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는 동안 나는 참으로 행복했다. 예전의 따뜻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한시 구절을 읽는 즐거운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여기 기록된 절기의 기후들은 2003년 이래 강원도 지역의 날씨에 바탕을 둔 것이다. 내 삶의 터전이 이곳이고, 내 기억의 발원지가 이곳이고, 내 글의 출발점이자 종착지가 이곳이므로, 이 글 역시 그럴수밖에 없었다.
우주의 중심에서 그 운행을 살피는 일은 내 몸을 돌아보는 일과 같다는 점을 새삼 느낀다. 내 공부가 우주의 변화에서 어긋나고, 종국에는 내 몸의 변화에 기여를 하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헛수고를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몸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어 그것이 우주의 질서에 어긋난 세상을 성찰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랫동안 한시를 벗하며 길을 걸어왔다. 내가 길을 걷는 동안 한시는 여전히 내 곁을 함께하며 길동무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친구는 속내를 알 수가 없어서, 아직도 나는 그와 이야기를 하면서 졸가리를 못 잡기 일쑤다. 스쳐 지나듯 그의 어깨를 툭 치면서 한시의 지층과 내 삶의 경험을 슬며시 대보는 것은 순전히 졸가리를 잡기 위한 은밀한 시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