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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저자 > 문학일반

이름:나희덕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6년, 대한민국 충청남도 논산 (물병자리)

직업:시인 대학교수

기타:연세대 국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최근작
2024년 1월 <매일, 시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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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대 문학상 수상시인 대표작 1999

이처럼 시란 언어의 마른 나뭇가지에 그 뿔을 걸치고 있으며서도 동시에 언어의 자국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는 운명을 지니고 있다. 두려움 때문이든 자만심 때문이든 어디에도 자리잡지 못하는 사람, 또는 어디에도 자리잡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 이것도 시인에 대한 한 정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시인은 유목민이다.

가능주의자

어떤 핏기와 허기와 한기가 삶을 둘러싸고 있다. 그것은 일종의 벌거벗음에서 왔다. 피. 땀. 눈물. 이 세 가지 체액은 늘 인간을 드나든다. 마음이 기우는 대로 피와 땀과 눈물이 흐르는 대로 가보면 통증과 배고픔과 추위를 느끼는 영혼들 곁이었다. 시는 영원히 그런 존재들의 편이다.

그곳이 멀지 않다

‘왜 시를 쓰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하나의 답을 내놓아야 한다면, ...세상의 소리들을 잘 받기 위해서라고 대답하고 싶다. 특히 살아 있는 존재들이 내는 울음소리를 나는 좀더 가까이 다가가 듣고 싶다. 사물을 통해 누군가 얘기하고 있는 것을, 아니 사물 자체가 말하거나 울고 있는 것을 잘 듣고 있으면 그 속에는 이미 시가 흐르고 있다.

그곳이 멀지 않다

개정판 시인의 말 1997년에 나왔던 시집을 옛집에 돌아온 듯 다시 읽으며 서른 살 무렵의 나를 만났습니다. 그때의 나는 왜 탱자 꽃잎처럼 얇은 마음을 찔리면서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한 줌의 재와 침묵을 쥐고 있었던 것일까. 안쓰러운 생각에 책등을 가만히 쓰다듬어주었습니다. 서투른 대목이 눈에 띄어도 덧칠을 하지 않았습니다. 인생의 시기마다 그때에만 쓸 수 있는 시가 있으니까요. 다만, 마침표와 쉼표, 지시어와 복수접미사를 조금씩 덜어냈습니다. 무언가를 특정하거나 구분하려는 의지를 내려놓고 싶어서지요. 지나치게 명료한 매듭을 느슨하게 풀고 행간을 넓혔더니 말들이 예전보다 숨을 편하게 쉬는 것 같았습니다. 이것이 젊은 날에 썼던 시에 대한 저의 작은 우정입니다. 긴 시간이 흘렀지만 그곳이 멀지 않다, 고 여전히 말해보려 합니다. 2022년 1월

그곳이 멀지 않다

초판 시인의 말 고통을 발음하는 것조차 소란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그것이 안으로 안으로 타올라 한 줌의 재로 남겨지는 순간을 기다려 시를 쓰고는 했다. 그러나 내가 얻은 것은 침묵의 순연한 재가 아니었다. 끝내 절규도 침묵도 되지 못한 언어들을 여기 묶는다. 이 잔해들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의 소음 속으로 돌아갈 운명이라는 걸 알면서도. 1997년 10월

더 레터

백아의 거문고 소리에 깊이 공감하던 나무꾼 종자기를 기억합니다. 지음知音. 자신의 소리를 알아듣는 친구를 만나는 것만큼 마음 든든한 일이 있을까요. 지난겨울부터 여름이 다할 때까지 우리가 주고받은 편지들은 어떤 선율을 지니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우리가 함께 나눈 시간과 풍경을 여기 동봉합니다. 오래된 노랫말처럼,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시길.

