다. 성실성, 진실, 침묵, 검소함과 단순함, 의식의 명석성과 절제된 욕망. 그리고, 비정상적인 것을 알고 난 뒤에 획득한, 늘 힘찬 힘의 균형과 투명함, 잘 다스려진 극단……. 이 모든 것, 오늘날 예술가들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하지만 진정한 예술가라면 끝까지 자신의 것으로 일구어 나가야만 하는, 당연하고도 희귀한 미덕들……. 이 책은 무엇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카뮈와 악수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와 악수를 나눈 뒤 그의 작품을 읽고 싶다는 참을 수 없는 욕구를 느끼게 하는 데에 목적이 있는 것이다. 카뮈를 위해, 카뮈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따라서 엮은이는 그저 그림자로 존재하는 것에 만족한다.

푸른수염의 성

이런 말이 있다. '여성은 잔인하다. 왜냐하면 남성이 비겁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두 개의 이야기가 있다. 한 여자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여신으로 우러르기에 이른 남자와, 믿음이 부족한 남자들의 사랑으로 말미암아 강박신경증에 빠진 여자. '페미니즘과 마초이즘'이라는 식의 대립 항으로 간단하게 이분화 시킬 수 없는 남녀의 세계. 그 분열과 대립과 결속과 사랑의 역사는 선사시대 저편, 신화의 세계 깊숙이까지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 뿌리는 우리의 무의식에서 자양을 취하고 있고, 또 우리의 의식과 이성 속에서 꽃을 피우기도 한다.

가나다별 l l l l l l l l l l l l l l 기타
국내문학상수상자
국내어린이문학상수상자
해외문학상수상자
해외어린이문학상수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