문명의 바깥으로

지난 몇해 동안 팬데믹을 통과하면서 이 세계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설명해야 할지 혼란스럽고 답답한 나날을 보냈다. 마스크를 벗고 일상을 되찾아가고는 있지만, 여전히 삶의 감각과 방향성을 잃어버린 느낌이 가시지 않는다. 조르조 아감벤(Giorgio Agamben)은 팬데믹 기간에 쓴 책 『저항할 권리』에서 “우리 앞에 놓인 첫번째 과제는 순수하고 거의 방언에 가깝고, 다른 말로는 시적이며, 우리를 사고하게 만드는 언어를 되찾는 것”이라고 했다. 이 벌거벗은 인간과 부조리한 세계를 밝힐 수 있는 마지막 성냥은 약품과 백신이 아니라 시와 철학의 언어라는 것이다. 이 말처럼, 시적 언어란 세상에 대한 절박한 호소와 경고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쓴 시와 시론이 성냥팔이 소녀가 필사적으로 그어대던 성냥의 불꽃처럼 이 시대의 어둠을 조금이나마 밝힐 수 있다면, 하는 다급함이나 간절함이 있었다. 그 간절함이 실제로 읽는 이에게 얼마나 전달되고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흩어져 있던 시 읽기의 궤적을 한자리에 정리하고 보니 이 글들을 관통하는 문제의식은 어렴풋하게 잡히는 듯하다. (…) 이렇게 멀거나 가까운 시의 성좌들을 바라보며 밤길을 더듬더듬 걸어왔다. 시를 쓸수록 시를 읽을수록 시에 대해 말하는 일이 조심스럽고 어려워진다. 다른 시인의 시에 대해 말한 것이 내 시의 발목을 잡는 때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말들을 남겼다니…… 이 패총(貝塚)같은 글들을 떠나보내며 부끄러움이 앞서지만, 이 책이 또 하나의 문턱 또는 매듭이 되어 한두걸음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문명의 바깥으로, 시의 바깥으로.

반통의 물

어리석은 사람은 반쯤 담겨진 그릇의 물과 같고 지혜로운 사람은 가득 찬 연못의 물과 같다는 말이 있다. 그 말에 비추어보아도 나는 역시 반 통의 물에 가깝다. 스스로 충만해서 일렁임이 없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큰 욕심일 것이고, 반쯤 모자라 출렁거리고 사는 어리석음이 나는 그다지 싫지 않다.

보랏빛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동안 쓴 원고들을 정리하면서 새삼 발견한 것은 내가 대칭적 사유구조를 상당히 완강하게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첨단의 노래와 정지의 미, 고향과 탈향, 소요와 침묵, 전통과 반전통, 물과 불, 불귀와 미귀 등 대립적인 항목들을 오가며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태도가 두드러진다. 이 책의 제목에 들어있는 '보랏빛' 역시 경계의 색이다. 보랏빛의 탄생이 그러하듯이 양자 사이의 부단한 진자운동을 통해 역동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은 시를 쓸 때도 마찬가지였다. 내 시가 극단을 향해 나아가는 실험정신보다 균형감각에 의지하고 있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지금까지 내 세계를 지탱해온 힘인 동시에 중요한 한계를 발견한 것이 이 책을 내며 얻은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사라진 손바닥

'도덕적인 갑각류'라는 말이 뢴트겐 광선처럼 나를 뚫고 지나갔다. 벗어나려고 할수록 더욱 단단해지던, 살의 일부가 되어버린 갑각의 관념들이여. 이제 나를 놓아다오.

아침의 노래 저녁의 시

그러나 아침의 노래는 어느새 저녁의 시로 번져 있고 저녁의 시는 아침의 노래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수많은 아침과 저녁을 지나왔지만 아직도 아침과 저녁 사이 그의 얼굴을 알지 못합니다.

유리병 편지

시는 어딘가에서 띄워 보낸 유리병 편지와 같다고 파울 첼란은 말했습니다. 망망한 시간과 공간을 넘어 바다 저편의 땅에, 또는 누군가의 마음에 가닿으리라는 믿음이 없다면, 어떻게 그 수많은 시들이 태어났겠습니까. 그런 점에서 시는 일종의 대화이며, 줄곧 누군가를 향해 있는 언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배달해 드리는 시도 수많은 시인들이 보내는 유리병 편지입니다. 바다 저편에서 유리병을 열고 있는 당신은 어떤 분일까 궁금합니다. 분주한 나날 속에서도 잠시나마 손길과 발길을 멈추고 유리병 편지를 열어보세요. 그러면 한 편의 시가 여러분의 하루를, 한 주를, 때로는 운명을 바꿀 것입니다.

파일명 서정시

이빨과 발톱이 삶을 할퀴고 지나갔다. 내 안에서도 이빨과 발톱을 지닌 말들이 돋아났다. 이 피 흘리는 말들을 어찌할 것인가. 시는 나의 닻이고 돛이고 덫이다. 시인이 된 지 삼십년 만에야 이 고백을 하게 된다. 2018년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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